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저 꽃들 좀 봐!!!

씨끌버끌 원형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 지면서 선생님이 가리킨 창문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는 인천 여중 3학년 국어시간이때가 되면 미소를 띠신 채 가르치심을 계속 하셨지요.  

큰소리 야단소리 한마디 없이도 종알종알 학생들의 관심을 부드럽게 모우셨던 미모의 서순석 선생님.  

 나도 선생님이 되면 저런 식으로 가르쳐야지”  교사직에 대한 이상형으로 제게 자리잡힌 분이셨습니다. 

인일 졸업 후 40년이 훌쩍 지난,  봄 가랑비가 내린 20095월 두째날이었어요.

뉴저지에서 George Washigton 다리와 Triboro 다리를 건너 한인들의 밀집지역인 후러싱으로 가는 시간 내내 

76세 선생님의 모습을 그려보는 제 가슴은 콩콩이더라고요.  

우리 동기 김인숙이를 제외하곤 처음 뵙는 분들 속에서 서 선생님을 찾느라 어리둥절할 수 밖에요.

제자들 만난다고 미장원엘 다녀오셨다지만 너무나 고와서 믿어질 수 없을 만큼 젊으신 모습을 어찌 알아보겠어요.

토요일의 번잡이 전혀 없는 조용한 일식집에서  인일인들은 스승을 모시고 추억의 실타레를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모교 선생님들은 쟁쟁한 학문적인 실력을 갖추셨다고 교장 선생님이 늘 우리에게 긍지를 심어 주셨지요. 근데 이번에 또 다른 진수를 확인했어요.  순수함과 숭고한 인격을 갖추신 선생님들이 청소녀기를 보낸 우리들을 지켜주시고 인도하여 주셨더라고요.

다른 선생님들은 전근을 다니셨지만, 당신은 인천 · 인일 동산에서의 교사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서인지 애착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말야…” 로 시작하는 선생님의 학교 사랑 이야기 하나를 소개할까요?

원형교사 둘레로 심겨진 아름다운 꽃들은 김재옥 생물 선생님이 가꾸셨었답니다. 하지만 그 분이 타교로 전근가신 후 정원에 대한 염려가 되었답니다. 

비오는 밤이었데요.  쌀담는 포대기를 머리에 쓰고 개구멍으로 들어가 꽃 묘종을 심고 있는데  원형교사 둘레에서 언뜻언뜻하니 도적이라 여겨 소리치는 동갑내기 수위에게,  나야. 나 서순석야  그래도 막무가내.  결국 일직 교사까지 동원된 후에야 몽둥이 세례를 피할 수 있었다네요. 아카시아 이외에도 아름다운 꽃밭의 비밀을 4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선생님들도 이처럼 학교와 학생들에게 정성을 쏟으실까요?   참 궁금하네요

 바로 이런 선생님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성실 · 단정 · 협동>의 교훈을 몸소 보여주셨는데 그걸 까맣게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떨려오는 고마움을 제자들은 <스승의 노래>와 꽃다발로 표현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음성으로 완벽하게 가사를 재현해낸 14기들이 너무 예뻤어요.  눈물을 훔치는 선생님이 잘라주신 케익에 커피를 곁들여 처녀 선생님들간에 누렸던 추억을 듣는 재미는 마치 동화 속 아름다운 어린이들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게다가.....

예쁜 들꽃잎과 잎사귀를 잘 조화시켜 만든 <책갈피 꽂이> 4개씩을 담뿍 선물로 받은 우리는 아직도 순수한 스승의 정성에 감복하였습니다. 우리에게 교훈이 될 성경귀절과 함께요. 몇년전 서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받은 선물 너무 소중해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고들 하더라구요.

 내가 말야. 들꽃을 아주 좋아하거던. 꽃잎을 따서 말리는게 쉽지를 않아. 예쁜 색갈이 나오게 물감도 들여야 하구…. " 

"내가 말야.  우리나라에 있을 때야,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글을 담아 카드를 만들어 보내곤 했었지. 어떤 수감자에게서 편지가 왔어.   교도소에 방문하는 그 어느 목사님, 신부님, 스님보다 더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고맙데."

전 능히 그럴 것이라고 믿었어요.  선생님이 만든 카드는 정성/ 사랑의 마음 그 자체이거던요.

노인학교에서 말린 꽃 작품 강습도 하시고, 그림도 그려 단체 작품전도 하신 적이 있다고 말씀하신  3회 송영신 선배님과는 스승과 제자의 벽을 넘어 같은 성당에서 믿음생활 하시면서 친구처럼 지내신다는데 선생님 당신이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시기 때문일거예요. 제가 처음 전화드렸을 때도 한시간 정도 꼭 친구처럼 잔잔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참 푸근했었거던요. 

예상 참석 인원보다 적은 숫자의 동문들이 모였기에 풍성했던 맛갈 건강 음식은 아기자기한 대화로 멋진 조화를 이루었지요.  이번 뉴욕/뉴저지 인일 동문들의 만남 속에는 우리의 스승 서순석 선생님을 모신 자리라서 더욱 아름다왔나봐요.

스승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선물을  왼손으로 가슴에 보듬고 보고 또 보면서 한손으로만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에 나도 선생님처럼 예쁘게 노후를 보내자고 다짐하였지요. 그래서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자그마한 앞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선생님 닮아보고 싶은 마음이 식기 전에 엊그제 사다논 꾳 묘종을 심을려구요.  어느샌가 생쥐처럼 촉촉히 젖은 토끼 한마리가 제 옆에 와 있더라구요.

“예야! 우리집 마당만 민들레-토끼풀 밭이라서 먹을 것 찾아 온거니? 이웃에게 민망해 제초제 뿌릴 참인데 ….  어떻거니? 그리구 이 꽃잎들 싹뚝하면  이사온 보람이 없잖아?”

서 선생님이라면 토끼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려 놓으실까?  그 지혜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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