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클리블란드 '매디슨 카운티 브리지'에서 나오는 다리 옆에서 찍은 사진
거의 한달 간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니 비지네스 마무리 짓는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훅훅 땅에서 올라오는 더위...마치 드라이 사우나를 하는 듯한 날씨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아리조나가 좋다는 말을 그리 많이 하고 살았는지 이번엔 스스로 무참했어요.
서늘하고 비가 많이 오던 중부와 동부를 돌아오면서 그곳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사막성 기후에 다시 적응하느라 힘이 들었어요.
그러지 않아도 마음이 축축 늘어지는데 날씨가 한술을 더 뜨게 만들었지요.
아이구야 정말로 덥다!
불평이 절로 나오는 백 십 몇도의 더위를 무릎쓰며 전기를 끊는 일을 먼저 서둘었으며,
오펠리아를 만나서 그동안의 일을 보고 받고, 그동안 들어온 돈을 입금 시켰으며
다른 은행에도 가서 어카운트 닫기도 하고 새로 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4 년동안의 희로애락이 깃든 옛 가게를 둘러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득 찼던 드레스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비어 있었어요.
내 고민과 슬픔도 다 싹 없어진 것이 실감나게 되었습니다.
나의 헛된 꿈도 사라지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외로운 투쟁도...
그렇게 말끔하게 치우다니 오펠리아 가족이 얼마나 애를 많이 썼을까요.
너무나 완벽하게 청소하여 비워주니 랜드로드가 흡족해 하며
시큐리티 데파짓을 보내준다고 하였으니까요.
차일피일하던 오펠리아를 위한 추천서를 영어로 써다 주는 일도 해야했고
전화국에 하이 스피드 인터넷 터미날을 돌려 보내주는 일과
회계사를 만나는 일도 두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엘엘씨(LLC)를 닫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다운타운에 가서 해 치우고서야
이제 어느정도 마무리가 다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끝내는 것도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나 덜컥덜컥 시작하지 말아야지요.
우리 고모 처럼 재고 또 재고...하는 것이 지혜롭답니다.
그래도 더이상 종로까지 날마다 35 분씩을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이 여름에 장사 안되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안 받아도 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있으면 빚을 잔뜩 짊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남보다 더 애써서 벌었던 돈을 다 까먹어서 억울해서 그렇지,
떼 빚쟁이 안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동안 집에 가져다 놓은 웨딩가운 중에 두벌은 찾아가기도 하였고
두 개는 곧 수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고
집 구석 여기저기 물건을 가져다 쌓아 놓은 것을 정리하는 것도
더운 날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아직도 수십 여벌 가져다 놓은 웨딩 드레스를 어찌 처치해야하는지 숙제이기는 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집안 일도 전문적으로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
보통 때는 쌓아 놓곤 하는 부엌일과 청소 정리도 날마다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일도 안 다니면서 집안도 깨끗지 못하면 더 이상 누가 봐주겠어요?
이젠 집이 지저분하면 핑게할게 없어요.
그렇지만 평생 적당히 하던 버릇이 있으니 죽었다 깨나도 파리가 낙상하게는 못할걸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자신에 대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내가 왜 이렇게 걷지?
그렇게나 빠리빠리 했던 걸음걸이가 느슨해진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동생은 그새에 내 말소리도 느릿해졌다고 하네요. 아 참 나...
물론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도 하고 교회에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뿐..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백수가 더 바쁘다면서요...세때 밥 해서 먹는 일만도 바쁘다구요.
그것만도 바빠서 아무것도 못해요.
계획하고 있던 일의 착수가 예정처럼 잘 안되고 있는 것이 무슨 일일까요?
최소한 딸 집에 가기 전에 그림 몇 장 그려서 가지고 가야 하는데...
절로 느슨해지는 모양이에요.
이렇게 일주일을 지내고 보니 "아차 이렇게 지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솟아 오릅니다.
이러다가 여지없이 퇴보하여 갑자기 쓸모없는 할망구로 전락하는게 아닌가요?
이미 백수로 이골이 난 남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한꺼번에 늙어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하고 싶다고 한 일이 그렇게나 많지만 이렇게
모래알이 손아귀에서 새어 나가 버리듯이 지나는 시간을 못 잡고
아무 것도 못하고 넘어가면 어떻게 해낼까 말입니다.
참 큰일났어요.
어찌나 시간 보낼 일이 많고, 읽고 싶은 것이 많고, 맛있는 것도 많고,
재미난 것이 많은지 어영구영하기가 똑 참해요.
내 인생의 가장 최선의 날들은 아직도 오지 않았을까요?
이제 내 인생이 이렇게 점점 더 시들고만 있다고 생각하고 발전을 중지한다면 그런 날이 올리가 없겠지요.
이만하면 집 지니고 건강하고 먹고 살수 있고... 뭐가 부족한가 하면 그런 날이 올리가 없겠지요.
그러나...아직도 내 인생의 가장 최선의 날들이 오고 있습니다! 준비해야죠.
절대로 이렇게 시시하게 남은 날들을, 내 한 평생을 보낼수는 없습니다.
내 인생에 와야 할 최고의 날들을 위하여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고 생각을 다잡아 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내 인생가기 전에 해야할 일들을 해 내기 위해 시간을 아껴써야 하겠다는 자각요..'
저녁에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그런 자각에 다시 매듭을 지었습니다.
친구는 그런 날이 아직도 오고 있다는 소망을 가질 것 외에도
기억할 것은 지금 현재가 내 인생 가장 중요한 순간들 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귀중히 여기라고 더 거들어 주었습니다,
정말 이 순간부터 다시 정신차려 시간을 아껴야 하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해 봅니다.
국민학교때 했던 것 처럼 하루 일정표를 크게 써서 붙여놓기 부터 해볼랍니다.
나이는 더 이상 먹지 않을래요.(2009년 7월)
이제부터 새로운 도전입니다.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지요.
늙음의 척도는 나이가 아니라
꿈과 희망을 잃었을 때라지요?
나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
꿈을 잃은 청년보다 꿈을 가진 장년이
더욱 아름답지요.
선배님의 시계를 2학년 9반으로 고정하시고
새롭게 시작하세요.
활짝핀 미래가 선배님에게 미소지으며
다가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심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시지요.
그것이 바로 최선의 날을 맞으시는 것이랍니다.
멀리서 강화도령이 힘차게 응원합니다.
"아자! 아자!"
"이인선 선배님, 파이팅!"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인선언니가 부러워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세요~~~
그 글재주와 아름다운 생각들과
그리고 그 젊음을 즐기세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젊음과 시간을...........
덥지? 여기도......
LA 기후가 조금 변한 것 같아. 습도가 좀 생겼어.
니 인생이 시들다니...?
글을 쓰고 있는 한, 시들진 않아.
그동안 너무 바삐 살아서, 뭔가 낭비하는 느낌 이겠지만
절대 시든 것 같진 않구나.
나도 LA에 온지 벌써 3년이 되었어.
처음엔 다들 그냥 쉬라고 했지. 그동안 많은 힘든 일을 겪었으니까.
너도 느긋하게 쉬는 연습도 하고 살았으면 해.
쉬면서, 하고싶은 일들을 하려므나.
그것이 최선의 날을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
그리고 '나이' 같은 건 생각지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