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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 만에 집에 돌아오니 얼마나 많은 할일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빌 정리에, 고장난 것 고칠 일에, 오래동안 굶주린 남편 먹이기에, 그리고 청소에..

구석구석 많이 낀 먼지를 닦느라 입 안까지 부르트며 일주일을 꼬박 소비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집에 큼지막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곧 집안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이다.

 

남편이 많은 반대와 우려를 무찌르고 혼자서 마루를 깔아 놓은 것이다!

물론 생전 못 하나 박을 줄 모르는 남편이 직접 깐 것이 아니라 

솜씨 좋은 멕시칸들을 고용하여 이렇게 혼자 해 치운 것이다.

 

시카고로 떠나기 전에 아주 많이 싸웠다.

실은 샌프란시스코 작은 딸 집에 있을 때 부터 전화로 싸우기 시작하였다.

꼭 마루를 깔고 싶다고 날마다 전화를 해대서

그런데 쓸 돈이 어디 있느냐로 대답하고 아이들과 합세해서 반대하고 싸왔다.

 

경기 후퇴로 집 값도 거의 반이나 떨어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 집에다 돈을 더 들인다는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더구나 아직도 4 년 밖에 살지 않은 새 집이고 두사람만 살아서 카펫 상태가 멀쩡하지 않은가? 

10년 쯤 지나 카펫 갈 때가 되면 생각하지 왜 돈을 공연히 지금 쓰느냐 말이다.

 

금방 사업을 말아 먹은 우리 주제 파악도 못하고 어디서 돈이 나오느냐고!

밥알도 세어가며 먹어야할 처지가 아니냐고!..

남편은 할부로 갚아도 된다고 했다가(계산이 그리도 안될까? 할부 갚을 돈은 어디서 생기는데),

아이들에게 걷자고 했다가(기가 막혀서! 아이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자동차 한대를 팔자고 했다가(그까짓 헌 차 얼마나 받길래),

고모에게 빌리자고 했다가(언제 맡겨놓았나? 떡줄 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이때를 놓치면 언제 할소냐 하면서 졸라대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도 이빨이 먹혀드는 일이 아니었다다.30111223_2.jpg

 

그런데 가게 데파짓을 5 천불이나 고이 돌려 주는 바람에,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지, 매달 체크에서 자동이체를 해갔던 어떤 광고주가

내가 캔슬했던 날자 후에 잘못 빼 갔던 것이라면서 3 천여불을 돌려 주는 횡재에,

신이 나서, 당당하게, 감히 온 식구의 반대를 싸그리 무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귀한 돈을 요즘같이 세월이 수상할 때 꼭 그렇게 단번에 잡아 먹어야 되느냐 말이다.

 

앞으로 수입없이 살아야 하는 현실 파악이 그렇게도 안 되는,

꼭 마루 귀신들린 것 같은 대책없는 남편!

평생 돈 걱정일랑 나한테 몽땅 미루고 자기는 U C...

 

억지로 이해하자면 시카고에서 30년 살던 그 낡은 집 전체에 마루를 깔고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이렇게 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자연스런 마루의 결이 집 분위기를 아주 고상하게 만들어 주어서 사는 동안 행복했었고

덕분에 집을 내놓자 마자 단방에 팔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집을 처음 지을 때부터 조르기 시작했었고 자기 딴엔 오래 기다린 것.

 

결국 생전 이겨보지 못한 고집쟁이 고집에 또 눌려 점점 밀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바보가 또 말려 들어가서 허락하긴 했지만

양보하는 대신에 최저로 적게 돈드는 작전을 쓰기로 하면서 져주기로 한 것.

 

부엌쪽에 싸구려 타일을 벗겨내고 마루를 깔자는 것은 처음부터 일소에 붙이고

또 너무 넓은 내 방까지 꼭 깔아야 된다고 아우성치는 것을 회유와 설득과

아니면 집 나간다고 최종 위협을 거듭하여 그것도 안하기로 하였다.

마루는 청소하기 힘든 계단과 이층 거실과 아래층 가족실로만 국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아래층 카펫있는 나머지 부분에는 타일과 마블로 깔아 비용을 줄이기로.

돈이 없으니까 똑똑해 지는 감이 있다. 재고 또 재고 이 사람 저 사람 수 없이 견적 뽑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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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예상 했던 금액이 1800 스퀘어 풑에 18,000불 정도 였는데

결국 6 천불 남짓으로 1100 스퀘어 풑 만하고 남편의 소원을 대강 들어 주게 된 것이었다.

반 값도 안 받고 일해준 멕시칸들에게 감사!

 

요즈음 남편은 있는대로 기분이 좋아 있다.

나도 사실은 돈 생각하느라 그랬지, 마루 좋은 것 왜 모를까?

정말 자연색조의 붉은 기운이 도는 브라질리안 체리 마루가 너무나 멋지다.

청소도 쉽고 알러지 걱정없는 깨끗한 마루가 얼마나 보기도 좋고 감촉도 시원한지!

마루 깐 날부터 날마다 어린애처럼 행복해 하는 남편을 보는 나도 행복하고..

 

평생 울 남편 고집 피워서 여러번 손해와 힘든 일을 내게 만들어 주었었는데

그래도 두어번쯤은 덕을 보였다면

이 집 이사올 때 너무 장사가 안되어 주저하던 것을   

새 집에서 한번은 살아보고 싶다고 아우성을 쳐서 못 이기는 체 들어왔던 일과 

이번에 마루 놓은 일일 것이리라.

이제까지 감사하게도 큰 문제 없이, 하나님의 은혜로, 분에 넘치는 전망 좋은 이 집에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쉼과 위로를 얻었던지...

또한 지금 마루를 깐 계기로 오래도록 이 집을 더욱 사랑하고 행복해 하며 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아직도 내 방까지 마루를 깔아야 자기 직성이 풀린다고 헛소리를 가끔하는 남편!

절대로, 결코, 정녕코, 다시 말려들어가는 일은 없으렸다!ㅎㅎㅎ(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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