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눈이 많이 온 후 올려보려 했으나 임시저장 해두고  마무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뒷북이지만 작업해 두었던 것이라 일부 수정하여 올려볼께요.

정초 눈내리던 새벽에 시작한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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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눈이 내린 줄 몰랐다.

뉴스를 듣고 블라인드를 말아올려 창문을 여니 아직도 동이 트기 전이라 주변은 희끄무레하였다.

자동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 그 자체였다.

창문 안으로 눈가루가 바람에 쏟아져 들어왔다.

어쩌겠는가~

정초에 마무리할 작업 끝낼 때까지는 카메라를 손에 안 들려했는데

내 손에는 벌써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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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닫은 뒤 아침일을 끝내고 다시 열자 창문 턱에 쌓여진 눈이 보란 듯이 버티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하야니까 아름답다는 것은 순간적일 뿐

오가는 자동차 소리도 안 들려 숨막히듯한 정적이 불편해서  일부러 눈을 밀어 밖으로 뿌려버렸다.

망창을 흔들어 창틀에 쌓인 눈을 짓꿎은 어린아이처럼 밖으로 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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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팔렌즈로 바꾸고 줌인하여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찍어보았다.

마음 속으로는 멋진 장면을 찍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고 있으면서도

몸을 움츠리면서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이치는 눈가루가 책상 위에 몽올몽올 물방울로 변해있었다.

이번에는 앞 베란다로 진출하기 위해 두꺼운 스웨터를 찾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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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지하에 주차 잘했지.

눈 덮힌 장난감 나라에 온 듯하다.

빨간 자동차는 세상을 인테리어하듯 앙징맞고 가장 튀어보였다. 

혹시 몰카 찍는다고 앞동에서 항의들어오면 어쩌나 싶어 빼꼼히 , 아주 빼꼼히 도촬을 감행했다.

역시 아름다운 것은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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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종 걸어가는 행인.

" 엄마~ 오늘 꼼짝 말고 집에 계세요 "

출근을 늦지 않고 무사히 했다는 문자와 함께 덧붙힌 메세지가 웬지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해준다.

종일토록 집에 계세요, 집에 계세요 집에 계세요. 집에 계세요.

딸이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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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 거주하는 회관 정경이 잡혔다.

보기는 아름답게 보여도 그 주변은 늘 외로움을 떨쳐낼 수없는 역사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 카메라에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곳이다.

이 장면을 찍는 순간은 눈보라가 몹시 심하여  눈을 뜨고 내다볼 수없을 정도였다.

밖으로 나가서 찍어볼까?

아냐 추우니까 다시 뒷베란다로 가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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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도 없는데 열심히 출입통로를 만드는 아저씨가 보였다.

눈을 치우면 또 쌓이고 또 치우고 또 쌓이고.

앞뒤 베란다를 오고가며  문을 여닫기를 수차례

렌즈를 바꾸어가며 열심히 찍었다.

추워서 나가기 밍그적대고 있지만 실제는 할일이 아직 남아있다는 부담이 앞서서 일게다.

그럼에도 나는 카메라 놀이만 아침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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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장면은 동영상에서 캡춰를 했다.

역시 도촬이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하얀세상에서 왜 그리 포근해 보이나.

평상시 눈도 주지 않던 것에  의미를 두고 해석하는 것도 오늘같은 날이어서 그럴게다.

눈 치우는 아저씨의 손짓 하나하나에 세상의 의미를 두어본다.

근데, 이 난리북새통에 차를 가지고 나가려나보다. 참으시지....................... 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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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봉고차 바퀴가 헛돌아 장정 서너명이 밀어서 움직였던 자동차가 바로 옆에서 나갔다.

그 장면을 찍으려는데 렌즈를 바꾸는 동안 그만 가버리고 말았다.

저 아저씨는 결국 시동 걸고 나가시네.

부디 길에서 자동차 헛바퀴 돌지 않기만 바래본다.(동영상에서 캡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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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석들 보게나.

키가 작으니 자동차에 올라가서 눈을 털어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런 즐거운 놀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집에 계세요 집에 계세요 딸래미 목소리를 귀에 담아 걸고 결국,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동영상에서 캡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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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나오자 앗! 자전거닷

서순하선배님이 찍은 자전거 나도 찍어보자

적당하게 눈에 파묻혀있고,알맞게 비스듬하다.

눈이 치워지기까지 저 자전거는 저 자리에서 저렇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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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팔렌즈로 가까이에서 찍으니 마음에 쏘옥 들게 나온 사진이다.

사진을 수도없이 찍어도 마음에 드는 것은 별로 없어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마는데

가끔 이런 사진은 나 혼자서 흡족하다.

제목을 모라고 할까......

돌아오지 않는 봄. 노 리턴 오브 스프링. 쿄쿄.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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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사진을 찍을 즈음엔 밖에 나온 것을 후회했다.

눈이 많이 왔다고 뉴스에서 계속 이야길 했고, 창문 밖으로 내다보며 많이 오고 있구나 했어도

실제로 나와보니 발목을 넘어 거의 무릎까지 육박하는 눈이 쌓여있었다.

그 길은 언덕길이라 제설작업도 하지 않아 자동차도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눈은 계속 쌓여서 어딘가를 밟으니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는 턱이어 앞으로 꼬꾸라질 뻔했다.

아뿔싸 , 딸래미 말대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이거 큰일 났구나.

푹푹 빠지고 걷다가, 한사람만 지나갈 수있는 외길로 가다가

마주오는 사람과 서로 몸을 비스듬히 빗겨야만 지나갈 수있는 길에서

귀가를 포기하고 찍은 사진이다.

별 장면도 아니나  등산하는 셈 치고 찎은 것이다.

푹푹 빠지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히말라야 정복하는 기분으로 전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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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산 길에 얻은 예쁜 장면이다.

나는 카메라로 대상을 포착할 때 망가지고 부서지고, 헐벗은 장면에 시선이 먼저 간다.

지난 가을의 흔적이 몹시도 애처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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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저런 자동차에 시선을 넉넉히 준 적 있는가.

오늘은 길가에 방치된 듯 눈에 덮힌 이삿짐 센터 차에 눈길을 잠시 건네었다.

전화번호를 지울까 하다 그냥 두겠다.

공삼둘괄호팔일일다시팔둘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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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도달하자 한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델인 아이들은 눈 위에서 신나게 뒹글며 놀고 아빠는 열심히 찍고 있었다

줌인하여 아래와 같이 도촬을 감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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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질까바 오종종종 걸어 올라갔더니 허리가 아팠다.

사실 내가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는 장면을 찍고 싶었다.

근데 그 순간 왜 서순하선배님이 왜 생각날까.

수도업이 찍었는데 나중에 컴퓨터로 보니 제대로 맘에 드는 사진은 없고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해는 벌써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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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하얀색만 보다 해가 지는 순간 잠시 날이 맑으며 서쪽에 노을이 비쳐졌다.

광각렌즈로 바꾸어 찍었는데 별루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본 천지창조 영화의 하늘이 떠올랐다.

어설프게 찍어 놓고 해석으로 90%는 넘어가는거지.

안 그러면 저 사진은 쓰레기통으로 가야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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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더욱 힘이 들었다.

미끄러질까바 보폭을 짧게 하고 걸으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어둠이 내려버렸다.

 

사실  이번 달은 중요한 특강들이 있다.

그동안 일반인 대상으로 강의를 여러 해 했지만 1월엔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다.

나에겐 나름 중요한 첫경험이다.

올 한해도 한걸음 한걸음 어제보다 조금씩 나은 모습의 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늦었지만 새해 인사와 함께

저를 기억해 주시는 선후배님들께 올 한해도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