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건너편에 내가 자주 이용하는 이마트가 있다.

3년전 내가 신도림으로 이사올때만 해도 이 동네는 정말 누굴 만나 차 한잔 나눌만한 장소가 없어 삭막했건만, 내가 그런 분위가 싫어하는것을 눈치 챘는지 아주 높은 건물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들어선 것이다. ㅎㅎ

그 건물안에는 이마트, 쇼핑센타, 맛난 음식을 파는 식당가, 영화를 언제나 맘대로 볼 수 있는 영화관, 꽁짜로 신간책을 맘대로 볼 수 있는 큰 서점, 누굴 만나면 수다떨고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 있는 커피 전문점...에또 '스타벅스'   '엔젤인어스'   '할리커피,  탐앤탐스' (이젠 너무 넘쳐난다).....은행 등이 있어 난 그 곳을 너무 사랑한다.

그 때문에 그동네 아파트값도 올랐다나....

어느 비오던 날 이것저것 이마트에서 장을 본 후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아 간이 휴계실에서 마시며 아픈 다리를 쉬고 있는데 앞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시는 예쁜 할머니...

머리에는 손으로 짠듯한(누가 짜서 선물을 했겠지?) 하얀 모자를 쓰시고 자주색 원피스에 검정 스웨터를 입으시고 입은 꼭 다문 아주 키가 작으신 할머니...(보기에도 얌전해 보이며 곱게 나이드신 모습이 정말 귀티있어 보였다.)

그런데 내 앞으로 조신조신 다가오신다.

그러더니 내 옆에 놓여있는 우산용 비닐봉지에 담긴 긴 우산을 멋적게 미소를 지으시며 집어드시고는(그때까지만 해도 내옆에 우산이 있는지는 미처 보지못했다)  손을 모아 잠깐 기도를 하시는것이다.

그 기도하는 모습이 순간 내눈에 포착 되었는데 얼마나 귀엽고 예쁘신지...

아마도 놓고 가신 우산이 그대로 있어줌에 감사기도를 하시는 것 같았다.

잠깐 기도를 마치신후 다시 돌아 오르막 에스컬레이터를 타시고는 올라가셨다.

아주 짧은 시간에 얼떨결에 본 모습이지만 그 기도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 잔잔하게 여눈으로 남았다.

"나도 저렇게 예쁘게 늙어가야 할텐데...아주 작은 일에도 저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할텐데..."

마지막 한모금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