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 졸업 35주년 기념 여행.
이번에 직접 가기 전까지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몰랐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한바탕 질펀하게 놀다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여자의 평균 수명 80이 넘는 시대에
이제 겨우 오십 중반밖에 살지 않은 우리가
지나온 세월 동안에 겪었던 모든 질고를 담담하게 반추해 보며
앞으로 살아갈 숱한 날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
그것이 이번 여행에 담겨진 참뜻이었다.
모든 일상을 다 털어내 버리고
찌들었던 마음과 복잡한 머릿속을 다 비워 내기에 좋은 시간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는
우리 나이가 이제 겨우 인생의 전반전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과
지금이 바로 앞으로 뛸 후반전을 위한 하프타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앞으로는 지레 늙은척 하고 살지 말아야지.
그동안 나만 고생하고 힘들게 살았던양 공치사도 하지 말아야지.
앞으로 남은 세월은 많은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되도록이면 더 많이 기뻐하고 매 순간 감사하면서
함께 동행하는 삶의 동지가 되어준 친구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지.
이번 여행은 내게 휴식과 충전의 좋은 기회였다.
내가 인일 12기라는 사실이 정말로 자랑스럽고 한없이 든든하다.
이렇게 귀한 여행을 준비해 준 여러 친구들 정말 고맙다.
덕분에 아주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게 되었다.
함께 떠날 수 없었던 많은 친구들 생각에 마음 한 끝이 짠하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보자.
춘선아~~
혜숙아~~
바록 나는 가지 못해 섭섭하기도 하지만....괜찮아.....
너희들 한동안
거기서 만든 많은 이야기로 심심하지 않겠다!
생각만해도 공연히 웃음이 나오고 그러지?
너희들 모여 여행간 이야기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국에 가야지..흥!
(혜숙이가 약올릴까봐 ..배아플까봐...ㅎㅎㅎ)
은혜야 ~
니가 오면 자동으로 또 여행 가는거여.
아무 걱정말고 날씨 좋을 때 나오셔.
작년에 우리 태백으로 봉화로 돌아 올 때도 좋았잖어?
올해도 그렇게 또 떠나면 되지. 뭐.
사실 우리들은 아무데나 풀어놔도 괜찮지 않니?
길바닥에 은박지 자리만 깔아 놓으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겠어?
이번에 발리 가서 보니 은혜 너도 거기 왔더라. ㅋ
아마 혜숙이 주머니에 들어 있었을 걸.
내 호주머니에 들어 있었나?
암튼.... 인도양 바다가 아름다울 때 네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을거야.
좋은 경치를 볼 때 떠오르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래.
너도 거기서 아름다운 설국을 느낄 때 우리들 생각 많이 하자너.
자작나무 숲에 눈이 얼마나 쌓였을꼬?
모스크바 강물이 꽁꽁 언 풍경도 아주 근사하지?
그 풍광을 볼 때 우리들도 늘 네 곁에 있지?
그래,춘선아~~
나도 요즘 너희들 즐거운 여행사진과 재미있는 글들을 자주 보니
어젯밤엔 정원이(요즘 글쓰느라 바쁜지...궁금하다)랑 너희랑
무얼했는지 하여간 즐겁게 지내는 꿈을 다 꾸었단다.
춘선아~
너랑 선희랑 여기 놀러 왔을때
우리집 앞에 아름다운 강 생각나니?
올해도 어김없이 그 강이 꽁꽁 얼어서
사람들이 걸어다니고,강아지도 뛰어다니고,얼음낚시들도 하는데
나는 아직도 무서워서 못 들어가보았어.
(혜숙이 흉 볼것 하나 없어..ㅎㅎㅎ)
여기서 맞이하는 세번째 겨울이라
올 겨울엔 꼭 걸어서 그 강을 건너 반대쪽 작은 숲까지 가보려고해
같이 가 주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는데...
(우리 가족들은 강 건너는데 별로 관심(?)도 없고..)
만일 성공하면 증명사진 찍어 올릴까?
어쩌면 글을 이리도 잘 쓸꼬?
사진도 시원하고... ㅎㅎㅎ
너무 재미있었어 , 그치? 춘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