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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수요일

제법 쌀쌀해진 날씨만 탓하며 집안에 박혀 있는데 느닷없는 러브 콜을 받았다.

영화를 보러 나왔다며 3 시까지 나오라는 선배언니의 반가운 목소리다.

이렇게 추운날에 무슨 영화냐고 놀라는 나에게 무조건 나오라며 명령이란다.

40분전에 러브콜 이라니......

쉐타만 걸치고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나가니 또 다른 후배도 같이 나와 반긴다.

 "사랑의 추억"이라는 프랑스 영화로 우리 나이에 맞는 영화 같아 굳이 불렀다고.

 

이제는 모든 것이 시들해진 중년부부가 아이도 없이 각자 직업에 충실하며 타성에 젖어 살고있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잠자리에서도 습관처럼 돌아 눕는다

그런 어느 날 여름 휴가를 가고 그 바닷가에서 남편이 실종된다.

같이 누워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다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실종신고를 하고 혼자 집에 돌아 와 기다리던 중

남편의 시체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지만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제서야 남편의 흔적을 뒤지면서 "자살노트"를 발견하고 너무나도 몰랐던 남편에게 경악한다.

"수영을 할 때 돌을 잔뜩 주머니에 넣고 들어가면 영영 떠 오르지 않겠지" 라는 메모 등등

그제서야 요양원에 있는 시어머니를 찾아가 아들의 죽음을 알리는데

시어머니는 놀랍게도 아들에 대해 아내인 자기보다도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에 또 한번 놀란다.

'우리 아들은 물에서는 죽을 아이가 아니지. 만약 자살이라면 모를까?"

 

그 후 여자는 남편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어도 시들하고

교수로서의 사명감도 짜증이 나고

사는 이유 자체를 힘들어 하다

종내는 남편과의 사랑의 추억을 쫓아 밤을 달려 남편을 만나러 해변가로 달린다.

도착한 해변에서 남편의 환영을 보고 뛰어가지만  남편과 엇갈리면서.........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 나지를 못하고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여자의 궹한 눈이 우리를 계속 응시하고 있다

 

흡사 공기와 같아

곁에 함께 있을 때는 고마운 줄을 모르고 한술 더 떠 지겨워 지겨워하다 헤어져야 하는 우리의 인연들

헤어지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에 눈물 흘리는 우리들.

과연 우리는 곁에 있는 인연에게 최선을 다 했는가?

과연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는가?

줄 줄은 모르고 받기만을 바랐던 옹졸한 나는 아니었는가?

백년도 못 사는 우리는 얼마나 오만하고 교만했는가? 

 

이런 끊없는 물음이 화면속의 파도와 함께 넘실대며 몰려오며 몰려갔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다만 지금 무서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선배언니의 동생 남편을 생각하며

"선배님, 동생은 절대로 이런 영화 데리고 오지 마셔요" 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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