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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봐 주는 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시댁이 있는 택사스에서 보낸다고
엄마도 어디 좋은데 가서 놀다 와~ 하는 딸.
내가 자기 집에 있는 동안 심심하거나 너무 힘들지 않게 해서 오래동안 묶어 두려고 머리를 쓰는 것이다.

오늘 (20일)  피닉스에 성탄예배를 드리러 칸타타 때문에 왔다가 가니
크리스마스가 바로 다음 주말인데 또 다시 피닉스에 오기 싫기도 하거니와
안 와도 된다는 허락도 일찌감치 받았겠다....
그렇다고 자기도 안 올라온다고 하니 샌프란시스코 빈 집에서 나홀로 집 지키기는 크리스마스에 너무 한 것 같고...
뭘 할까... 어디 갈까...신나는 궁리가 일전에 시작 되었다.
닷새 휴가라니, 육학년 진학을 홀로 기념할 근사한 일이 아닌가!

문제는 비행기 값이 만만치가 않았다.
이렇게 늦게 비행기표를 사려면 얼마나 비싼가 체크해 보니 어디를 가든 평상시의 곱절이다.
물론 딸이 엄마 환갑이라고 천불 수표를 주었으니 그걸 쓰면 된다지만
보통 때보다 두배가 넘는 비행기표를 사기는 선뜻 마음이 안 내키는 것이 
예수님께 죄송한 마음과 평생 쎄일 아니면 상대 안하던 알뜰이 근성때문...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일에 늘 쩔리고, 정가보다 좀 싸게 무얼해야 직성이 풀리는 바보같은 버릇이
마음을 먹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
팔자에 없는 사치를 하려니 무언가 켕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보고 싶은 사람을 보러가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단번에 켕기는 마음을 무마시켜 주는 약이 되었다.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두번째 사람은 하와이에 있었다.
하와이 순자를 생각해 내자마자 순자가 두번째가 아니라 첫번째로 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하와이에서 크리스마스를! 와우!... 그것도 나 홀로 가서!...와우! ...친구와 함께!!! ..와우!!!...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가 다섯시간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여서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고 엄두를 낼만한 것 같았으니 조금씩 배짱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중앙블로그 쎄니베일님의 혼자 하와이 다녀온 글을 읽고는 더 마음이 동했다.
남편도 하와이 이야기를 하니까 혼자 다녀 오라고 오히려 부축이는 것이었다.

자, 하와이 순자로 말할 것 같으면 중 고등학교 6 년을 같이 지낸 친구로 미국와서 다시 만난, 점점 더 정드는 친구!
지난번 친구들 여행에도 같이 갔었고 그때 우리 집에도 친구들과 같이 왔었다.
친구들이 다 좋지만 순자같은 아이는 또 없을꺼다. 그래서 동창 중에 인기 순위 첫째 두째 될 것이다.

무엇이든지 주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풍성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탁 터지게 앗쌀한 친구이다.
꾸밈이 없고 유머 감각이 특출하여 그 친구와 같이 있으면 실실 웃고, 낄낄 웃고, 깔깔 웃고
엔돌핀이 끊임없이 나오게 만드는 친구, 나를 제일 즐겁게 해줄 친구인 것이다.

세상에... 우리 집에 왔을 때 하던 농담은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막 소리내서 한참을 웃어야 한다.
이층의 우리집 가족 사진을 보고 내려 와서는 자기 혼자 하는 말이
"인선이는 그림도 잘 그리지만 거시기도 잘 해서 아이도 많이 낳았군..."
그게 무슨 말인가 하다가 모두가 뒤집어져서 한도 없이 웃었다.
세상에!!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다니..

그러나 이 친구가 그런 말을 하면 하나도 징그럽지가 않고 귀여운 것이다.
고교동창들 모이면 외설스런 농담을 하는 친구도 간혹 있는데
그런 농담을 받을 줄 모르는 나는 아주 귀를 어디다 둘지 모르고 괴로워하지만
이 친구 하는 소리는 다 어떤 선이 있어서 과히 들어 줄만 한 것이다.

하와이는 감리교 선교 백주년 기념 행사로 2003 년엔가 다녀온 적이 있어 그때 그녀 집에도 갔었다.
산 중턱에 전망이 좋은 집 앞에는 산뜻한 진분홍 보겐빌리아 꽃 나무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 나무를 감동으로 만났었고.. 둘러 보는 것마다 너무나 아름다운 하와이 풍경...
쪽빛 바다.. 그 바닷 속 화려한 열대어의 세계...하와이안들의 춤...
그때 마침 동창들 모임과도 겹쳐져서 와이키키 해변에 친구들과 한 나절을 뒹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아주 짧은 여정이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친구를 혼자 독차지 하게 되니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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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떠 오르자 친구에게 무슨 계획이 없는가 먼저 확인을 하였다.
그랬더니 이 친구 대번에 덩달아 들떠 버린다!
야야~ 와라 와. 꼭 와!
너 우리 집에서 자고 먹고 그러자. 내 딸 와 있지만 아빠랑 부녀지간에 나 뺴놓고도 잘 지내니 아무 걱정 없다!
근데 하와이에서 크리스마스 보내는 것은 갑부들이나 하는 짓거리인거는 알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부는 커녕 백수인 내가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이 다 불경기 덕이라는 것이다.
하와이의 크리스마스는 호텔마다 일찌기 동이 나는 때라는 것.
그 후로부터 하루 건너 한번씩 전화를 해댔다.
어떻게 되가니? 표 샀니?.. 마음 변할까봐 절절맨다.

나는 막판에 세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날로 부터 열심히 프라이스라인 닷컴을 들락이었다.
처음에는 비싼 것은 3000불, 가장 낮은 것이 천 백불 이상하던 것이 며칠이 지나니 값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900 불 선으로도 떨어지는 날이 있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도로 올라 가버리는 것이었다. 아이구야 어제 살것을 그랬네...

벌써 하루는 내려가고 하루는 올라가고 아침에 올라가고 저녁에 내리기를 몇번을 했는지 모른다.
딸이 말하기를 어떤 선을 그어놓고 거기에 도달하면 그냥 사란다.
내가 처음에 그은 선은 900불.. 비행기표와 나흘 밤 호텔비이니 그만큼은 각오 해야 할것 같았다.
비행기 표만해도 요즈음 7-800 불 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팩케지가 더 싼 것이 너무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가장 싼 값은 806 불까지 내려 간것을 구경했다.
비수기 가격과 비교해 보니 겨우 200불이 비싼 것인데 그만하면 졸지에 갑부 행세하는 값으로 지불할만 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차 하다가 도로 올라가 버리고 다시 그만큼 내려 오지 않았다.

내려가기는 커녕 어제 주말 막바지에 왕창 200불이 올라가 버렸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다.
얘, 1000불 이상 내고는 안 간다 뭐. 가서 돈 쓸 일도 많잖아..했더니
그냥 제발 오기만 하면 공으로 세끼 다 먹여 준단다.
나도 제발 믿기는 내일 아침에는 도로 800 불 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그러면 당장 살것이다. 떠나기 나흘 전에.
암만해도 크리스마스를 하와이에서 나 홀로, 친구와 보낼 것이 확실한 것같아 입이 근질 근질하다.

사박 오일 동안 사진을 많이 찍고 섬 주위를 많이 걸으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친구 이야기를 많이 듣고 글로 옮기고 싶다.
하와이에 무작정 와서 일본인 2세인 남자를 어찌 어찌 만나 작전을 잘 세워 결혼에 꼴인했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인생 여정에 새로 시작되는 육학년의 의미를 새기며
와이키키 해변을 조용히 묵상하면서 홀로 걷고 또 걸어 보련다.
아무리 마음을 눌러 앉히려 해도 자꾸 들떠 잠도 사흘째 설친다.
밤 68도 낮 82도의 하와이여 내가 너에게로 달려 간다!
.....................

(드디어 736 불에 오늘 아침(21일) 표를 끊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즐거운 성탄절의 기쁜 소식이 동문님들 가정마다 채우고 넘쳐서

행복하고 평안한 날들이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