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항상 내 곁에 계셔야 한다고 영원히 착각하고 싶었던 내 어머니가 긴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신지 4년 8개월,  침대에서만  3년 9개월.

긴 세월 병마와 싸우시다가 결국은 가셨습니다.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잘 참고 견뎌 주셨기에 이번에도 이겨 내실 줄 알았습니다.

80세에 가셨으니 호상이라고 말하는 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엄마의 의지대로 사셨던 건 75세까지만이시니 일찍 가신 것이지요.

우리 남매 홀로 키우시며 힘든 날들 견뎌오신 분이셨기에 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잘 생기신 아버지 덕에  22살에 혼자 되신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아버지를 못 잊어 부르셨습니다.

정말 애타게 부르시다 가셨습니다.

원망스러우실 법도 한데,

 아버지가 그리움의 대상으로, 아름다운 첫사랑으로, 또 마지막 사랑의 기억으로 곱게 남아 계셨던 것 같았습니다.

누워 계시면서도 오빠와 내가 반듯하게 자라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하셨지요.

요즘으로 말하면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라시면서...

오빠가 제고에 합격하자 동네 할아버지께서 자식 잘 키워 주어 고맙다고,  동네에서 제고 간 사람이 오빠뿐이라고 인사하러 오셨던 일.

인중, 제고에 다니는 아들,

인천 여중, 인일 여고에 다니는 딸.

엄마를 버티게 했던 힘이라고 하셨습니다. 

쓰러지시던 그 해 여름, 고향에 모시고 가기로 했는데 개인전 준비로 못 해드린 일이 마음에 남습니다.

그렇게 뵙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 사진이라도 확대해서 보여드릴 생각을 왜 하지 못 했었는지...

마음에 남는 것 투정이인 채로 이렇게 보내 드릴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움에 눈물만 납니다.

추우실세라 삼베 옷 겹겹이 입으시고 꽃신 신고 떠나신 내 어머니.

부디  고통없는 세상에서 아버지 만나셔서 행복하게 사시길 두 손모아 빕니다. 

어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논문 마지막 장에 어머니에 대한 글귀가 있어 일부분 옮겨 적습니다.

                 

            감사의 글

 

     엄마의 빈 자리를 말없이 지켜보며

     누구보다 힘들었을

     소중한 두 딸, 진경,. 지영

     그리고,

     같은 울타리의 가족, 모든 분들

     논문 완성의 기쁨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자식의 삶이

     곧 당신의 삶이신 양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고귀한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는

     친정 어머님께

     이 논문을 바칩니다.

 

                                     200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