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한정식 "두레박"

영하 15도의 맵고 차가운 날씨임에도 방구들은 절절 끓고

교자상위에 맵시있게 차려진 음식들도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년만의 고국 나들이 

열흘간의 중국 여행을 마치고 고향을 찾은 어제 저녁

하룻밤을 자고 부랴부랴 수원에서 이곳 인천으로 오는 선배님을 모두 이제나 저제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차유례 회장님은

아침부터 14년 단골인 이곳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

방을 깨끗이 닦아 놓아야한다, 방은 따뜻한가요, 라는 등등 세세히 점검을 했다고

제일 먼저 도착한 나에게 사장님이 쫓아와 지시대로 했노라 보고를 하며

대체 어떤 분들이 오시나 궁금했다고요.

물론 시간 전에 케잌과 포도주까지 챙겨 오셔서 더 놀랐습니다.

 

김자미 총무님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자마자 앉지도 못 한 채 자리배정등 선 후배가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신경을 씁니다.

역시 오늘도 4기 선배님들이 제일 많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회장님 말씀이 "사기를 팍팍 올려주는 4기들" 이라고요

특히 센스만점인  서순하 선배님은 김숙자 선배님이 추울까 봐 장갑과 머플러를 깜짝 선물로 준비해 주위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한선민 선배님을 앞세우고 오늘의 주인공 김숙자 선배님이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이 내밉니다.

다들 일어서서 반갑게 포옹을 합니다.

홈페이지에서만 보던 얼굴들을 김숙자 선배님은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반갑다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김숙자 선배님의 모습은 홈페이지에서 보던 모습이 아닙니다.

빨간 쉐타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앳된 자그마한 소녀가 눈웃음을 살살 치며 저기 서 있습니다.

갑자기 속으로 나이를 따져 보았습니다.

아! 저 모습은 홈페이지 속의 그 모습이 아니었는데........

 

70년도에 한국을 떠났다는

소래포구 아가씨

논현국민학교 출신이라 게장을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게장은 못 드신다해서 칼치조림을 다시 시킵니다.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입맛도 변하게 했을까요?

현재 살고 있는 버지니아엔 한국 사람도 드물어 노래방도 잘 모르신다고요.

그런 선배님을 위해 친구의 남동생이 특별히 선물을 한 보따리 갖고 이 자리를 찾았습니다.

논현학교 시절의 앨범

선배님이 보고싶어하는 신흥학교 출신 친구를 찾기 위해 신흥학교 앨범에(그 속엔 가수 송창식도 있습니다)

잘 보시라고 커다란 돋보기까지 갖고 온 친구의 남동생.......

우리는 다들 놀랐습니다.

만약 누나를 위해 그런 준비를 하라고 하면 내 남동생은 그렇게 했을까요? 

 

사흘이라는 짧은 일정을

처음으로 우리에게 시간을 내 준 선배님을 위해

케잌 커팅과 함께 빨간 포도주 잔을 쨍그랑 부딪치며 건배를 외쳤습니다.

2010년도 함께 행복하자고요.

 

식사가 끝나고 그냥 헤어질 수가 없어

"달맞이 노래방" 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달을 따야만 할 것 같은 고개 꼭대기에 있는 집입니다.

선배님은 요즈음 한국가요를 전혀 못 하신다고 계속 서서 춤만 춥니다.

당연히 이곳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모르는데 춤만 추고, 노래만 불렀다 하면 몸매가 예쁘게 확 살아나는 전초현 선배님.........

"어디에서 노셨어요?" 라고 기계음이 물어 옵니다.

저런 끼를 갖고 어떻게 인일을 나왔을까요?

선배님 말씀이 자기는 인일여고가 아닌 인일여상 출신이라고요.

다들 못 추는 춤이라도 어울려 덩실덩실 돌아가며 놉니다.

"우리 끼리인데 설마 흉은 보지 않겠지" 라는 대담한 생각이 설마 포도주 한 잔 때문은 아니겠지요

이 밤이 다 가도록 놀아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도

어느덧 6시

 

선배님께서는 3기 선배님들이랑 또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선배님의 어린시절이 녹아있는 소래포구......

소금창고,

기찻길,

한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던 남녀가 이곳에서 같이 떨어져 죽고말아 더 유명해진 기찻길로

요즈음은 연인들이 두 손 꼭 잡고 한손엔 분홍색 솜사탕 들고 벌벌 떨며 건너는 곳이지요.

일본인들의 수영장이 있던 곳,

포구에 죽 늘어선 고기잡이 배들, 어시장, 포구에 마구 펼쳐진 펄펄 살아 뛰는 꽃개의 아우성,

긴장화 신고 손님을 잡아 끄는 아낙의 악다구니 소리,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한입에 넣어 먹는 비리고도 달콤한 맛................

그리고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논현국민학교.

이런 것들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요.

 

선배님

이번 중국 여행중 손문대학등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하셨지요?

정말 중국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았다고요.

선배님께서 소래포구를 보시고나면 그만큼 놀라지 않을까요?

다음에 오시면 꼭 그 곳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선배님 남은 일정 즐겁게 지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홈 페이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