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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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3호 society_line.gif 2009. 12. 22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2회(화·목)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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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한 그릇의 마음

 

  국민소득이 2만 불에 육박하는 나라가 되었어도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극빈층을 제외하고는 이제 끼니 걱정을 하거나 겨울의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신 해마다 휴가 때면 해외여행을 떠나고 겨울이면 스키를 타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정도로 삶의 질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그다지 높지 못합니다.

 

  솔직히 제가 자라던 때에는 상상도 못할 풍경입니다.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고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던 그때에 비해 집집마다 차와 컴퓨터가 있고, 사람마다 핸드폰이 있는 오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호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기 때문일까요? 아니 그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우리 삶의 외형을 키우는 데에는 온 노력을 다해왔지만 우리 삶의 내면을 채우는 데는 그만큼 소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발전이 되고 민주화가 되면 그 자체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밤낮없이 일을 했고 또 급속하게 대한민국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행복에 대해 되묻고 있습니다. 그것은 더 좋은 집과 더 안락한 생활이 삶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행복의 실체는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경제와 정치의 발전은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각자의 방을 갖게 된 오늘 우리는 한 방에서 다 같이 이불을 덥고 자야했던 옛날보다 가족들과 멀어지지는 않았습니까? 핸드폰으로 금세 연락을 하게 된 오늘 우리는 설레며 편지를 주고받던 옛날보다 더 기다림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은 다만 옛날이 그리워서만은 아닙니다.

 

  행복의 실체는 더 많은 것을 갖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오늘에 감사하며 사는데 있는 것임을 자꾸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삶의 가치를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좋은 대학에 가고, 부자가 되기 위해 안달복달하기보다는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맑은 별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고, 집안에 국화 꽃 한 송이라도 피우며 함께 가을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인간답습니다. 부와 권력을 위해 오늘의 소박한 기쁨을 유예하지 않고, 가족과 이웃이 어울려 정겹게 사는 단순함에 행복의 실체가 있음을 아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사실 우리가 수 십 년 전까지는 다 알고 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 겨울, 집집마다 다들 동지 팥죽을 끓였음에도 꼭 이웃들에게 팥죽을 돌렸던 어머니들의 마음을 오래오래 함께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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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황병기

·국악인

·이화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연세대 특별초빙 교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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