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소리 울릴때만 해두 내마음은 이렇지 않았는데

공연히 심화가 끓어오르는건

우리딸 말대루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 싶다.

 

한바탕 푸념 비슷하게 소리 지르고 (참 더럽게 참지 못하는성격...)

마음을 진정 시키려고 하던차 종심이에게서 전화가 따르르릉~~~~~

울 엄마에게 전에부터 독일서 갖고온 가벼운 담요 선물하고 싶다고 했는데

언제쯤 엄마네 갈거냐는 전화

 

그러지 않아도

엄마가 좋아하는 굴전 부치고 몇가지 반찬과 떡국 긇일 떡

간식을 준비하여

홀로이 새해를 맞이하는 엄마뵈러 갈려구 하던 참인데......

 

기수를 종심이네루 돌러

예쁜 식탁에 촛불키고 종심이가 손수 구운 쿠키와 커피를 마주하니

끓던 심화도 눈녹듯 녹아내리고

엄마의 독촉 전화가 없었으면 아마 종심이네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엄마네 집으로 늦으막히 발길을 돌렸으리라.

 

효성스러운 울 남동생이 일찌기 와서 엄마 모시고 성당 미사 참례하고

점심식사 같이하자고 기다린다니

얼른 나설수 밖에.....

 

모처럼이니 맛난 점심식사 하자고 주안쪽으로 ...

하지만 신년새해 부터 문은 굳게 닫쳐있어 차머리를 신포동 쪽으로 돌려

마침 맛갈스럽게 음식하는 집이 열려있어 맛있게 식사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튀각반찬 사들고

엄마네 집으로......

 

동생은 신통치 않은 변기 완벽하게 수리해주고 서울행....

엄마랑 둘이 만 남은 집은 호젓했지만

따끈 따끈한 방의 훈기로 그런데로 쓸쓸하진 않았다.

 

저녁이 지나고 밤이다 되어도 꺼지지 않는 배가 식욕을 당기지 않게 해

동생이 사 온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차로 저녁식사를 대신 하곤

모처럼 테레비젼에 시선을 주고 있는데

누런 봉투에  두툼이 든 A4 용지를 꺼내시던 엄마

 

"얘야~~~ 내가 입원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경로당에 오셔서 가르쳤던 것이라는데 잘 모았다가 주더구나"

 

"오메!~ 이거 우리 재원이가 하는 기탄수학이랑 똑 같은데!~~"

 

"그러게 치매예방으로 공부 시켰다는구나"

 

"엄마~` 엄마 한번 풀어봐!"

 

나는 어느틈에 시험 감독관이 되버리고

얌전한 학생이 된 울 엄마는 5장을 쉼없이 푸시는데

150문제중 더하기를 곱하기로 착각해 두문제 만 틀리셨다.

 

"엄마~~ 이거 틀렸어 다시 해 봐!"

 

곰곰히 생각하시던 엄마는 싱긋 웃으며 우리 옛날에 하던버릇 그대로

손가락 끝에 침 뭍치고 문지르며 글자를 지우셔서

얼마나 웃었던지.......

 

7살 어린애로 잠시 돌아간 울엄마

경로당 노인네는 손가락 꼽으며 셈하다 어렵다구 모두 포기했다며

속셈으로 척척푸는 당신 자신감을 딸 앞에 뽐내고 싶으셨나보다.

 

지난해 연말

폐렴으로 생사를 넘나들어

자식들의 애간장을 녹이시더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건강을 되찾은 울 엄마

 

올 새핸엔 엄마의 되찾은 건강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족해야 함을

아침부터 심통을 부린 내자신이 유치함에

부끄러워졌다.

 

내친김에 울 엄마 외롭게 주무기는 것 안스러운 맘이들어 아들에게 전화 한통 때리고

엄마 옆에서 나란히 꿈나라로 갔다.

 

모처럼 엄마랑 함께한 잠자리는 포근하고 행복했다.

 

아침식사 후 한 잠 살포시 주무신 엄마 꽃단장하고 경로당 가신단다.

앞마당에 소리 없이 내린  하얀눈 치우고

엄마와 팔장끼고 걸으며  경로당 바래다 드린 길

맘속엔

대신할 아버지가  안 계심에 한없이 그리웁고

그래도 울 엄마 오래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바램이......

살아 계신 동안 지금 처럼만 건강해 주시길 기도 드렸다.

 

잠시 7살 천진한 어린애로 되어주신 울엄마

이렇게 살아 계셔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담번 엄마에게 갈땐 필통에 연필이랑 지우개랑 꼭 꼭 채워 가겠읍니다.

엄마 오래 오래 사세요~~~~~

엄마 사랑합니다.emo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