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해피 트레블러(happy traveler) 상에 제니퍼가 되었습니다."
사회자의 발표가 끝나자 우렁찬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그룹(churchill park family)에서는 1년에 1번 씩, 연중행사로 PD(professionnal Development) Day 행사를 갖는다.
그룹 전체 직원들이 모여서 워크샵(work shop)을 열고 함께 모여서 점심 식사도 하고 오후에는 그룹 보스인 노린(Noreen)의 연설을 듣고 시상식을 갖는 것이다.
여러 달 전부터 각 쎈타에 추천서를 돌려서 여러 명의 추천인을 받아 1명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각 분야에 걸친 여러 가지 상이 주어지는데 "해피 트레블러" 상은 우리가 "흘로터(floater)" 라고 부르는 보조교사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각 쎈타를 돌아다니면서 행복하게 도와준다는데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제니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은빛 별 모양의 상패를 들어보이며 어색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어 인사를 하고 들어온다.
다시 한 번 박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제니퍼, 축하해. 정말로 축하해..."
마음 속으로 축하의 말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혀오면서 지나간 제니퍼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지난 해 어느 날, 내가 일하는 대이케어 쎈타로 한국인 아가씨가 찾아왔다.
불쑥 찾아온 그 당돌함에 놀라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도움을 청하는 그 아가씨에게서 알지못할 어떤 마음의 끌림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니 이미 자기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미술교사를 했다는 그녀에게 지금 당장은 빈 자리가 없으니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앨버타 주정부 프로그램이 바뀐 것도 알려주었다.
이 곳 캘거리는 앨버타 주정부에 속해 있는데 모든 교사들의 자격증을 주정부에서 관리한다.
우리 이민자들도 고국에서 가져온 유아교사 자격증을 주정부에 제출하면 level 3(3급 정교사) 자격증을 보내주고 초등이나 중등 교사 자격은 level 1(보조교사) 자격증으로 교환해 주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대이케어 교사들의 복지증진 일환으로 초등교사나 중등교사 모두에게 정교사 자격증을 주도록 주정부 정책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많은 보조교사들이 정교사 자격증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우리 쎈타에서도 여러 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스쿨 프로그램(school program)매니저인 제라미를 만나게 되었다.
"혹시 그 쎈타에 스탭(staff)이 필요한가요?"
우리 그룹에서는 인력이 필요한 경우 우선 사내광고(inner posting)를 하여 사람을 찾고 그래도 안 될 경우 외부광고-신문, 잡지-등을 이용한다.
아직 사내광고가 뜨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니퍼에게 연락하여 인터뷰 날짜를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스쿨 쎈타에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방과 후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오전에는 각 쎈타를 돌면서 아파서 못오는 사람들이나 휴가를 간 사람들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대리 보조교사 일도 함께 하게 되었다.
"선생님, 감사해요. 일자리를 찾게 도와주셔서..."
제니퍼는 나를 볼 때마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인사를 전해오곤 하였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 제니퍼가 대리 보조교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정교사로 일하게 되기를 늘 고대하였다.
지난 해 겨울, 이곳 캘거리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추웠었다.
추운 겨울 날, 제니퍼는 이 쎈타에서 저 쎈타로 그렇게 이동하면서 고생하고 수고하였던 것이다.
"제니퍼, 힘들어도 참아야해... 언젠가 자리가 나면 꼭 서류 준비하고..."
제니퍼가 낙심하지 않도록 격려해주는 일도 잊지않았다.
얼마 후, 우리 그룹에서는 아기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베이비 쎈타"를 열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 과목보다는 미술 분야의 과목을 더 많이 수강한 제니퍼는 정교사 자격증을 못 받게 되고 가고 싶어 하던 그 "베이비 쎈타"에도 못 가게 되었다.
그녀의 낙심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선생님 말씀대로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 소용없더라구요..."
"아냐, 분명히 자리가 나올거야. 기도하면서 기다려보자..."
제니퍼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나를 찾아와서 마음을 달래며 돌아갔었다.
그런데 PD 대이 얼마 전에 제니퍼가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저 베이비 쎈타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감사해요..."
아마도 그 날 PD 대이 수상자가 결정되면서 제니퍼에게도 일자리가 결정된 것이 아닌 지 나름대로 추측을 하여본다.
제니퍼가 그 "베이비 쎈타" 에서도 행복하게 일하기를 고대해본다.
"제니퍼, 날씨 좋아지면 우리 집 마당에서 바베큐하면서 지나간 이야기 나누자."
그녀의 얼굴에 함박꽃 웃음이 넘쳐나는 오늘이다.
이 곳에서 만나니 반갑고 고맙구나!!!
요즈음 너와 미정이의 눈부신 활동으로 우리 14기가 활기에 넘치더구나...
너의 표현대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행복한 생활" 을 나도 예전에 꿈꾸었지- 초등교사의 꿈_
그러나 나는 그 꿈을 이루지못했어, 안타깝게도 말야.
그대신 하느님은 내게 유아교사의 길을 안내해주셨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은 "고되지만" 그만큼 또 행복하단다.
처음에 이민와서 아이들이 나를 " 애나" 라고 부를 때 그 황당함이라더니...
한국유치원에서의 호칭에 익숙하던 나에게는 참으로 어색한 호칭이었지.
화신아
앞으로 이 캘거리 로키 통신을 통해서 내가 여기서 살아가는 , 아니 살아오고, 살아갈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펼쳐보려고 해.
도와주기 바란다!!!
금재 후배의 늘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큰 힘이 되었네요.
겨울이 길고 추운 그곳에서 금재 후배님은
따스한 봄볕이 되어 제니퍼의 마음속에 얼음속에
녹아내린 시냇물이 되어 돌돌돌 흐르겠군요.
금재야 안녕
여기서 인사할께. 서로 잘모르지만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친밀해진다
글을 읽어보니 대이케어에서 일을 하는구나.
정확히는 몰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행복한 생활을 하네.
부럽다.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품에서 떠나가니 허전함도 있지만
남은 생에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뭘까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
가정주부로만 살았고 하나님이 내게 기대하시는 삶이 이것만일까 했는데...
네게 주어진 것은 어떤 것이었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