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미 국무부 법률고문에 지명된 해럴드 고(고홍주) 예일대 법대 학장이 지난주 상원 인준청문회에 나왔다. 그는 "공직에 봉사하는 것이 나의 일생에서 (미국에) 진 빚을 갚는 길"이라고 했다.
미국 엘리트들이 수시로 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참 어색했다. '이기적이라도 좋다. 공부만 잘해다오'라는 분위기에서 성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버드나 예일 등 명문 교육기관에 가면 이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다. 좋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혜이므로, 엘리트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일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몇년 전 해럴드 고 학장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도 그는 이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는 "로스쿨의 첫 수업은 늘 '이기심이 아니라 봉사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로 시작한다"고 했다. 고 학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한다는 구체적인 메시지는 더 흥미로웠다. 우선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좋지만 직접 기여할 수 없다면 돈을 많이 벌어 기부금이라도 내라"고 격려한다고 했다. 직장을 구할 땐 "연봉 몇백만원 차이를 기준으로 결정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정말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이 아니면 평생 재미있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걸 명심하라는 뜻에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라이프스타일의 노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 수입으로 최대치의 안락함을 보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돈을 벌면 벌수록 기대는 더 높아진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포기하기 어렵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희생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젊어서 높은 보수 받는 걸 경계하라고 했다.
그가 그날 인터뷰에서 한 말 중 마음에 남은 건 명문대 입학 자체가 성취일 순 없다는 깨달음을 안고 살아왔다는 점이었다. 고 학장은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예일대에서 가르쳐왔다. 고 학장의 가족들은 미국에서도 가장 성공한 가정교육 사례로 연구대상이 될 정도로 화려한 학벌을 자랑한다.
고 학장의 부친 고 고광림 박사와 모친 전혜성 박사(뉴 헤이븐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 그리고 4남2녀가 모두 미국에서 최고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하버드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예일대학 등을 졸업했고 이들이 받은 박사학위만 10개가 넘는다. 고 학장의 형인 하워드 고(고경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부학장도 이번에 보건부 차관보에 지명됐다.
고 학장은 하버드대 합격 직후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찬사가 쏟아지자 훌륭한 일을 한 듯해서 잠시 우쭐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나는 "대학 입학은 성취가 아니다. 그 학교에 진학해서 그 후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좋은 교육을 받고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인생보다는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도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 더 멋진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았다고 한다.
고 학장은 미국 로스쿨 중에서도 공직진출 비율이 높은 예일대 교수니까 당연히 이런 말을 하려니 싶었다. 그런데 학생들을 만나보고 나의 선입견이 깨졌다. 그들은 "하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혀 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 결과 학점벌레가 되기보다는 더 큰 생각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더라고 했다.
미국 명문대들이 공익과 봉사를 강조할 땐 솔직히 '위선적'이란 느낌이 먼저 들었다. 실제로는 죽기 살기로 경쟁하면서 포장만 근사하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만히 두면 이기적으로 변하는 본성을 그렇게 끊임없이 단련하면 사회가 원하는 쓸 만한 인재가 태어난다. 결국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생각의 힘이다.
잘 다녀 왔구나. 경선~
사진이랑 여행기 올리지 그러니?
좋은 글 잘 읽었어.
소수의 엘리트들의 바른 생각, 곧 행동이 미국을 이끌어 온 힘이 된 것 같구나.
그 중 한 사람이 고 학장이구.....부랴부랴 다녀왔지만 세계 3대 미항에 꼽힌다는 시드니의 멋진 풍경이 아직 어른거린다.
여행한 일행 중에 눈길가는 우리 또래 여인이 있어 또 여러 생각을 했어.
교양의 힘을 자연스레 발휘하는 여인! 남의 평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우리 큰애가 저 아줌마는 참 고상해 보이네 하더라니까.
그 여인이 노불레스 오불리제(Noblesse )까지 실천하고 산다면 고상의 빛이 하늘을 찌를텐데...ㅎㅎ 처음 보는 분이니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우리나라! 신문도 행간의 줄임말을 유추해서 읽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은 훨 나아졌지만.........
위선과 교활과 영리함과 원만과 융통성과 이해와 타협과...그런것들이 후투루 마투루 섞여 그때 그때 다르게 색깔이 변하는
기본선이 없는 우리 사회가 언제 선진국처럼 되겠는지?
네 말처럼 소수의 엘리트들의 바른 생각 과 행동이 미국의 힘인 것 같어.부러워...........부럽구나.
경선이의 글이 유난히 더 반갑다.
그 이유는 다들 잘 아실테고.ㅎㅎㅎㅎ
근데 또 시드니를 다녀왔다고라?
에공 부럽다 부러워.
근데 난 잘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이 있어(좀 병적이니까 중상이지)
결국 훌륭한 사람을 만드려면 좋은 학교에 보내야한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겠는데
그럼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이 더 심해지려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난
경선이가 책을 많이읽고
그걸로 끝나지않고 뭔가 끄집어 내어 느끼고 감상하고
또 좋은건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좋고 부러워
난 ~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거든!!!
생각과 동시에 행동이 나가는
나는 많이 반성해야 할 좋은 글일세....
그대가 딸들과 함께 여행 했다니
보기좋구료.
지금이 그대의 황금의 세월이 아닌가 싶네.♧
경선아,
네 글을 읽으면서 <공직>과 <봉사>에 때해 잠시 생각이 머물더라.
공직에서 (사직도 물론) 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있을 때 권력 남용이 없고, 그 직책을 섬김의 도구로 삼고자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지식과 재물이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고마와서라도 나눌 생각을 하게 되겠지.
그리고 섬김의 자세가 특히 재물이건 직책이건, 또 지식이건 가진 자들에게 많을 때 이상형의 사회로 조금 더 나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이곳 사회를 조금 들여다보면 볼수록 .
<너 죽고 나도 죽고>가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살고>를 택해야 공존한다는 역사적 깨달음이 학문적으로나 사회적구성으로 되어 있기에 그런게 아난가 싶다. 일단 인간의 기본 생존이 보장되면 주위에 눈을 돌릴 수 있어서일지도 몰라.
우리나라도 조금 더 안정되고, 인문사회 교육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까지 이어진다면 미국보다 더 희망이 있어보여. 문제는 인성교육의 고갈이 아닐까?
정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이야.
요즘 점점 없어져 가고 있는 인문과학의 학과들~~~~~~~~~~~~~~~~
집에서도 "넌 공부나해라" 하면서 모든 가정 교육을 외면한 (아닌 집도 많지만 대체적으로) 현실속에서
이기적으로 자라난 성숙하지 못한 아이어른들이 내주위 도처에 널려 있어.
부모가 잘 나가고 끝없이 돌봐줄 때는 그래도 나은데 그 반대 상황에 부딪쳤을 때 그 비정함이란!
다들 어릴 적에 공부 잘한다고 한이름 하던 애들이었지.
취직이 잘 안되다보니 순수인문과학분야는 점점 도태되고 학문의 기초는 흔들리고 인성교육을 할 교사들은 줄어들고
(엄마들이 그걸 원하지않아. 야단치거나 회초리라도 들었다가 봉변당하기 일수니)
정례말대로 나도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나라가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갖고 있는 사상의 뿌리가 되는 효문화며 어른 공경하는 마음 위에 교육만 잘 한다면 훨씬 양질의 교육이 되겠지?
정례야~
인문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기획물이 신문에 연재된 적이 있었어. 백프로 공감이야 그 이유는 오늘 생략하자.
한문을 배우면서 동네마다 서당이 생겨도 좋겠다는 꿈이 생기더라.
사서 삼경에 얼마나 좋은 내용이 들어 있겠니......
명옥아,
어제 <어머니주일>이라고 옛 동네 아줌마네서 김밥말이 식사나 같이 하자고 불러서 갔다가, 어떤 연속극인지 보게 되었어.
어쩌다 한번 보는 연속극에서 느끼는데, 왜 그리 화려한 부자들의 이야기가 그렇게도 많은지...
우리나라 일반인들은 거의 95% 이상은 평범하게 열심히 일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게 아닐까 싶은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왜 그리 화려하게만 꾸려나가고, 왜 그리 불륜이 많은지... 물론 청취율 때문이란다고 같이 보던 사람의 지적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방송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방송인들의 의식구조도 바뀌어야 우리나라가 잘 될 거 같아.
대중의 방향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그 좋은 위치에 있는데..
아쉽더라.
맞어.
나도 그런 드라마가 정말 싫어.
일본도 민영방송은 무지 야한 거 질 떨어지는 거 많이 하지만 NHK 는 아침 드라마도 일요일밤에 하는 대하 드라마도
아주 교육적이고 국민들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방송만 주로 하거든.
물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억지도 있지만 적어도 자국민들에게는 교육이 되쟎아?
그들의 속셈이 들여다보이면서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야.
언론이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하는 게 다 그런 의미에서 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는 걸로 보이기 때문 아니겠어?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다 각성해야겠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언론이나 교육자들의 수뇌부의 의식이 바뀐다면
훨씬 더 빨리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드네.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생각을 늘 하면서 `생각의 힘`의 영역을 넓히면 지혜롭게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의 힘`이란 제목이 좋아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