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요즈음 봄 같지 않은 봄이라 여겼었는데
어제 산자락을 거닐었더니 봄은 어김없이 와 앉아있더라.
죽은듯한  가지에서 새움을 틔어 내기도 하고 꼭 한서린 영혼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은
진달래도 피어 있고 산매화 산수유도 피어 있더구나.
자연의 어김없는 질서를 보고 인생의 질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던데...

있는 건 시간 뿐이 없던 어느 날 영화채널을 돌리니 숱한 영화 중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눈에 띄는 거야.
아마 십년 전 쯤 책이 나왔었는데 죽어가는 사람의 얘기가 우울하게 받아들여져 읽기를 기피했던 것 같아.어쨋든 제목이 눈설지 않아 그 영화를 틀었어.
느낌이 무럭무럭 일어나더라.
이 참에 책도 읽어서 느낌을 저장해두기로 하고 책장에 두서없이 꽂혀있는 책들 속에 힘들게 그책을 찾아냈다.

우리 젊은 시절 밑줄 긋고 책읽기 했었잖아.
지드가 좁은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고 해서 넓은문 기피하다가 사오정된 기분 그대도 느낀 적이 있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 세상에 모든것을 알아버린 착각에 느낌이 둔화되기 시작해
책 속에 든 이야기가 와글거리기 시작하며 책속의 의미들이 패더고오그를 만난 지겨움으로 다가왔었지.
혹 그 시절이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혹은 지지고 볶느라) 살림 재미(혹은 살림 중압감에 눌려)에 빠져 지낸 때가 아니었을까?

어찌됐든 다시 연필들고 밑줄 그으며 책을 읽었다.
내용은  루게릭 병에 걸려 죽어가는 대학시절 은사와 한 제자가 화요일마다 만나 인생의 의미를 짚어 나가는 얘기.제자인 미치는  `행복의 마지막 조각까지 다 끼워 맞출 수` 있을 줄 아는 자신감 충만한 사내.
열심히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작가로 일해 좋은 차.멋진 집 예쁜 아내....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2프로 부족한 마음(결국 100프로일 수있는)의 걸림을 감지하는 사람이다.

눈치잰 그대는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을 써놓으면 알아차릴거야 그리고 공감하리라 믿는다.
좀 길다도 생각돼도 음미해서 읽어주길 바랄께.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제대로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다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게....`
`상반된 긴장....인생은 밀고당김의 연속...
상반됨의 긴장은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과 비슷해.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 중간에서 살지`
`사랑이 이기지....언제나 사랑이 이긴다네`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사랑을 받아들이면 너무 약한 사람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
`의미있는 삶...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그리고 자기의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쳐라`
`사람들이 걸어 잠근 감정을 우리 선생님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끌어내는지 그 능력에 감탄했다`
`모리 선생님을 만나면 그의 빛에 의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람에게 카타르시스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밖에도 나이드는 것이 성장이란 말도 마음에 들었어.
사람들은 자기 인생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성취감 있는 인생,의미를 찾은 인생이라면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
어쩌면 노년에 젊은이들을 위한 멋진 역할은 그들의  `걸어잠근 감정`을 풀리게 해서 열린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

이책은 실화.
죽어가는 자신의 삶을 프로젝트化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모리 교수가 누구보다도 열린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겠지.
소심인지 세심인지 조심인지 부끄러움인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정체 모를 괴물이 우리 마음의 빗장을 풀지 못하게 안간힘을 쓰는 것에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반성도 되고...
새삼 웰다잉 하기 위해 웰빙해야겠다는 메시지도  받으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영화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