오늘이 우리 은범이 네돌이다.

세월을 붙잡아 맨 줄 알고 오늘이 세돌인 줄 알았다.

 

세상에 네돌 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애기 태어나던 날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혼인날 잡아 놓고 새벽기도에 가서 결혼과 동시에 잉태의

기쁨을 달라고 떼를 썼는데 그대로 들어 주셔서

결혼 1주년에 백일을 보름 남겨놓고 있었다.

 

난 나대로 사돈댁은 사돈댁 대로

여행중 이었는데 나 여행 다녀오고 담날 닭찜

한마리 먹고 은범이를 출산했다.

 

기쁘면서도....

걱정되면서도....

힘들면서도.....

 

만감이 교차하였다.

 

웃으면서....

울면서....

놀래면서...

혼자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이러구러 세월은 흘러

 

오늘 우리 애기가 네돌을 맞이했다.

 

에미 어릴 적 첫돌부터 동네 친구 아가들과

그 에미들 까지 불러 상다리가 휘어지게

잔치를 해줬는데 에미는 지는 잘 차려 잡쉈으면서

지아들 생일은 안중에도 없다.

 

학교일로 바쁘고,

오늘 시댁외가들 뵈러 뉴질랜드가는 준비하느라 여념없으니

괜시리 내가 아무도 신경 안쓰는 은범이가 가여워  어제 은범이랑

둘이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생일장 보러 나갔다.

 

신난다고 손뼉치며 따라나서

다른 땐 잘 안먹이는 시식 음식을 재밌으라고  조롱조롱 컵에

담긴 맛있는 간식들을 카트안 앞자락에  잔뜩 늘어놔 주었다.

 

어묵,스파케티,과자,만두,우동.요플레,우유,쏘세지,블고기 등등등

신나서 벌쭉벌쭉 웃으며 먹어대느라 한동안 조용하다.

 

집근처에서 케익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오늘 새벽,

나혼자 지지고 볶는다.

전날 끓여놓은 사태국물에 미역을 넣고,

오이 걀쭉하게 썰어 오이 잡채를 하고,

조물조물 나물 세가지,

땡글땡글 전붙이고,

 

에미,애비는 출근하느라 바빠 兒 가 생일인지 뭰지

거들떠도 안보는데....

자는 놈 업고 내려와 .

 

나하고 은범만의 생일 파티가 시작 되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emoticon

 

둘이서 손뼉치고 노래 부르는데

괜히 가슴이 먹먹하다.

(이게 뭔 시튜에이션 이냐? )

 

ㅆ ㄴㅁㅈㅈㅂ~~~!

머 지가 그렇게 큰일한다고

하나밖에 없는 새끼 생일도 못 챙기냐?

 

ㄴㅃ ㄴ~~~!

잔정이라곤 눈꼽 만큼도 읎는 ㄴ~!

 

우리 아가는 그래도 좋다고 헤헤댄다.

그리곤 할머니가 젤 좋다고 쫑알댄다. ㅉㅉ

 

케익은 어린이 집에 보내 촛불꽂고 

애들 하고 같이 먹으라고 보냈다.

 

에궁~!

수수팥단지를 안해 줬네.

12살까진 해 줘야 좋다는데....

 

지 할머니가 계시면 수수팥단지도 해 주셨을텐데

난 고건 할 줄 모른다.

 

에이 ~!

오늘 뉴질랜드에 가면 낼 거기서 자기 할머니 만나믄

해주시것지 ~하며 자위해 본다.

 

아가 ~!

무조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라.

 

할머니가 내년엔 꼭 니 여자친구도 불러다가

한상 잘 차려줄께 ...

 

내 새깽이 사랑한다.

쪼~~~~오~~~~ㄱ~~~~!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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