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은  J 형님이 육중한 몸 이끌고  이 더운 날에 버스 정거장에서 날 부른다.

 

"별거 아냐. 오리 사는데 자기 생각나서 한 마리 더 샀어."

땀을 연신 닦으며 검정 비닐 봉투를 넌지시 내밀며 요리 방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주시고는

미안해하는 내게, 덥다고 어서 가라며 등을 자꾸 떠미신다.

 

집에 가서 땀 좀 식히고 가시라는 말이 목에 걸려 있는데

내 사는 꼴 보여 드리기 싫어서 꿀꺽 삼킨다.

시답잖은 물건 넣은 종이 봉투를 안겨 드리고 얌체처럼 돌아서는데 콧등이 시큰하다.

 

집에 와서 풀어 놓으니 엄청 실한 놈이 민망하게 쩍 벌리고 있다.

들통 속에 넣어 초벌 끓인 물 휙 버리고 깨끗이 씻어 다시 들통에 넣고

파 잎 몇 개 툭툭 끊어 넣고

양파 2개, 마늘 한 줌, 생강 서너 쪽, 통후추 몇 개와  다시마를 넣어 다시 불에 얹는다.

 

끓기 시작하니,

오메 이거 열기가 장난이 아닐세.

여간해선 땀 안 흘리는 내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에라, 기왕 땀 흘리는 거 놀면 뭐하냐?

기다리는 동안 가지 쪄서 슬쩍 짜 무치고

소금에 절인 노각 바들바들 떨면서 짜서 고추장에 무치고

미쳐 익지도 않은 메실 장아찌 맛에 반해서 무쳐 놓고 나니

들통이 펄떡거리며 제법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어지간히 익었기에 불을 끄고

저녁에 먹을 만큼 덜어 냄비에 담고 불린 당면 한 줌 넣고

굵은 소금 볶아서 빻아 놓은 걸로 적당히 간하고

생파, 마늘 조금 넣어 살짝 끓이니 끝.

 

캬 ~~, 간을 보니 이거 환상이네.

 

더운데 뭔 오리탕을 끓이냐고 선풍기 끼고 투덜대던 남편을 불러 앉히고 오리탕을 내 놓으니

"와, 이거 맛있네?"

밉상 떨던 아까의 남편은 어디 가고 한 그릇 더 달라네.

 

맛있다, 맜있죠를 해대는 우리 꼴을 정 많은 형님이 봤으면

아마 내일 오리 한 마리 더 들고 오시리라. ㅎㅎ

 

형님은 저녁에 뭘 드셨을까?

늦기 전에 고마운 형님께 감사 문자나 보내야겠다.

 

얘들아, 나 오리탕 집이나 해 볼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