뮨헨행 차안에서P1190577.JPG

 프라하로부터  뮨헨행 차창을 통해 본 해바라기 무리~~~

 

 

 

올해는 내가 유럽에 온지 20년이 되는 해다.

소녀때,  문학이라는 향기에 취해서 몽롱하던 시절 만났던 문인이 전혜린이었다.

그녀의 에세이를 보면서 상상하던 뮨헨을 20년전 처음으로 찾았을때

감격보다는 어느면으로는 실망을 느꼈었다.

1950년대 그녀가 보았던 독일과 30여년이 지난 내눈에 비친 것에는 차이가 있을수 밖에...

그러나,

그후 간간히 뮨헨을 들르면서  점점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었다.

금년에는 5월과 7월 두번 뮨헨을 방문했다.

다녀온 며칠후, 오늘 책꽂이 정리를 하다 오래된 나의 일기장을 들쳐 보면서 다시금 옛날을 돌아보게되었다.

 

 

 

1990,2,5

 

나를 아끼는 ㅁㅁ가 이제는 아름다움 자체를 내가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오늘 이 작은 notebook을 서점에서 본 순간 그 말이 떠올랐다.( 주: 그날 8절지 크기로 두꺼운 덮개의 예쁜 공책을 샀섰음)

아름다움의 본질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느낌으로 알 수있다.

 

나의 인생이 어느점까지 이어질까?

지나간 날의 추억을 생각하며 현재에 가장 족하게 살아가려한다.

.......중략.......

 

오늘 나에게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던 글귀가 크게 작용했으며 감동시켰다

 

Wo ein Wille ist, ist auch ein Weg.

 

아침에 일어나자 절망감과 고독감과  허무감 속에서 나를 추스려야만 했다.

그러나 계속적인 노력으로 감정을 누르며 오후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작은것을 구하고 나의 마음이 평안해졌다.

무엇인가 이제부터는 정리도 하고 보배스러움을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전혜린의 글...

격정적으로 사는 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뭏든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나는 더 생을 사랑한다. 집착한다.

여자는 체계화된 생, 또는 이성적인 생활을 하고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남에게 보여서 부끄러운 사랑은 마약 밀매상적인 요소가 있다.

대낮을 견딜수 있는 사랑이어야 한다

"또 가을이 오고"에서 인용

 

 

1990,2,14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지켜보기 보다는 차라리 내 자신이 그 고통을, 괴로움을 치르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

ㅁㅁ(주: 어린딸애)의 아픔이 내 마음을 뚫고 들어왔다.

비오는 거리에서 병원을 찾아 헤메었다.

허기지고 얼굴에 병색이 짙어짐을 느끼며 난 두려워 졌다.

........중략......

 

오늘밤 그녀( 주: 전혜린)의 글귀에서 너무 허망함을 느낀다.

그리고 몇년 전에 책 모퉁이에 적어 놓았던 나의 글들을 보면서 반갑기도 하고 얼마쯤은 아연해지기도 했다.

 

---드문 드문 적어 논 나의 글귀들--

- 괴롭다는 것

- 혼자되고 싶다는 것

- 신적인 생활에 있어서는 어떠한 상태일까?

   인간은 죽음을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가

   산다는 자체가 나의 의지가 아닌데도....

   삶의 의미를 묻기전에 나는 이렇게 삶을 영유하는 데도 불구하고....

 

쓰고 싶은 욕망과 쓰고자 하는 노력과 나타난 표현은 삼위 일체여야 한다.

그녀의 (64년의 생활) 갈등과 절망과 고독은 너무도 처절한 절규였다.

차라리 독백이었으리라.

 

 

 

 

이렇게 작은 공책을 장만한날 부터  간간히 일기 형태로 

처음에는 자주, 점점 써가는 일자간격이 벌어지면서  

2005년 4월까지 쓰여진 나의 글들을 읽으면서

현재의 내가, 오랫만에 만난 친구같은 나

전혜린과 더불어 만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