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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프랑스 작가 필립 클로델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한국에도 출간된 <회색 영혼>과 <무슈 린의 아기>를 통해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회색 영혼>의 한 대사를 인용해보자. “인간의 영혼, 그것은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이 회색이다.

 똑같은 회색 진흙이 아니라 하얀 대리석 판 위에서는 검게, 검은 대리석 판 위에서는 희게 보일 뿐이다.”

 필립 클로델이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거다.

쉬이 알아챌 수 없도록 회색을 띤 인간의 영혼 말이다.

 

일종의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하고는 있지만 정작 영화는 대단히 담담하다.

친자 살해죄로 15년 수형생활을 마친 줄리엣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동생 레아는 줄리엣을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도록 하지만 그녀 역시 언니의 마음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영화의 미스터리는 줄리엣이 정말로 자신의 자식을 살해했느냐는 것이다.

 필립 클로델은 무시무시한 과거 속 ‘거실의 코끼리’를 줄리엣과 레아가 입으로 꺼내어 말하기까지의 과정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리고 결국 약한 인간의 영혼을 지탱하도록 만드는 건 또 다른 인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무엇보다도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영화다.

 스콧 토머스는 앤서니 밍겔라의 <잉글리시 페이션트> 이후 <호스 위스퍼러>와 <랜덤 하트> 등을 거치며 묘하게 잊혀졌다.

그걸 문제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문제는 그녀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여배우로 성공하기에는 지나치게 세련된데다

, 또 지나치게 고전 할리우드적 기품을 풍겼다는 것일 거다(그런 건 장점 아니냐고? 할리우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신 그녀는 진 세버그,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같은 과거의 여배우들처럼 영국, 미국과 프랑스를 왔다갔다하며 또 다른 몫을 찾아왔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스콧 토머스라는 배우를 다시 바라보라고 우리에게 충고하는 듯하다.

 

사실 필립 클로델의 이 근사한 데뷔작은 줄리엣의 비밀이 발혀지는 후반부에서 극적인 힘을 조금 잃어버린다. 인간 영혼에 대한 탐구가 따스한 가족드라마로 슬그머니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다. 무뎌지는 기운을 끝까지 지탱하는 건 역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몸짓, 무엇보다도 그녀의 얼굴. <펌>

 

어제 본 영화의 리뷰를 <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프랑스 영화는  난해하다.

아니 뒤섞인 얘기를 정돈해서 풀어내기 싫은 꾀가 <펌> 글을 인용하게 만든다

이것도 나이 탓? 해서 체력 탓?

요즈음 모든 걸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나를 슬프게 한다.

 

좌우간  이 영화의 리뷰가 필요했던 핵심은  

우리가 품고 있는 진실백프로 공감해주고 위무해주는 타인이 있을까?

있다한들 각자 몫의 처절한 슬픔과 아픔을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는 절대 고독에 있다고본다.

 

주인공 줄리엣이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은 진실은 실은 공감에 대한 확신이  없기도 했거니와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자기몫의 속죄로만 여겨서일 것 같다.

 

영화를 보고서 아무도 믿지 못한 여인의 이야기구먼 하고  일단 실소했지만,

너무도 사랑한 대상에 얽힌 무참한 진실을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으며 이해받을 수 있겠냐는

줄리엣의 절규가 메아리돼 여운을 깊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