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는 한가지 습관에 젖어 어느새 내 나름대로 상대방을 분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디에 속할까

꽃으로 치면 무슨 꽃이 가장 어울릴까

색깔은 어느 색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이것은 나의 못된 습관일까?

 

1월 29일 김혜경 선배님의 귀국에 맞추어 사진동호회의 번개팅이 송도에서 있었다.

"아리 아리랑"이라는 조촐한 한정식 집엔 20여명이 모여 오늘의 만남을 정답게 녹이고

공교롭게도 오늘이 김영주 위원장의 생일임을 안 전영희님의 센스로 케잌이 준비되고 촛불잔치가 화려하게 열린다.

빨간색 포도주가 가득 찬 예쁜 유리잔을 부딪치며

"환영합니다"  "축하합니다"를 연거퍼 외치며 차유례 회장님의 간단한 환영사가 이어지고

여기저기에서 김혜경 선배님께 드리는 선물 증정식이 있다.

특히 서예가 김영희님은 내일 모레가 입춘이라고 손수 "입춘대길"을 손수 써서  선물로 가져와 모두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이렇게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달려오는 동문들은

재주가 너무 많아 만날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김혜경 선배님은

이런 열의에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운지 본격적인 카메라 작동법 강의에 들어간다.

우리는 복이 얼마나 많은지....

미국에서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다고 누군가의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사진을 처음 배우고, 그 후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심한 손가락 관절염으로 연주를 그만 두고 말았으나

예술에 대한 끼는 어쩔 수 없어 미국에서 다시 시작한 사진예술

정식으로 대학을 다시 졸업하고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었던 지난 10년 세월을 딛고

이제는 어엿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경 선배님

이런 선배님에게서 듣는 강의는 남다를 수 밖에....

주로 인물을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도 아름다움 보다는 분위기에 중점을 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선배님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계절로 치면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여자

장미꽃 보다는 은은한 향기가 좋은 하얀 찔레꽃같은 여자

색깔은 연보라빛의 여자

이런 여자가 김혜경 선배님이 아닐까 감히 단정지어 본다.

 

언제나 청바지 차림에

수수한 단발머리

그리고 화장기없는 얼굴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예술가의 끼가 강하게 서려 있음이 아닐까 해서 부럽기조차 했다.

언제나 나는 저런 향기를 스스로 낼 수 있으려나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런 열정에 취해 눈을 반짝이며 듣는 동문들의 진지한 모습 또한 아름답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 돋보기 꺼내들고 열심히 쓰는 동문들.......

유독 나만이 다른 생각에 젖어 있는 시간

 

격자무늬 창문 너머로는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쨍쨍한데 하얀 눈발은 계속 나린다.

옛 어른들은 이런 날은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여우눈 오신다" 라고 했는데

저 예쁜 눈은 찍을 생각도 안 하고 강의에 열중인 IIcc회원들

 

특히 7기의 유순애님은 올 때마다

하나라도 좋은 것을 알려주려고 애를 쓴다.

이번엔 기공체조에 관한 자료와 7기 친구인 가스펠가수 엄현숙의 CD를 나누어주고

또한 유별나게 아끼는 10기의 안명옥님(전직 국회의원 보건복지부소속)을  가입시켜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런 주려는 마음이 더욱 모임을 훈훈하게 한 오늘

정을 듬뿍 안고 돌아오는 길엔 아스팔트도 여우눈에  우리의 쌓인 정만큼 촉촉히 젖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