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절임 배추로 김장해 보니 세상에 어찌나 편하던지 올해도 절임 배추를 사기로 다짐했다. 

마침 미장원 원장님이 해남 절임 배추로 김장했는데 너무 좋다며 명함을 건내주기에 12월 3일자로 20키로를 주문했다.

동치미랑 총각김치는 한 통씩 해 놓고 절임배추를 주문하니 벌써 김장을 다 한 듯 뿌듯했다.

 

12월 2일, 무랑 양념거리는 미리 사서 다듬어 씻어 놓고

당일 아침,  늦장피는 남편에게 아양 떨어 채 칼질을 시켜 놓고

나는 양념거리를 썰고 풀국을 쑤며 김장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점심때가 다 되도록 택배 아저씨  전화가 없다.

해남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맙소사 12월 5일 30키로로 써 있단다.

기가 막혀.

 

"아줌마, 그거 딴 집 건가 봐요. 며칠 전에 제가 2만원 부치고 나서

너무 짜지 않게 절여서 12월 3일에 보내달라고 까지 전화했잖아요."

"그럼 어떻해요?"

"어떻하다니요? 지금 무채까지 다 썰어놓고 앉아서 배추 오기 기다리는데요.

절인 배추 있으시죠? 빨리 속달로 부쳐주세요."

"배추는 있는데 여기는 속달 같은 거 없어요. 그냥 내일 김장하세요. 죄송해요.

오늘 택배로 부치고 전화 드릴께요,"

 

채를 다 썰고 일어나며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러게 왜 하던 곳에서 하지, 몇 푼이나 싸다고 초짜에게 시켜!"

아이구 저이까지 왜 저런다냐.

이미 엎질러진 물,

속을 가라앉히며 김장준비 끝낸 모든 것을 원위치 시키고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없어 다시 전화를.

혼자서 일을 하다보니 바빠서 전화를 못했단다.

전화 번호 적어 넣었으니 아침에 전화 올 거라고 바쁘니 끊으라네. ㅎ

 

다음날,

사전 전화도 없이 택배 아저씨가 오전 중에 들이닥쳤다.

그래도 일찍 온 게 반가웠다.

"전화도 없이 일찍 오셨네요?" 

"전화 번호를 똑바로 써야지 전화가 되죠."

아이구 답답한 이 아줌마, 이러고 어찌 장사할꼬.

 

상자를 북 뜯어보니 배추가 속이 노란 게 제법 맛있게 생겼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배추 속을 하나 뜯어 입에 넣는데,

오메나 이를 어째, 소태다 소태!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왜~?  짜?"

"짠 정도가 아녜요."

"갖다 버려!"

짠 음식은 절대 안 먹는 사람이니 화가 나서 한 말이겠지만

속 터져 죽겠는데 무슨 말을 그리하냐고 불똥이 몽땅 남편에게로 튀었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옴팡 뒤집어 쓰고

평화주의자인 그이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그러게 왜 불난 집에 석유를 뿌리냐고요. ㅋ

 

해남 아줌마한테 수화기를 들었다가

에이~,  말자.

나처럼 얼벌벌한 아줌마가 살겠다고 처음으로 김치장사 시작했나 본데

전화 해 봤자 무슨 해결책이 있겠냐 싶어 수화기를 그냥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저 웬수 덩어리를 어찌하누.

암담하여 망서리는데

그이가 덥썩 들어 통에 쏟아 넣고 수돗물을 요란스레 틀어 버린다.

두 번을 씻어서 먹어봐도 영~ 아니다.

올 김장은 글렀구나 생각하니 눈물까지 나려한다.

 

무채에 최대한 간을 약하게 해 놓고 맛을 본다.

맛이 있을 턱이 없다.

아이구 약 올라라.

 

그래도 그이더러 배추에 속을 얹어 간 좀 보라고 하니

무슨 독약을 먹으라냐는 듯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김장때면 배추 속을 하도 먹어대서 탈난다고 제발 그만 먹으라고 성화를 댔었는데.  이그 ~

에이 이번 김장은 나 혼자 배터지게 먹게 생겼구나. 

 

무우 몇 개 숭덩숭덩 썰어 사이사이에 넣고 뚜껑을 닫으며 제발 먹을 수 있게만 되길 바란다.

 

친구가 보내 준 비싼 고추가루랑

손수 담가 보내 준 젓갈이랑 아까워서 어쩐다냐.

맛있게 익으면 한 포기씩 나눠주려 했는데

통 들고 한 포기씩 걷으러 다니게 생겼네.

아이구 속 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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