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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졸업 35주년 기념 여행.

이번에 직접 가기 전까지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몰랐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한바탕 질펀하게 놀다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여자의 평균 수명 80이 넘는 시대에

이제 겨우 오십 중반밖에 살지 않은 우리가

지나온 세월 동안에 겪었던 모든 질고를 담담하게 반추해 보며

앞으로 살아갈 숱한 날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

그것이 이번 여행에 담겨진 참뜻이었다.

 

모든 일상을 다 털어내 버리고

찌들었던 마음과 복잡한 머릿속을 다 비워 내기에 좋은 시간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는

우리 나이가 이제 겨우 인생의 전반전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과

지금이 바로 앞으로 뛸 후반전을 위한 하프타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앞으로는 지레 늙은척 하고 살지 말아야지.

   그동안 나만 고생하고 힘들게 살았던양 공치사도 하지 말아야지.

   앞으로 남은 세월은 많은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되도록이면 더 많이 기뻐하고 매 순간 감사하면서

   함께 동행하는 삶의 동지가 되어준 친구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지.

 

 

이번 여행은 내게 휴식과 충전의 좋은 기회였다.

내가 인일 12기라는 사실이 정말로 자랑스럽고 한없이 든든하다.

 

이렇게 귀한 여행을 준비해 준 여러 친구들 정말 고맙다.

덕분에 아주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게 되었다.

 

함께 떠날 수 없었던 많은 친구들 생각에 마음 한 끝이 짠하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