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시인은 노동과 수면(睡眠)의 구별이 없는 존재다.
어느 프랑스시인은 잠자리에 들 때 침실 문 앞에 '지금 작업 중'이라는 팻말을 붙였다고 한다
. 꿈속에서 시인들은 시의 바다로 항해를 떠난다. 하지만 시인이 아닌 사람이라도 잠은 자야 한다.
누구나 잠을 통해 일상의 틀을 벗어난 또 다른 삶을 산다.
정끝별(45) 시인은 2008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크나큰 잠〉을 통해
잠 또한 삶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삶이 크나큰 잠의 한 부분이라고 노래했다.
시인은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오늘'이지만,
'내겐 늘 한 밤이 있으니/ 한 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라며 밤이 제공하는 잠의 세계를 예찬했다.
낮에 깨어 있을 때 우리는 '오늘'을 잃지만 잠에서 깨어날 때 '오늘'을 되찾지 않는가, 라고 이 시는 재기 발랄하게 물음으로써
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역발상을 보여줬다.
정끝별 시인은 "운동이나 취미활동이 전무하고 먹는 것도 부실한 저로서는 최고의 보양책이 잠"이라며 "최소한 하루 6~7시간씩은 잔다"고 밝혔다.
그는 시 〈크나큰 잠〉의 창작의도를 마치 자동기술 하듯 술술 늘어놓았다.
"잠을 잘 때마다 '깜빡' 또 다른 생을 살러 떠나는구나 생각하곤 해요.
잠이 있어서 '지금-여기'가 아닌 '저기-너머'를 짐작해 볼 수 있어요.
그것이 죽음이든 무의식이든, 4차원이든 외계든 말이에요. 어쨌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에요!"
명지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끝별 시인의 연구실을 에워싼 책꽂이는 당연히 현대문학 이론서와 평론집으로 채워져 있다.
그중 한 부분을 가리켜 83학번(이화여대 국문과)인 그는 "추억의 앨범 같은 곳"이라고 했다
. 마르크스·민족·민중·제3세계 등의 제목을 단 1980년대의 이념서적들이 거의 너덜너덜한 상태로 차지하고 있다.
386세대는 민중시에서 해체시까지 다양한 시적 경향이 분출했던 '시의 시대'에 습작했던 세대이다
. '정끝별의 시는 정갈한 서정시나 내밀한 성찰의 시, 예리한 현실비판의 시들이 저마다의 음색을 드러낸다.'(평론가 이혜원)
하지만 1985년 등단 이후 정끝별의 시는 4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너무 다양한 갈래로 흩어졌기 때문에 독창적 목소리를 집약해서 들려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시인은 "'내 안에 너무 많은 나'와 '타인 안에 너무 많은 타인'에 관심이 많아요"라며
"내가 누구인지, 나와 타인은 어떤 관계인지,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라며 다음성(多音聲)의 추구를 아직 끝내지 않을 눈치다.
2000년대 시단에서 정끝별의 시는 자유분방하고 재치와 기지가 넘치는 언어유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최근 시집 《와락》에 실린 시 〈와락〉은 보기 드물게 부사어를 제목으로 삼았는데 정작 시 안에는 '와락'이란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 '차라리 빨려 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등 '락'이란 음절을 공통으로 지닌 언어 유희가 이어지는데, 다 읽고 나면 묘하게 '와락' 안기거나 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와락의 순간들이 있어 밋밋하게 되풀이되는 이 삶을 우리는 푸르락 붉으락 살아내는 것이죠.
사랑이든, 이별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러나 사실은, 좀더 본질적으로는, 시를 염두에 둔 시이기도 해요.
시야말로 '와락' 오는 거거든요."
시인에게 순우리말 이름의 유래에 대해 물었다.
"언니오빠들은 별 성(星)자를 돌림으로 한 한자이름이고 저만 한글이에요. '끝별'은 제게 시이기도 해요.
있기는 있는데 실제로는 없는 거잖아요! '별'은 있는데 '끝'은 없잖아요. 지금-여기에 있기는 있는데 실은 저기-너머에 있는 거잖아요." <펌>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 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이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찬 나는 텅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정끝별 시인의 `와락`>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밤이 있으니
한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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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이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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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편의 시 가운데 영혼에 대한 부분이 저에게 각인되듯이 닥아왔습니다.
이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시를 선배님 통해 대하면서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또한 이러한 시를 찾아내서 동감하며 나눌 수 있는 선배님은 이미 "시인이시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영상시를 읽듯이
오펜바흐 음악과 어울리는 정경을 보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여보렵니다.
"와락의 순간들이 있어 밋밋하게 되풀이되는 이 삶을 우리는 푸르락 붉으락 살아내는 것이죠. "
시인의 인터뷰 기사가 멋져서 여럿과 나누고 싶은 글로 뽑혔어요.
옥인후배 같이 공감해주는 분이 있으니 이 일도 보람있는 일이지 싶네요.
경선이는 하루가 30시간인가봐?
언제 이런거 다 찾고 풀룻불고 음악회 가고 B도 하고 ~~~~~~~~~~~~~~~~~~~~~~~~~~~~~~~~~~~
게다가 좋다는 곳은 다 가보고~~~~~~~~~~~~~~~~~~~~~~~~~~~~~~~~~~~~~~~~~~에그 샘나라!
난 왜 이리 매일 하는 것도 없이 허덕거릴까? 흑흑
누구 나 좀 와락 땡겨 내려 줄 사람 없수?
명옥아~
우리 (정례랑 화림이랑)지금 컴퓨터 공부 중
우리 명옥이 샘나서 어쩌지? ㅎㅎ
`와락` 주문 외면 요술처럼 이곳에 네가 나타나면 좋겟네
경선이랑 화림이는 내 앞줄,
오늘 사진 인일 홈피에 올리는 것 배우고 있답니다.
재밌네요.
우리 5기들 다 배우면 좋겠다 싶어요.
정례~
지금 한국에 있구나.
언제나 우리 5기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갸륵해요.
경선아~
조선일보에 한국인의 애송시를 올릴때
정 시인의 해설이 선정 된, 시보다 더 좋은 적이 많았어.
'와락'의 순간들이 줄어드는게 서글픈 일이기도 한데
그래도 가끔 와락 바다가 보고싶어 달려가기는 한단다.
정례~!
짧은 방한 기간에 귀한 시간을 냈구나.
느이들 앞뒤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에
나는 동해를 휩쓸고 다녔단다.
이미 약속된것이라 바꿀수가 없었지.
난 언제 맘먹고 공부대열에 끼어보남 ~~~
잠의세계에서 일상의 양심선언이 초고속 영상으로 내안의 나를 두렵게 할 때가 있어
내게 꿈은 현실의 예견 같은 길잡이가 되기도 해
요즈음 시어머니 중환에 작은딸 출산까지 동분 서주 하느라
그 소중한 잠도 설치며 몇 개월째야
8월25일 1시에 명마가든에서 이사회를 갖는다고 공지 해 주렴
벗들이 이 무더위 사냥을 멋진 삶으로 알차게 살고 있어 자랑스럽구나정례와 인옥이가 미국에서 왔다지?
9월초순에 한밤 풀어 끝없다는 끝별시인의 얘기 길게 듣고 싶구나
무겁고 버거운 삶의 십자가를 순간 순간 토막내어 짧게 지고 나르니 덜 더운 여름나기의 매일 이되더라
얼떨결에 맡은 회장자리가 너무 미진한 한해가 되어가는데 많은 이해와 협조로 5기의 명맥이 유지되어 다행이지?
지혜번득이는 벗들이 나머지 기간 동안에도 더욱 끌고 밀어주면 좋겠어
지친 일상의 밤을 시내버스에서 태희에게ㅡㅡ 만나면 우연의 에피소드도ㅡㅡ
5기홈피의 벗들아 모두모두 고마워
맨날 봄날 방만 기웃거려 미안~
오랫만에 5기방에 들어와보니 너무 좋은 시와 이야기기 있네.
시인들 정말 대단해.
모든 단어와 모든 사물이 시가 될 수 있으니~
맞아~ "와락" 의 순간이 없다면 삶은 너무 밋밋할꺼야.
서울엔 컴 배울 데가 없겠니?
와락 ㅎㅎ동문들과 같이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기름값 들여가며 모교에서 배웠지.
정말 정례가 갔는지 모르겠네.
모범생 답게 목사님 답게 푸근한 맘으로 아주 즐거워하며 배웠는데~
언제 또 식판에 밥 담아 넷이 앉아 오손도손 얘기할 때가 있을지~
모든 순간은 다 나름대로 아름답다.
추억이 될땐 더욱~
참, 경선아~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잘 다녀와.
선물 안사와도 돼 ㅋㅋ
한자리 본 것처럼
깜박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떼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호밀빵의 향기
축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소식처럼
한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의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밤이 있으니
한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 정 끝별‘크나큰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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