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만 오는 중앙선데이라는 신문을 보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여 혹시? 하고  보니 선자더라.

내가 알기에 선자는 중국 공부를 아주 즐겁게 열심히 하며 지내고 있고 정기적으로 중국 여행도 자주 하는 것 같더라.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친구 선자~

선자야 건강하게 잘 지내라.

그게 나에겐 제일 좋은 소식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水井房에서 신우루무치 유혈사태 비극, 위구르족은 누구인가

김선자 연세대 강사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유혈 시위로 10일 현재 18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중국 당국이 밝혔다. 부상자는 1000명을 넘는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분리주의 단체 ‘월드위구르 의회’의 레비 카디르 의장은 “사망자가 1000명에서 3000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장에선 한족(漢族)과 위구르족의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소수민족의 불만과 불안심리다. 30여 년간 중국 문화를 연구해 온 전문가의 글을 싣는다. 하늘과 생명을 사랑한 민족 그들은 존중받길 원했다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유혈 시위로 10일 현재 18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중국 당국이 밝혔다. 부상자는 1000명을 넘는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분리주의 단체 ‘월드위구르 의회’의 레비 카디르 의장은 “사망자가 1000명에서 3000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장에선 한족(漢族)과 위구르족의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소수민족의 불만과 불안심리다. 30여 년간 중국 문화를 연구해 온 전문가의 글을 싣는다.


#1 차별

타클라마칸  사막의 水井房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한가운데, 거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그곳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전장 552㎞의 사막 공로(公路:도로)는 망망한 모래바다에 깔린 길이다. 1995년 타클라마칸 지하에 묻혀 있는 석유를 수송하기 위해 건설된 그 길은 끊임없이 몰아치는 모래폭풍 때문에 수시로 사라진다.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홍류(紅柳)와 쒀쒀(梭梭:saxaul) 등 사막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을 찾아내 공로 양옆에 심었다. 그것들을 기르기 위해 물이 필요했지만 사막의 모래 밑에는 짠물밖에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수이징팡(水井房), 즉 물을 길어올리는 집이다. 4㎞마다 서 있는 붉은 지붕의 파란 집 벽에는 번호가 붙어 있는데 사막 구간에 모두 108개가 있다. 그곳에선 모터를 이용해 지하에서 짠물을 길어 올려 민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물을 사막 공로 옆에 설치된 검은 호스들을 통해 식물에 뿌려준다. 그 일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수이징팡에 산다. 방 한 칸에 작은 침대 두 개가 놓여 있고 나머지 두 칸에는 모터와 물탱크가 있다. TV도 없고 불을 사용하는 게 금지돼 일주일에 한 번 물과 식품이 공급된다. 모래폭풍이라도 불면 작은 집에 갇혀 창문도 열지 못한 채 사막의 열기를 견뎌야 한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주로 신혼부부들이다. 2007년 여름,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쓰촨성에서 온 20대 초반의 앳된 부부였다. 막 스무 살이 된 아내는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힘들지만 사막 녹화사업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고, 일 년만 견디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게 하나 차릴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다. 그래서 신청서를 내고 자원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근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위구르인이다. 타클라마칸을 전략적 요충지로 파악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위구르인에게 그것은 차별이다.


#2 파괴

카슈가르 舊시가지에서

2009년 5월 28일, 뉴욕 타임스에 기사 하나가 떴다. “고대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은 그것을 파괴할 계획이다(To Protect an Ancient City, China Moves to Raze It)”라는 묘한 제목의 기사였다. 그 기사에서 언급한 ‘고대 도시’는 신장위구르 제2의 도시 카슈가르다. 한족 비율이 85%나 되는 우루무치가 이미 한족의 도시로 변했다면, 카슈가르는 여전히 위구르인의 도시다. 구시가지는 그런 카슈가르의 심장부다. 이드카 모스크를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형성돼 수백 년 세월을 견뎌낸 그 미로와 같은 흙벽돌집들은 위구르 사람들의 영혼을 상징한다. 망가지고 부서진 곳이지만 좁은 골목길에는 여전히 2000년 전의 바람이 분다. 그곳은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카슈가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그런데 그곳을 재개발한다고 한다. 그곳이 지진에 취약해 주민들의 안전 확보 차원에서 오래된 집들을 철거하고 새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명분은 좋다. 사실 그곳에 가보면 많은 건물에 금이 가고 무너진 곳도 많다. 1000여 년 전 위세를 떨친 카라한 왕조의 성벽조차 금방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문제는 재개발 방식이다. 옛집들을 보존하면서 고치는 방식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아예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 카슈가르 구시가지의 골목길들은 그대로 보존돼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그것을 불도저로 밀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베이징의 골목길, 후퉁(胡同)도 마찬가지였다. 차오창후퉁(草廠胡同)이 대표적이다. 일단 헐리고 나면 다시는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철거와 더불어 도시의 역사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더구나 카슈가르 재개발 프로젝트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카슈가르 구시가지가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의 온상이며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라고 생각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의도적으로 구시가지를 해체하고 주민들을 아파트로 이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베이징 문화유산보호센터(CHP)’라는 기관이 구시가지 철거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위구르인들은 지금 자신들의 오랜 역사가 깃든 그곳을 영원히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믿는다.

 

#3 오해

인터넷 민족주의

국내외 여러 매체가 보도했듯 이번 우루무치 시위의 직접적 원인은 광둥 지역에서 발생한 장난감공장 사건이다. 해직된 한족 근로자가 다른 곳에 취직이 잘 되지 않자 위구르인들 때문에 자신이 직장을 잃었다고 생각해 ‘위구르 남자들이 한족 여자들을 강간했다’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했다. 이는 한족 남자들을 자극했고, 쇠파이프를 든 그들 사이의 패싸움으로 인해 위구르인 두 명이 사망했다.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은 빌딩 숲 사이에서 벌어진 야만적 장면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은 한족과 위구르족뿐만 아니라 중국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민족 갈등에다 인터넷 민족주의가 기름을 끼얹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퍼져나가면서 갈등과 증오가 증폭됐다. 모호한 당국의 태도도 한몫했다. 온갖 소문이 나돌면서 그 사건은 두 민족의 자존심을 할퀴었다. 물론 해묵은 불만도 더해졌다.

한족에게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이 이룬 성과를 빼앗아가는 약탈자로 보였다. 위구르인 역시 자신들의 땅에 들어온 한족을 침입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각종 통계가 보여주듯 신장의 한족 비율은 나날이 높아져 신장에서 위구르인의 정체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시짱티베트자치구의 티베트인 비율은 90% 이상이지만 신장에서의 한족 비율은 2004년 기준으로도 39.8%나 된다). 그러던 차에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다. 위구르인은 ‘명예’를 돌려받기를 원했다. 물론 그것은 여의치 않았고, 엄청난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자료에 따르면 90년부터 2001년까지 소위 ‘동투르키스탄 테러세력’이 일으킨 200여 건의 사건을 통틀어 죽은 사람이 162명이다. 그것과 비교할 때 이번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 수 있다.


#4 명예

초록색 나무와 푸른 하늘

위구르 사람들은 지금 이슬람을 믿지만 그 전엔 푸른 하늘을 존경했다. 천신 텡그리가 있는 푸른 하늘은 그들에게 외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맨 머리로 다니면 천신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여겨 언제나 머리에 모자를 쓰고 다닌다. 푸른 하늘은 또한 푸른 빛 속에 나타나는 푸른 늑대가 되어 위구르인을 지켜주었다. 그런가 하면 그들에게는 초록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다. 타클라마칸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끼고 살던 그들에게 오아시스의 초록은 생명의 빛깔이었다. 나무를 함부로 베면 무거운 벌금을 내야 했고, 사막에서 자라는 후양(胡楊)이라는 생명력 강한 나무를 만나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다. 초록빛 나무는 위구르 사람에게 생명 그 자체였다. 그러기에 모스크와 마자르(종교 지도자의 무덤) 역시 초록과 푸른 빛깔의 타일로 만들었고 카슈가르는 ‘녹색 타일의 왕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신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던 시절부터 그들에게는 초록빛 나무와 푸른 하늘로 상징되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있었다. 그들이 이슬람을 믿는 ‘호전적 민족’으로 규정된 것은 서구 유럽인들이 심어놓은 잘못된 인식에 불과하다. 18세기 중반 청나라 건륭제에 의해 복속당하면서 우루무치는 ‘디화(迪化:이끌어 깨우치다)’라는 이름을, 그 지역은 ‘신장(新疆: 새로 개척한 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위구르인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모욕적인 이름이었다. 더구나 20세기 초로 접어들면서 그곳은 러시아·영국 등이 소위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는 격전장이 됐다. 스스로를 그 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던 위구르인은 생존을 위해 더욱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 에필로그

‘경제’보다 중요한 ‘영혼’

중국 정부는 90년대 이후 ‘다민족 일체론’을 내세우면서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혈연으로 연결된, 하나의 중화민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는 지금도 변함 없다. 8일 발표된 중국공산당보에서도 ‘중화민족 다원일체’라는 용어를 쓰면서 “소수민족과 한족은 ‘피와 살이 섞이고 형제의 감정을 가진’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지리적 영역 안에서 살고 있는 56개의 민족 모두가 하나의 혈연적 시조인 황제(黃帝)의 후손이며 하나의 중화민족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개개 민족에게는 자신들이 시조라고 생각하는 신이나 동물(토템 신앙)이 있고 제각기 중시하는 가치가 있다. 그들 모두에게 ‘하나의 꿈’만을 꾸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3월 발생한 티베트 사건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루무치 시위의 책임을 레비야 카디르(미국 망명 중인 위구르 여성 지도자)를 비롯한 외부세력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소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달라이 라마나 레비야 카디르가 없어도 시위는 계속 일어날 수 있다. 허구적 민족 개념을 버리고 소수민족이 갖고 있는 신화와 역사, 종교와 민속을 그대로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경제논리에 앞서는 인간 영혼의 문제이자 민족의 자존이나 존엄과 관련된 문제다. 30년간의 개혁·개방 과정을 거쳐 중국은 이미 충분히 강한 나라가 됐다. 만약 진정한 강대국이 되고 싶다면 소수에 대한 배려를 통해 그들이 중국이라는 다민족 국가에서 차별받지 않는 일원으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벨벳 장갑’을 낀 철권이 아니라 따뜻한 배려와 포용의 손길을 내밀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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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는 연세대 중문과 졸업(1979년) 뒤 국립대만대에서 석사,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에서 동아시아 신화와 중국 인문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 『만들어진 민족주의 황제 신화』를 낸 데 이어 『중국 소수민족 신화 기행』을 펴냈다. 신장엔 2007년 여름에 보름가량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