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 엄마, 이번 토요일 한글학교갈때 네모난 박스에다 밥싸가지고 갈래, 오늘 지혜가 그렇게 싸왔는데 맛있게 보였어"
"어떻게 싸가지고 왔던?"
"간장물 묻은 고기, 밧줄같이 생긴 계란, 주름살 많은 까만 콩 "
장조림,계란말이,콩장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 들을 여섯이나 기르셨던 어머니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 나셔서 - 그당시 우리 집엔 알람 시계도
없었는데 어떻게 새벽마다 정확하게 일어나셨는지 가끔 생각하면 신기하다 - 도시락을 싸셨다.
크고 작은 도시락에 밥을 퍼넣으시고는 어묵, 콩장, 멸치볶음등을 나누워 반찬을 담으셨다. 어떤 날은 계란을 부쳐서 꽃을 피우듯 밥위에 얹어 놓은 도시락을 가져가기도 했으나 우리들의 나이가
삼년 터울이라 3년마다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던 우리 부모님의 빠듯한 살림으로는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세숫물을 데우는 수증기가 가득한 부엌에서 어머니는 바쁘게 손을 움직이시며 등교시간이 다 다른 우리들의 시간에 맞춰 밥상을 여섯번이나 차려내고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서 하나씩 들려 내 보내셨다.
넷째시간이 되면 빨갛게 달아오른 난로위에 부지런히 도시락을 올려 놓는다. 차곡차곡 싸여진 도시락들은 온 교실안에 향내를 품으며 제 몸을 덥혀갔다. 가죽 실내화 속에 꽁공 얼었던 발도 녹아지며, 신나는 축제라도 기다리듯 끝나는 종소리를 귀기울 때면 커다란 양은 주전자도 덩달아 딸깍거리며 길다란 주둥이로 흰 수증기를 힘차게 품어 대었다.
어머니가 우리들 도시락을 육십이 넘으시도록 싸주셨는데 새언니가 들어 오시며 언니가 그 일을 맡았다 그때 언니가 이십대 후반에 시집을 왔는데 나는 그 때 고등학생이엿으므로 언니를 무척 나이 많은 어른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떻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시댁어른들과 어린 시누이들을 섬겼는지 지금의 나와 비교해 보면 부끄러울 지경이다. 리고 내 동생은 나와는 달리 영악스러워서 막내 시누이로부터 시집살이를 많이 한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날 동생은 금방 싼 도시락을 언니 앞으로다시 밀어 놓으며 "나는 두 끼를 같은 것을 먹으면 배탈이 나요 " 하고는 책가방만 든 채 현관을 나섰다. 언니는 연근 조림으로 급히 반찬을 만들어 버스로 삼십분이나 거리는 동생학교까지 갖다 주셨다. 그 일을 아무도 몰랐었는데 십여년이 난 후 철이든 동생이 겸연쩍게 웃으며 고백을 해서 온 식구들이 다 웃고 말았다
미국에 온 뒤 그 도시락의 정감은 사라지고 뻣뻣한 빵으로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다녔다 계란도 흔해터져 그 어릴적 도시락 속에 황금알을 보면서 가졌던 그 감동은 돈을 주고 살래도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더구나 난로 위에 밥을 데우던 그런 정취는 더 더구나..... 그런데 뜻밖에 딸 아이가 도시락 운운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쌀밥을 만들었다. 콩장을 만들고, 계란말이를 해서 한 쪽으로 놓고 보석이 장식된 젓가락을 비스듬히 박았다. 뚜껑을 닫고 분홍 보자기에 쌌다
도시락을 보더니 딸아이가 기뻐 웃는다 "땡큐"하더니 뽀뽀를 한다.백열등이 빼꼼하게 켜진 부엌에서 허리를 구부리시고 손마디가 굵을대로 굵어진 손으로 싸주시던 도시락을 받아가며 한 번도 고맙다는 인사를 못했나 하는 마음이 들어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진다
아이 들을 데리고 학교로 향하며 ^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 이런 시가 없이 발전된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신세입니다^ 하던 누구의 한탄처럼 건조해질대로 건조해진 이곳 생활에서 우리 어머니들이 새벽마다 도시락을 싸던 그 사랑으로 다음 세대를 엮어 가는 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희망차다는 확신으로 마음이 뿌듯해 왔다
* 여러 해 전 쓴 글인데 나누고 싶어 올렸습니다
인숙아~ 네 이름으로 쓴 네 글을 보니 몹시 반갑다.
이제 서서히
네 속에 묻어두었던 얘기들을 풀어내려므나.
같이 나누면 더욱 좋쟎니.....
근데 어느 김인숙이니?
아마도 뉴져지에 사는 인숙이가 아닐까?
워낙 글 잘썼으니까.
갑자기 도시락이 먹고 싶네.
난 우리 남편이 도시락파라. 정년 전까지는 자주 쌌어.
이 양반은 특이하게도 제 때에 밥을 못찾아 먹는단다.
뭘하다보면 점심시간이 지나버리고 뭘 열중하면 먹었는지 조차 모른대.
그래서 도시락도 반찬 이것저것 싸는 것도 필요없고 그냥 주먹밥이면 되.
헛헛증이 생길 때쯤 꺼내서 먹으면 무지 맛있대네.
소금하고 깨소금만 넣고 간한 밥 속에 우메보시 한알 씨빼서 넣고 뭉친다음 김으로 싸면 끝!
단무지 몇 쪽이면 반찬은 끝인데 이 단무지가 까다롭단다. ㅎㅎㅎ
나로서는 밥만 먹이기가 뭣해서 귤이나 사과같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하고 요구르트도 싸주고 그래.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도시락에 전혀 관심없었고 오로지 옆지기만 평생 맛있어한다.
오늘 속이 느글거린다는 새애기에게 흰밥에다 우메보시 와 시소 잎 몇장 잘게 썰어서 넣은 초미니 주먹밥 해줬더니 맛있댄다.
내가 먹어봐도 맛이 있네.
한국에는 시소 잎이 없으니까 깻잎으로 하지.
예전에 술손님 많이 올 때도 이것 저것 요리 내오고 나중에 밥주면 아무도 안먹는데
작은 주먹밥 만들어서 처음부터 상에 놓으면 잘들 먹더라구.
진짜 그 동안 써둔 이야기들 다 풀어봐라.
너무 재미있어.
인숙아~!
네글 보니 나도 반갑다.
좋은글 계속 올리기 바래.
어릴적 엄니가 가마솥에 장작불로
더운밥해서 날라준도시락 생각나니
나도 시큰하네.
안즉은 곁에 계시는데 좀더 잘해드려야겠다.
근데 경선아 ~!
요가 따라하기 정말 좋은데,
요가사진이 안보이네.
좀 따라해볼락했더니.....
댓글도 안써지고,
경선아
교회 홈페이지가 너무 오랫동안 비어 있어서 올리고 copy 한거야
일 갔다와서 이틀에 걸쳐 쓰고 났는데 올리고 나니까 나도 기분이 좋네
어느때는 내가 서있는 지점이 다 끝나가는 때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무언가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때 같기도 하고,매일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네.
이 긴 겨울에 무슨 책 읽으며 지나니?
일주일 간 휴가받아 독서 여행이라도 하고 싶구나
연락해
인숙아~
댓글 바로 밑에 댓글을 달고 싶으면 화살표를 클릭하면 돼.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네
추운만큼 집에서 지낼 시간이 널널해서 참 좋았어.
60 고개에 또 새사람을 만나 교류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문화에 흠뻑 도취돼 있는 사람과는 교통이 수월하기만 하더구나.
이런 잔잔한 기쁨이 살맛에 보탬을 주나봐.
그녀가 빌려준 `토스카나`(김영주作) 읽고 있다.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체류하면서 쓴 글이야.
몇 페이지 안 읽었는데 서문부터 독자를 홀리는 사랑스런 문체.
그리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인간 희극`(샤로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잃어버린 지평선`(제임스 힐튼)
`나팔수(이덕자) 고등어를 금하거라` `덕혜옹주` 등이 요즈음 내가 읽었거나 늘어놔 놓고 읽고 있는 책들이야.
아! 참 `먼북소리`(무라카미 하루키) 읽은지 좀 됐지만 추천할께.
무슨 책에 빠져서 읽던 시절이 그리울 정도로 한 책에 매료되지 못하니 이러저러한 책을 늘어놓고 읽는 怪習이 생겼나봐.
말과 글에서 조차 진실을 찾는 심각증에서 `症`만이라도 떼어버리려.....노력한다.
사실 진실은 아름다운 사회에 제일 큰 버팀목일텐데..........
生의 가이드라인이 늙었다고 멈춰지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
그 지향점이 달라지긴 하더라.
여기는 오늘이 구정이야
애들이 와서 집을 가득 채웠어.
나 어제 만두 135개 빚었다.ㅎㅎㅎ
" 늘아 놔 놓고 읽는 책"
너무 부럽네. 나는 언제나 이 경직된 시간푶에 맞춘 삶이 끝날 것인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책임이 늘 어깨에 무겁게 눌려 있는 -완벽할려는 습관으로 더 더욱 무거운 직장 일에서 벗어 버릴 때 나도 책을 스무 권쯤 싸놓고 매일 매일 밤새워 읽을꺼야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것은 모두 진실한 것이 아닐까해
진실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단다
만두 그 이북식 만두 얼마나 맛있었을까
너 이북식 만두 기억하는구나.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만두 맛을 흉내내는 거에 불과하지만
만두 만은 꼭 만들여 먹게 되더라.
만두를 만들기 까지의 그 번잡함이 아직은 견딜만 하구나.
그래!우리를 감동케 하는 것은 모두 진실이었으면 해.
오후-베토벤 합창 교향곡 3악장의 아름다움에 취해 감동!
`토스카니`를 쓴 작가는 감동을 찾아 먼 이국에 머무는 여행을 하곤 한다네.
네가 보낸 편지가 나를 꽤 감동시킨 적도 있었어.
벌써 30년 전이지........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시점의 너를 담담히 설명한 글이었지.
한 아름다운 닥터 부인이 쳐다보기도 힘들정도에 기형적 외모를 가진 환자를 애정을 다해 돌보는 이야기도 있었고.
세월이 흘렀다.
책임감과 헌신과 인내심 등등이 빚어낸 시간들도 얼마나 눈물겹게 아름다운 것인지 우리는 이심전심 알고 있다고 믿는다.
`누가 누가 잘사나`란 경주는 있을 수도 없고 있을 필요도 없는 무모한 경쟁일 것이므로.
네가 옆에 있으면 만두 한그릇 꼭 멕이고 싶은데 ㅎㅎ
나두 먹고 싶다.
이번주에는 만두라도 빚어볼까?
인숙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양혜숙이가 그랬는데 네가 미래의 딸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고.
이름도 설희라며?
방금 일어난 일도 기억 못하면서 이런 건 용케 입력이 되어 있어. ㅎㅎㅎ
그래 사실 나도 네가 우리가 사냥 꾼의 합창을 할때 까만 테 안경을 쓰고 너무 경 쾌하게 반주하던 모습이 아직도 압력되어 있어.
언제 한 번 또 들을 수 있을지
인숙아 여기서 글로 만나니까 참 좋다.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 재미나게 잘 읽었다.
맨날 김치만 싸들고 난로에 구워 먹던 생각이 나는구나.
엄마의 도시락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가물가물해.
중학교때부터 자취하고 돌아 다녔으니까.
요새는 딸의 점심을 챙긴다만 그냥 피넛버터 잼 샌드위치에 과일,물, 스낵을
날마다 챙겨 준단다.
사위는 자주 안해주고 딸 것만..
정과 진실을 다한 그런 도시락을 가끔은 싸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 고마워.
인숙아,
도시락에 얼킨 엄마의 사랑
울컥하게 만든 네 글이 정겹다.
특히 구정도 가까와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