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 길을 우리는 6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다녔습니다.  

아카시아 향내를 맡으며 장미 향기에 취해서 재잘대며 걷던 이 길이

아카시아 향내와 비슷한 칡넝쿨 꽃이 우리를 반기고 하얀 찔레꽃 향내에 마음을 뺐기면

어느새 보라빛 무궁화가 다투어 피고지며 말을 겁니다

무너져 내린 원형교사와 연못에 마음 아파 하지만

개교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홍익인간" 이라는 기념비가

그냥 그자리에 우뚝 서 있어 그나마 우리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새 단장을 위해 공사가 한창인 중에

비까지 억수같이 쏟아져 장화가 그리운

진흙투성이 인데도 우리 50여명은 아랑곳하지않고 등교를 합니다

보충수업중이라 조심조심 컴교실로 들어오는 복도도  이색적입니다

복도에 아름답게 펼쳐진 알록달록 우산의 행렬이 후배들 대신 다소곳이 인사를 합니다

우리 학창시절과는 너무 다른 또 다른 모습입니다

예쁜 우산을 가져보지 못한 우리 세대는 지우산 검정우산 정도였지요

 

컴퓨터가 없던 아날로그 세대가

디지탈 세대에 뒤지지 않으려고 오늘 다시 인일을 찾은 것입니다

제 3회 컴퓨터 교실

지독히 무더운 여름을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인일 컴교실에서 돈 한푼 안들이고 보냈습니다

9시에 등교라 아침을 인일여고에서 제공하는 빵과 커피 한잔으로 때우고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3000원으로 때우고

또 다시 댄스 스포츠로 몸을 단련합니다

공부하느라 지쳐있는 심신을 운동으로 날려 보내는 지혜를 우리는 벌써 터득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5기의 함정례 선배님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빤짝이며 열심인데

오후에도 무릎이 좋지않아, 하다 쉬며 하다 쉬며 하면서도 따라와, 정말 "인일의 딸"임을 실감했습니다

또한 말 한 마디 마디 우리 말을 어찌 그리 품위있고 아름답게 쓰는지 놀랐습니다

20여년 이상을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살았으면 어쩌다 중간중간 영어가 튀어나올 법도 한데 그 흔한 ok 한 마디 듣지 못 해 놀랐습니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영어를 어설피 쓰는 법입니다." 라고 했다나요

목회자라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가요?

남의 나라 말로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같이 울 수 있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일까요?

선배님 어렵고 힘들게 가는 길에

은총이 함께 하기를 공부하는 내내 기원했음을 아시는지요?

 

공부가 끝나고  마지막 날

양평의 힐 하우스에서 수료식을 가졌습니다

공부만 열심인줄 알았더니 제대로 놀 줄 아는 멋쟁이들 입니다.

분위기에 맞추어 옷도 차려입고

창 넓은 창을 통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함께 추는 춤은

강물을 차고 올라가는 새들의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이 한순간

비상하는 비익조가 되어 다들 어떤 꿈을 꾸었을가요?

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우리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었을까요?

오늘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행복했습니다.

 

노래 여흥시간 중

2회 선배님들이 "검은장갑"을 부르니 14기에서 "저런 노래도 있어? "합니다.

그걸 전해 들은 차유례 선배님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주부터는 노래와 춤을 개인 교습을 받기로 작정했답니다.

왜냐하면 어린 후배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려면 그만한 투자와 노력은 해야 된다는 다짐의 말이었습니다.

계속 경로당 노래 수준으로 나가면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요

2기 선배님들 말씀이 이제는 어디를 가도 웃어른 노릇을 해야되니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힘든 일이라 하십니다

젊어서는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다 용납이 되었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이제는 모든 행동에 책임이 뒤따라 무섭다고요

14기의 이숙용후배님이나 최인옥 후배님을 보면 통통 튀고 얼마나 예쁘냐고요

그때 제가 선배님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선배님! 선배님만이 그런 길을 가시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도 바로 그 뒤를 곧장 따라가지 않습니까?"

선배님들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살아가야지" 하며 얼마나 다짐을 하는데요

한 울타리에서 자란 동문이라는 끈을 우리는 놓지 않을 것입니다. 

 험한 산을 오를 때

우리는 자일에 몸을 의지하고 "인일"이라는 하나의 밧줄에 매달린 동문들입니다. 

부귀와 영화가 있던 없던 그런 것은 다 부수적일 뿐입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주어진 몫을 열심히 살아내기 위해 그 밧줄에 몸을 의지하고  함께 오르는 중입니다.

이번 컴교실은 이렇듯 배움에 앞서 선 후배와의 정이 차곡차곡 쌓여 더욱 보람된 날들이었습니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두물머리라 했듯이 우리의 두마음은 오늘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 흐르는 아름다운 강물처럼 말입니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오늘을 기억하며, 공부한 만큼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하게끔 배려해주신

가족 여러분에게도 감사 말씀올립니다.

댁내 가정에 항상 웃음이 그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