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만난 친구중에 나를 용순 킴으로만 부르는 친구가 있다.
그 부름이 정겹게 들리다가도 어떨 땐 격을 두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해선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로 15년여를 지내왔다.
  그 친구의 신앙생활이나 봉사활동을 도와주거나, 따르지도 못하면서 억척스레 잘 해내는 것을 보면 ,<흥! 제법이네.>하고,
인간적이고 같잖다 싶으면 가차없이 흉도 보다가 조언 비슷한 충고를 친구는 물론 친구 서방님께도 서슴치 않았다.
언젠가 ,<용순씨의 말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며 감정을 삭히던 친구 남편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금 나는 몹시 부끄럽다.

  진실로 같잖아 보이던 동생이라든가, 친구에게서 어느날 갑자기 성숙되고 변화되어진 신심활동이 거부감이나 당혹감없이
받아지지 않음은 나의 순수치 못함과 교만함 때문이리라.

  어렵고 바쁘다는 핑계로 올 크리스마스는 아무것도 없다며 주저앉은 내게 친구가 선물을 주기에,
<어쩌지? 나는 주지도 못하고 받기만해서....>
<괞찮아, 자기야! 나 자기한테 할 말이 많다. 전에 자기집에서 빌려왔던 운명철학책을 수녀님께 여쭤봤더니,천주교 신자가
그런 책을 보면 안 된다셔서 내가 버렸어. 그대신 이 책을 선물한거야. 언제 시간내서 꼭 좀 이야기하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    몇년전 자기는 이런 책 보는 것 너무너무 좋아 한다며 제 손으로 뽑아 가 놓고는 이제와서
자기 혼자 성스런 척하는 것이 비위가 틀려 그선물 보따리는 멀리 밀어 놓았다.

  난 정말 문제가 많은 여자.    앞으로 살다 죽는 날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까?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남의
걱정까지도 사서한다.  어떤 연유로든 나와 인연을 맺어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 그들이 먼저 나를 떠나지 않는 한 그누구도
일이 없어 쉬게 않겠다는생각과 사업의 비결도 웬만큼 얻은지라, 보다 많은 이들의 직장창출을 하겠노라고 , 죽을둥 살둥
모르고 또 일을 저질렀다. 

  일은 생각보다 크게 벌어졌고 ,  경기가 침체되면 그 마이너스의 폭이 얼마나 클 것인가? 까지는 계산을 못했다.
겨우 겨우 짜 맞추어 나가던 수입과 지출이 연말연시를 기해 적자 폭이 지난해 이월에 내린 폭설처럼 주체할 수 없이 커지자
세상이 나를 버리고 손가락질하며 쫒는 것같아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무서워 숨고만 싶었다. 두렵고 황당함에 잠 못이루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온몸은 무엇인가로 쏙쏙 쑤시는 듯 조여오고 아픈건지? 추운건지? 넋이 빠져 나간 것처럼 매사 귀찮고 짜증스럽다.
웬지 남편이 진저리나게 싫다. 도망가고 싶은데 ,,,   갈 수도 없는 내 처지가 안타까워 울어도 보고,술이나 약의 힘을 빌려서
잠도 청해 보았지만 다 소용 없었다.  두배 이상  늘어난 직원들 봉급날은 왜 그리도 빨리 닥치는지, 다들 어려운 이 시기에 어디
가서 돈을 빌려대야 할지.....한국의 중소기업사장이 직원봉급을 주지못해 자살한 심정도 이해가 간다.  아!  어떻게 해야하나?
한밤중에 깨어나 서성이다 눈에 띈 선물꾸러미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웨인 와이블>.    신문기자이며 루터파 개신교 신자가 쓴, 메주고리에에 발현하신 성모님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였다.
한장 한장 넘기며 여지껏 읽어왔던 여느 신앙서적보다 쉽고 편하게 깊이 빠져들며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나의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사랑과 위로, 주님의 부르심을 듣는다.  기도할 일이 부족했던 내게 갑자기 기도해야 할일이 많아졌다.
나보다 먼저 나를 사랑해 주신 분들이 생각나고....

  주님께 드리는 기도속에서 나는 사랑받고 있음에 행복해지며 희망이 , 힘이 솟는다. 신앙인에게 기도란 이토록 양식과 같은데
너무도 멀리 안이하게 내게 편한 변명과 이유로 어쩌다 생각나면 드리는 그런 기도와 믿음의 나날이였다.

주일 미사시간에 가소로워 보였던 친구가 더없이 정겹고 예뻐 보이며, 나만이 아는 부끄러움에 얼굴 붉힌다.
내가 받은 감사와 감격을 만배나 갚아 주시길 빌며 손을 내밀어      <고맙다,친구야!>  

   나의 아버지 하느님!   당신은 영원토록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버지의 나라를 갈망하는 이 딸의 영혼도  육체와영혼의
치유를 얻기 위한 저 수많은 메주고리에 순례자들의 뜨거운 기도처럼 저의 기도가 하늘에닿고, 양팔 벌려 성모어머니의 사랑과
평화를 담뿍 담아 내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딸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1999년 4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