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다시 을지병원에서 병간호를 하고 나온 아침.
몽롱한 정신으로 병원문을 나오면서 마음이 무겁다.
혼자 가야만하는 인생길 위의 투병하는 동료를 바라볼 수 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이.. 
중보기도모임에 참석한 후
집에 오는 길엔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기까지 한다.
신호등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옆의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우산을 씌워준다.
별다른 인사말이 떠오르지 않아..
"괜찮은데.." 하며 건성으로 눈인사를 하고 집쪽으로 향한다
산속이라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는 언덕을 천천히 오르며 비를 느껴본다.
차갑지만 시원한 봄비..
한가닥 신경줄이 튕겨나갈 것만 같았는데..
이 비가 내리고나면 봄이 가까워지겠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되면 모든 얼었던 것들도 풀리니
투병하는 친구도 새 소망을 가지길 바라며 봄꽃놀이를 같이 갈 희망을 가져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시 낮잠이 든다.

어둑어둑해 짐을 느끼며 깨어나 창문을 여니
숲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봄비소리가 정겹다.
저 멀리 네온싸인도 비에젖어 반짝인다.
솨~아~한 숲의 바람이 내 영혼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