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미대 후배가 내게 말했어요.
시드는 꽃도 아름답다고..
시드는 꽃은 쓰레기 통에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애의 말은 생각을 좀 하게 만들어 주데요.
나이 들어 가면서 가끔씩 그 말을 곱 씹어 봅니다.
아름답다고 보아 주는 사람에게는 시드는 꽃도 아름답겠지요?
흔한 아름다움 보다 남들이 보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기른다는 것은 창조적인 일일테지요.
온실에서나 사람들의 보살핌을 많이 받고 키워지는 꽃들은 당연히 아름답고
사람들이 아끼는 꽃들이 모두 다 예쁜 것도 분명하지요.
그런데 요새 새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서 들판을 헤매며 찍어 대다가 보니 잡초도 참 아름답더라구요.
사람들이 귀히 여기지 않는 꽃들과 잡초들...
특히 시카고 남서부 교외에서 전에는 수도 없이 지나치던 들판에 자라는 잡초와 들꽃들의 세계가 아름다운 것을
정말 처음으로 깊이 느껴 보았어요.
인생도 아무 고생하지 않고 온실에서 자란 화초같은 인생도 복되고 좋겠지만
잡초같이 고생하며 함부로 자라 나름대로 꽃 피는 인생도 멋진 것이라고 비유해서 생각해 봅니다.
그런 민초들을 많이 보았어요.
나 자신도 그중의 하나기도 하구요.
우리가 이민 와서 낯 설고 물 설은데 와서 생 고생을 하면서 살아갈 때
아무리 한국서 고이 자랐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잡초같은 인생이 되고 말았어요.
도저히 할수 없는 일도 아이들을 생각하고 참아 냈고
남의 땅에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 치며
많은 것을 내려 놓고 마음을 비우며 살아야 했었는지요.
다시 시카고에 와서 전에 일했던 곳에 가보니 그런 세월이 있었던 것이 기억에 가물가물해요.
드라이클리닝 액체를 끓여서 새로 정수할 때
얼마나 자주 넘쳐서 치우느라 그 냄새를 맡고 혼이 났었던지...
나 같이 냄새에 민감한 사람에게 그것처럼 징그런 고역은 없었죠.
그 당시는 아이들 넷을 거느리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사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할때도 많이 있었는데
이제 많은 날들이 지나 돌아 보니
그렇게 산 것이 꼭 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온실의 화초같은 아름다움은 없어도 밑바닥에서 살아남은 것이 더 귀할수 있다는 것을요.
아직도 고생의 한복판에서 절절매며 애쓰는 친구들을 보면서
모든 것이 다 지나갈 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악착같이, 잡초같이 살아 남아 있기를 격려해 주고 싶어요.
모두 다 힘든 이 어려운 때에 끝까지 잘 견뎌 주기만을...
며칠 전 어떤 사람이 철모르는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놓고 혼자 저 세상으로 떠났어요.
한때 잘 나가던 옷가게들이 고전을 해서 파산을 생각하다가 우울증에 걸려서
그랬다고 하네요.
미국 땅에서, 파산 보호법이 잘 되 있는 나라에서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였을까요?
그동안 살림만 하며 곱게 살게 해 주었던 부인과 아직 학생인 자식은 어떻게 살라고 그리했을까요?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요즈음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이겠어요?
집을 잃어버린 사람, 사업을 잃어버린 사람,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
건강을 잃어버린 사람, 너무나 많아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 부디 죽지 않고 살아서 좋은 날이 오는 것을 볼수 있기를 기다려 봅시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 남아 꽃을 피울 때를 볼수 있기를...
이번에 고모는 내게 자꾸 말하데요.
"사노라니 언니도 지금처럼 좋은 날들을 지나는군요..."
비록 크게 여유롭지는 못해도 걱정 근심 없이 손자들과 놀며
사진기 들고 돌아 다니는 것이 참으로 보기가 좋고 부러운 모양이에요.
그래요. 잡초처럼 살던 저도 이렇게 잘 살아내고 웃음을 지으며 사는 날을 맞았으니
날마다 아직도 빨래 해서 다림질을 지긋지긋해대는 고모부도..
그런 중에도 매달 떨어지는 매상으로 비지네스가 내일 어찌 될지 고민하는 고모도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있다고 애써 스스로를 격려하는 ㅅ님도
힘을 낼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9년 9월)
옛날에는 이런 표지판이 붙어있는지도 몰랐어요. 너르고 너른 들판에 풀만 잔뜩 있는데...
조금씩 가을 물도 들어가는 들판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참 행복했어요.
작은 개울이 있어서 좋았어요.
생명력 충만한 들꽃들에게서 위로를 받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속에서도 바깥을 내다 보면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이사진은 새벽에 찍은 것인데 안개가 멀리 있어서 가까이 가 보았습니다. 그 주위에 많은 들풀들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잡초들입니다. 그런대로 참멋이 있더라구요.
아주 평안하고 조용한 들이 시카고에서 한시간도 못되는 데에 널려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요.
|
잡초도 아름답다.
시드는 꽃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이 세상도 아름다운 것 같구나.
우리 교회에 2년 전에 젊은 새목사님이 부임을 해 오셨거든.
뭔가 새롭게 시작하자고 다짐들을 하셨는지 장로님들이 자꾸 아이디어를 내시는데(쓸데 없는 게 태반 ㅎㅎㅎ)
음악부장 장로님 생각으로 매주 헌금시간에 돌아가며 연주를 하게됬어.
나이드신 분들이 이렇게 취미생활을 많이들 하고 있는 줄 몰랐다.
매주 하다보니 삑삑거리는 색소폰에 깽깽거리는 바이올린에~~~~~~~~~~~~~~~~~~~~~~~~~~~~~~~~~
처음 서는 무대라서 쩔쩔매는 그 모습들!
덕분에 친구따라 시작하신 분들이 많아서 완전히 음악붐이 일고 있다.
난 매주가 참 은혜로운데 여론을 들어보니 반드시 나처럼 느끼는 것은 아니더라.
예배가 무슨 학예회냐. 어느정도는 해야지~~~~~~~~~~~~~~~~~~~~~~~등등!
나에게 동조를 구하곤들 하는데 "난 괜찮은데................................".하면 다들 실망한 기색이다.
우리 지휘자권사는 "유집사님은 전공하셨는데도 저런데 참 너그럽더라" 뭐 이런다.
사실 난 전공자들에게는 무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성실하지않은 것인데 대개 불평하는 사람들은 참 어중간한 재주들을 가진 부류다
교회 안에서 중창단이다 뭐다 하면서 제법 노래깨나 부른다고 자처하는 사람들!
실제로 연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가를 잘 모르는 사람들!
또한 부류는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은
자기 비슷한 사람들이 나가서 뭘 하는 게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난 열심히 하는 자체가 아름답던데 그사람들은 고 작은 (내가 보기엔 그거나 저거나 낙제점은 마찬가지더구만)
차이로 예배를 망치느니 어쩌니 하고들 있다.
실제로 한 일년 후에 들어보면 엄청 발전들을 한다.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니네들이나 뭐 그게 그거두만"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ㅎㅎㅎ
주일예배 성가대지휘자는 피아노 조율 못한다고 징징~~~~~~~~~~~~~~~~~~~~~~~~~~~~~~~~~
자기가 데려온 조율사도 엉망이긴 비슷한데.ㅎㅎㅎ
나보고 말 좀 하랜다.
내가 "교회 피아노가 거기서 거긴데 뭘 그리 까다롭게 하세요? "하면 영 불만스러워한다.
속으로 "너나 잘하세요. 성가도 조율보다 날 게 없어요."요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엉망연주에 엉망소리에 너그러운 사람으로 되어 있다.(아마 귀가 나쁘다고 여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