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빗소리가 요란스러워 잠을 설쳤지요.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늘이 하시는 일을 어찌하라고요?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비는 간 곳이 없고
싱그러운 봄날의 향기가 훅 뿜어져 옵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서둘러 집을 나서니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소풍전 날 밤을 설친 기억이 오늘따라 새롭기도 하고요.
드디어 인천대공원을 들어서니 곳곳에 환한 얼굴들이 안녕을 합니다.
공원안의 예쁜 나무, 예쁜 꽃들이 비에 씼겨진 말간 얼굴로 우리를 반깁니다.
하늘은 오늘 우리에게 이런 싱그러운 연초록의 향연을 주시려고 그렇게 지난 밤 요란스러웠나 봅니다.

입구에서 14기의 최인옥님을 만났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지나칠 수 없어서인지 벌써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신데렐라 정원에 들어가 예쁘게 꾸며진 하트 모양의 꽃속에서 웃기도 하고,
일곱 난장이와 정답게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4기 성정원 선배님의 활기에 찬 모습도 잡고
안내하느라 분주한 인일여고 재학생들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왜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수줍어 하는지요.
우리도 옛날 옛 적엔 저렇게 수줍기만 했을까요?
2회 모연자 선배님은 "선배님" 하고 부르니까 사진을 찍는다고 얼른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안내를 따라 "상아산" 입구에 들어서니
부는 바람에 꽃비가 우수수 쏟아져, 오늘의 우리를 축복합니다.
다들 꽃비에 환호하며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아! 정말 작품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얀 산벚 꽃잎 , 복숭아 꽃잎, 사과나무 꽃잎 등이 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우리의 청춘이 지듯
떨어지는 꽃잎속에 봄날이 가는데
가는 모습이 이렇게도 화사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우리의 청춘도 저 꽃잎처럼 아름답게 가 버렸을까요?

오늘의 행사를 위해 많이 걱정을 했을 이은기 총동창회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모교 한충연 교장 선생님의 감사의 말씀을 시작으로 "걷기대회"가 시작됩니다.
우선 몸풀기로 간단한 체조를 구령에 맞추어 하고
연두빛 상의로 갈아 입고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들이
그대로 자연의 일부인 듯 나무가 되고 꽃이 됩니다.
정말은 우리의 인일의 딸들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1회의 허회숙 대선배님을 선두로 15회까지
350여명이 하나의 마음이 되어 웃으며 걷는 오늘의 뜻은
세대를 뛰어 넘어 두고두고 "인일인"이라는 자긍심을 우리에게 심어 줄 것입니다.

오늘을  위해 애쓴 8회 황정순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하면
"우리는 한 것이 없어요. 다들 도와 주셨을 뿐이랍니다"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아들들 까지 데리고 나와 궂은 일 도맡아 해 준 11회의 김영옥 문화 부위원장의 숨은 공로도 있습니다.
이렇듯 책임을 맡으면 끝까지 해 내고야마는 "인일의 저력"
우리는 뭉치면 해 내지 못 할 일이 없음을 오늘 보여 준 것입니다.

걷기대회를 마치고 교가를 부르며 헤어지는 모습이
약간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활기찼습니다.
2009년 4월 25일은 "인일의 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