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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12시다. 무엇들 해? 빨리 묻지 않고?”

    귀를 의심케 한다.

    자신의 아버지 시신이 담긴 관을 빨리 하관하자고 재촉하는 가까운 친척형의

    외침이 들린다.

    무엇인가에 상당히 심사가 뒤틀려 장례절차를 대충 치르고자한다.

    만사가 귀찮은 것 같다.


    “뭐해!” 또 다시 소리친다.

    오만 평의 과수원 옆으로 고속도로가 나고 땅값이 천문학적으로 올라

    그간 틈틈이 증여받아 거부들이 된 형제들이 남겨진 만여 평의 상속분

    법정다툼으로 남남이 된지 오래다.

    결국 대법원에서 막내에게 패소한 장남의 불만이 이렇게 표출되고 있다.

    “공수래공수거” 누구나 마지막으로 갈 때 빈손으로 가건만...

    벽장 속 잠자던 엽총이 꺼내져 살기를 띠고 법정에서 주먹과 심한 욕설이

    오가는...

    재산이 뭐 길래? 그리고 인간의 욕심이란 어디까지 인가?


    봄이면 수 만평의 과수원에 복숭아, 사과, 배꽃이 흐드러지게 펴 장관을

    이루고 여름방학 때 어머니 따라 놀러 가면 수많은 과실이 주렁주렁 열려

    반기던 곳,

    원두막이 지어지고 품삯의 인부들이 수없이 오가던 곳,

    멀리 전기가 들어온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참 평화롭던 그 곳 뒷산에 오늘 농장 주인이 묻히고 있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땅보탬이라곤 서너 평 남짓...

    부귀영화의 모든 것을 이승에 두고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다.

    조카들에게도 수천 평의 땅을 나눠주려던 계획도 어찌된 연유로 무산되고...

    미련이 남은 형은 코를 벌름이며 최선을 다해 하관 식에 참여한다.

    흰 천을 지렛대 삼아 천천히 내려지는 관...


    그런데 순간 예를 갖춘 검은 정장차림의 형이 갑자기 미끄러져 아래로 쳐

    박히는 것이 아닌가?

    충정심의 발로?

    형은 파 놓은 구덩이에 먼저 내려가 당황한 눈빛으로 위에서 덮치듯 내려오는

    관을 누워 쳐다보고 있다.

    "어이쿠!"

    신사복에 진흙은 잔뜩 묻고...

    어찌할바를 몰라 버둥거리는 형....무덤에 든 기분은 어떨까?

     

    모두가 놀라 “앗!” 소리를 내지른다.

    본인은 얼마나 놀랬을까?

    방향각을 잡으려던 지관도 놀랜다.

    하마터면 형이 먼저 묻히게 될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산자에게 어찌 이런 해프닝이...

     

    한때 조카로서 증여대상에 이름이 거론되던 차 생질에게 주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음에 마지막 까지 따라 내려가 항의라도 하려는가?

    말씀이라도 하지 말고 돌아가시지...

    하긴 형제들의 싸움판에 어디 사촌까지?

    저승길의 고인은 묵묵부답 말이 없다.

     

    “형님, 이미 당상관으로 건강과 명예를 가지셨거늘... 무얼 더...”

    바랄 걸 바래야지...이미 상황은 끝인데...

    이를 지켜보시던 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시며 한 말씀 하신다.

    “뒤틈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