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1월 30일 그러니까 내일은 12월 1일 겨우 하루 차이인데 굉장한 느낌의 차이.

작년은 50대의 끝이었고 금년은 육십대의 시작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거기서  느껴지는 세대간의 엄청난 괴리감.

눈도 침침한데  안보이던 주름들이 보이기도 하고

 처음 경험하는 듯한 새로운 두통도 노인성 질환 같기만해  이래저래 우울하다. 

그래도 아직은 생각의 꼬리가 끊기지 않은게 신기해서 주저려본다

 

얼마 전 운전하면서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 멘트가 흘러 나왔다.

공자님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셨을까요 그럼요 하면서 古典 전공의 교수가 대답하는데

미워하는 사람의 유형이 줄줄이 나온다.

사대 聖人에 속해있는 神에 경지에 있는 분도 미워하는 사람의 유형이 줄줄이 있는데

우리네 범인들이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들 대수랴 하는 안심되는 기분이 순간 들었다.

 

유년 시절 읽은 책 중에 지금까지 줄거리가 각인되어 있는 책중 하나가 `소공녀`이다.

비슷한 제목에 `소공자`는 이미 줄거리가 거의 집히지 않는데 `소공녀`의 줄거리가 아직 선명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소공녀의 주인공인 세라를 괴롭히는 라비니아드와 편파적인 민친 선생 때문이다.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영국의 사립학교에 어느날 인도에서 세라가 전학 온다.

물론 부자 아빠에, 얼굴도 예쁘고 마음 착하고 상냥한 어린 아가씨.

 라비니아드는  학교 최고의 인기 위치였던 자신의 자리를  세라에게 빼앗기는 위기를 느끼며 그녀를 사사건건 괴롭힌다.

 

책속에 라비니아드가 어렸기 때문인지 라비니아드는 무한한 공상을 심어줬다.

그대로 자란 그녀가 돼있을 어른의 위치는 어떨까 하는.

책을 읽은지 삼십년 가까이 된 삼십대 후반에 동네에서  어떤 여인네를 만나면서 라비니아드가 환생되었다.

놀랍게도 도처에 살아있는 라비니아드 들.

부유하고  예쁘고  공정하지 못하고 변덕스럽고 미성숙하여 유치한 사람을 보면 아! 저이는 라비니아드구나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반면교사인 그녀!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으면서 내가 반한 인물은 주인공인 스카렛이 아니고 그녀의 戀敵인 멜라니였다.  누구를 미워할 줄모르기 때문에 늘 평화로운 그녀.

남북전쟁 와중에 애틀란타 사회 봉사의 선봉장이 되는 외유내강한 그녀가 놀랍기만 했다. 

 

이래저래 심난한 요즈음 양희은이란 이름에 이끌려 흘러간 TV프로를 본다.

얼렁얼렁할 줄 모르는 단호하면서도 정직한 그녀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가을이 깊다.

너무 라는 부사는 부정문을 수식해야 하는 것이지만 요즈음은 아무데나 쓰고 싶다.

너무 아름다운 계절에 너무 착한 사람이 너무한 병에 걸려서 너무 슬프다.

행복이여 그대는 無常해야만 하는가?

`너무`여! 오기 앞에 굳건히 달라붙어 몹쓸병을 쫓아내줄 수는 없는가?

너무한 오기로 무장하여 제발, 부디 병마와 싸워이기기를 빌고 또 빈다.

그리고,이제야 겨우 또 神을 찾게되는 너무 유치한  죄인을 용서하소서.

 

생각에 주름이 잡히기 전에라는 명분으로  주러리 주저리 한 사연이나마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이 시간에라도 감사하며 기운을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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