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오늘 테디 베어 피크닉 잘 했니?"

 

대이 케어 아이들을 데리고 베이 백화점에 가서 테디 베어 찾기 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던 한 무리의 케네디언 여자들이 이렇게 물어왔다.

아마도 콜린의 엄마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리라.

 

이번 주에는 아이들이 여러가지" 곰"에 관련된 것들을 배우고 있다.

첫 날에는 곰돌이 "푸"가 좋아하는 꿀단지 모양으로  이름표를 만들고 스폰지 페인팅으로 곰발바닥 찍기 놀이도 하였다.

마이클은 검정색으로 제법 그럴듯한 곰발바닥을 찍어 놓았고 아트 놀이에 아주 소극적인 콜린도 연두색과 검정으로 곰발바닥

페인팅 놀이에 참여하였다.

 

어제는 종이 접시를 이용하여 곰의 얼굴과 몸을 장식하고  팔과 다리는 지난 번 눈사람 만들기를 한 것처럼 파이프 클리너로 연결하도록 하였다.

남자 아이들이 블럭 놀이에 열중하는 동안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이  곰 만들기를 하며 삼매경에 빠져든다.

케이티는 종이 접시에 갈색 색연필로 색칠을 하며 곰의 털을 표현해 나가더니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나를 쳐다본다.

"애나, 칠할 곳이 너무 많아요."

 

도움을 청하는 눈 빛을 바라보며  이젤에 놓여있던 갈색 페인트통과 붓을 건네 주자 얼굴 하나 가득 웃음을 띠며 "땡큐"를 연발한다.

 

투정부리기 잘하는 해일리는 아무래도 몸통 붙이기는 자신이 없는 지 곰 얼굴만 아주 작게 그려 놓고

말수 적은 바네사도 이리 저리 구멍을 맞추어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 주일에 두 번만 대이 케어에 오는 그레이스는  파이프 클리너로 연결하는 것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곰의 귀를 붙이듯이  팔과 다리를 몸통에 "척척" 붙여 놓는다.

 

유치원에서 오후 수업을 받고 돌아온 소피는 곰 얼굴을 그리며  코 주변에 점점을 찍어나가면서 코털을 표현해낸다.

혼자 놀이를 좋아하는 소피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공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표현력이 섬세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도 아주 자세하게 표현해내는 아이이다.

 

케이티가 색칠하기 많다고 페인트를 이용하는 담대한 성격이라면 소피는 있는 그대로의 여백의 미를 살려 섬세함을 표현해낸다.

 

"애나, 오늘 저녁에 나는 이 접시에  저녁을 담아 먹을 거예요.  헤헤헤..."

 

소피의  천진스런 웃음 소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맑게 들린다.

드디어 오늘은 테디 베어 피크닉을 하는 금요일.

아이들과 곰인형 찾기 놀이를 나가면서 우리는 책상과 의자를 한 쪽으로 밀어놓고 바닥에  피크닉을 할 수 있도록 커다란 천 조각을 깔아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져온 여러가지 곰인형들은  책상 위에 전시해 놓았다. 

테디 베어 피크닉에는 곰인형들 뿐만 아니라  여러 친구들도 따라 나왔다.

입이 유난히 뾰족한 여우 인형을 가져 온 프란시스,

헤일리의 "크라비"라 부르는 바다게,

부활절에  인기를 끄는 "바니"  토끼 인형을 가져온 콜린,

자기 키보다 훨씬 커서 마치 어른베게처럼 보이는  곰돌이를 가져온 소피.

 

피크닉을  막 시작하려는데 헐레벌떡 하면서 코너가 들어온다.

매주 금요일에는 "짐"에 가서 운동을 하느라고 대이케어에 오지않는 코너가 오늘은 테디 베어 피크닉에 참여하느라고 급히 돌아온 것이다.

 

어찌보면 늘 놀이를 하는 교실에서 곰인형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아주 단순한 행사인데,  이를 대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마음은 아주 큰 기대심으로 가득하다.

 

동료 교사 크리스틴이  아주 자그마한 곰돌이를 꺼내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애들아,  선생님의 곰돌이 이름은 "제이콥"이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곰으로 가지고 왔지. 왜냐하면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

곰인형 제이콥 대신 우리 반 친구 제이콥을 데려가면 어쩌나 싶어서......"

 

우리 반 제이콥은 언제나 안경을  내려 뜨려 쓰고 다니고  행동이 조금 느리긴하지만  벌써 동화책을 줄줄 읽어내려가는 아이이다.

크리스틴의 농담 섞인 이 말에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어댄다.

 

한 주일 동안 아이들은  여러 가지 곰 활동 놀이를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곳 뉴스에서는  자주 곰에 관련 된 사고를 접할 수 있다.

특히, 엄마 곰이 새끼 곰을 데리고 나오는 시기인 봄철에는  잘 모르고 곰의 영역으로 들어 간 사냥군이 공격을 받기도 하고 혹은 산에서 산책을 하다가 갑작스런 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곰"에 관련된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놀이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주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정한 친구로서의 곰이지만  또 다른 면인  곰의   공격성과 야성에 대하여도  자연스럽게 알게한다.

 

아이들은 테디 베어 피크닉을 끝내고  제각기  곰인형들을 안고 침대로  향한다.

테디 베어 피크닉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낮잠 시간에 안고 자는 인형이 모두에게 하나씩 있어서  침대에 갈때는  꼭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아이들의  잠든 모습은  그대로  천사 이다.

문득 자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테디 베어"라고 부르는 걸까?

지난 번 캘거리 하키팀이 모금운동을 할 때에도, 밴쿠버 올림픽 홍보 행사 때에도 사람들은 "테디베어"를 팔았고 그 테디베어를 갖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것을 보았었다.

 

점심 시간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교사 웬디에게 물어보았다.

 

"애나,  테디는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의 닉 네임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넷을 찾아봐."

 

인터넷에는 아주 친절하게 "테디 베어" 의 유래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었다.

 

" 1902년, 미국 42대 대통령 테오도어 루즈벨트는 남부 지방으로 곰사냥을 떠났고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루즈벨트에게 한 측근은 꾀를 내어 새끼곰을 잡아다놓고  대통령에게 방아쇠를 당기게 하였지만 루즈벨트는 끝까지 사양하였다는데...

 

이 미담이 전해지자 뉴욕의 한 장난감가게에서 새끼곰을 모델로 한 인형을 만들었고  "테오도어"의 애칭인 "테디"라는 이름으로

붙여졌다는 것이다.

 

무심히 사람들이 부르는대로  따라 불렀던 "테디 베어"에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