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는 것이 지겨워 무거운 침묵을 가지에 걸어 두었다
태어나서 처음 손으로 만져보는 빗방울,
어제 어깨 위에 떨어져 내렸던 눈송이,
나는 한없이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는 새들의 흔적을 지웠다
미래를 예감할 필요가 없었다
뭉게구름 속에 완벽하게 나 자신을 은닉했다

 아침과 저녁 생년월일이 없는 나를 살게 한 건 무관심이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도 돌아갔다
구름 한쪽이 목 잘려 떨어지는데로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름이 잘려나간 한 방향을 고집스럽게 바라보았다
기울어가는 빛이 보였다
나는 이미 늙은 아이였다

위의 시는 우리10기 박미산이 낸 첫시집 '루낭의 지도'에 실린
한편의 시,

3월15일 주일날 생일을 맞으며 '늦게피는 꽃'을 자축시로 적어보았다.

궂이 이유를 들이대자면..
'늦게 피는 꽃'이라는 제목이 내 나이에도 희망을 품게해주었고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도 돌아갔다'는 귀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 스스로 자유로운 영혼임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