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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비가 억수로 퍼붓는 밤에 엔젤레스 코랄의 핸델의 메시아 공연에 갔다.

   파사데나의 아주 오래된 감리교회에서  )

 

 

 

 

 

바람이 적당히 부는 한국의 10월 같은 가을날에

정숙이를 만나러 먼 길을 갔다.

낼모레면 한국으로 돌아간다기에.


오랜만에 산길을 통해  PCH 해변도로로 달려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청색의 바다는 여전히 출렁이며 나를 유혹한다.

파도는 달려오다, 하얀 거품으로 스러지기를 끝없이 반복하고

파도타기를 하는 돌고래 같은 사람들도 여전하다.

바다를 보러, 15분이면 올 수 있는데

나는 왜 자주 오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혜옥이네 집에서

우아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을  한 그의 부지런함과 센스에 감탄한다.

혜옥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또 4~50분을 달려간다.


정숙이의 초대로, 우리는 미국 정통의 햄버거 집에서

방금 구워 낸 빵으로 만든 햄버거를  먹었다.  

얨(미국고구마) 감자 양파 튀김도 함께.


‘데니스’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신다.

여러 가지 얘기가 오고 가지만

지나 온 한 해를 생각하며, 우리의 화두는 ‘감사’로 돌아간다.


고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중,

‘살아 온 기적, 살아 갈 기적’이 있다.

김종삼 시인의 ‘어부’라는 시에

‘살아 온 기적이 살아 갈 기적이 된다’  에서 따온 것인데

이것이 그 분의 에세이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말에 깊은 공감을 가지며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

기적이 아닌 것이 있는가 싶다.

남아 있는 살아 갈 날도 역시 기적의 연속 일 것이다.


내일 일을 알 수는 없지만

(‘정숙이는 올드 팝 ’케세라 세라‘라는 노래 중

‘내일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는 노랫말이 들어 있어 그 노래를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 순간이

만날 수 있는 여건이 감사하고

우리의 현재의 삶에 감사한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 행동 할 수 있는 모든 여건

거기다, 내가 가진 ‘열정’까지.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돌아오는 바닷가, 하늘은 오렌지색으로 물들고

태양은 용맹한 장수가 장열하게 전사하는 것같이

바다 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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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옥이 집, 리빙룸 한켠에 세워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투명한 황금색 리본과 방울이 근사한데,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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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매단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