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늘은 일찍 오셨네?

저녁을 일찍 먹는게 건강을 위해 좋을 것 같아, 그치요?

 

어젠 좋았어,  수애 그 배우 참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눈물 깨나 흘렸었지?  님은 머~언 고옷에~

오늘도 그럴듯한걸 한편 뗘야지...

길게 소파에 대자로 누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자 남편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예전엔 티비도 같이 보지 않는 그의 냉정함에 맘이 절였었는데...

앤티크?  별로일것 같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네?  그냥 내용을 따라가볼까????

z z z z 얼굴에 피묻은 모습 z z z z  케이크 가게였던거 같은데  z z z z  

아 정신차리고 무슨 내용인지 z z z z

z z z z  문닫히는 소리... 운동 나가나 z z z z

z z z z  멍아, 오빠보러 나가자... 작은아이 친구가 밖에 있나보군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z

 

어머, 이게 뭐야?  2시네... 방에 들어가 자야지...

이사람... 작은아이야, 아빠 어디갔어?

컴앞에 앉아있던 아이, 몰라 나 들어올때 엄마만 있었는데..

지금 2시야, 11시에 나갔다해도 3시간이나 지났어.

내 큰 목소리에 고양이 멍한 눈을 돌려 올려다본다.

 

전화도 안받아.

금요일밤인데 술마시러 나가신거 아닐까?  친구분한테 전화해봐.

아무일도 아니라면... 이 시간에 ...전화할 수는 없지.

내가 우선 강변으로 나가볼게.

내복까지 단단히 입고 목도리도 두르고  산책길로 삼았음직한 아파트 뒷길 유심히 살피며,

강변으로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무섭다....  

어, 저 나무밑 길 걸어오는 사람.... 00 아빠 00아빠 ~

걸음걸이 휘청이는 저 남자 왜 옆에서 부르는데 뒤만 돌아본담?

00아빠 00아빠~

아무리 불러도 뒤만 돌아보는 그를 향해 내가 다가갔다.

어, 왜 여기서 나타나?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리길래 ...

그럼 소리나는 쪽을 봐야지 왜 뒤를 보셔?  이 추운 밤  길에 쓰러져있으면 누가 아는체나 할까?

 

작은아이, 전화가 꺼져있다네.  집 전화는 왜 안받는다지?

 

왜 전화는 안받으셨어?  지금 금방 껐는데...

다시 켜봐요.  기록이 이렇게 많잖아요?  진동울리는 건 알지도 못할 정도로 마시셨군?

누구랑?  아휴,  그친구... 몸 조심해야될 사람이라는데...  또 불려나가셨군.  

어디서?  매점이 커피집을 만든다네... 그래서 비닐막 안에서...

뭔 얘기를 그리도...   힘든 친구들 얘기...   맘만 무거우셨겠네, 옆에서 어쩌지도 못하구...

 

엄마,... 뭐야, 이 번호 무슨번호야?  아빠 찾았어, 너 어디있어?   한강, 경찰에 신고했단말야.

 

넌, 전화번호 바뀌면 알려야지.. 경찰 신고도 엄마한테 연락해본 후 해야지, 바로 해버리면 어떡해?

엄마는 아빠 찾으러 나갔다 온 딸한테 그렇게 말해야되겠어?

전화번호는 어저껜가 바뀌어서 알려줄 기회가 없었구, 경찰 신고는 위치 추적부탁한 건데...

 

깜박깜박 깨어나 내가 영화보고 있었지 하던 기억만 어렴풋하던 소파위의 단잠속처럼

이 사람 내일 일어나 이밤의 소동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할까?

내일 친구들 만나는 날인데.... 자자 자자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