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ggy Collins님이 촬영한 Mystery Bird Eating Oceanspray.


밥통에 남아있는 밥이 좀 많지 싶었으나
한두 숟갈 어디다 부쳐놓기 뭐해서 뱃속에 넣었더니 부대낀다.
뭉그적대다가 옷을 챙겨입고 배낭 메고(뭔 큰 산행이라고 ㅋㅋ)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하인천에서 내리니 길 건너 월미도행 버스가 보인다.
뭐가 급하다고 헐떡대고 뛰어가 잽싸게 올라탔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는데 , 기사분이 내 쪽을 향해 "아줌마!"하고 퉁명스레 불러댄다.
"네?" 
"차비 내야죠."
"어머, 제가 안찍었어요?"
"그럼 내가 낸 걸 안냈다고 해요?"
"아뇨, 제가 정신이 없어서...  죄송해요."
"환승입니다"라는 소리로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웬걸,
그 아저씨 계속 툴툴대는 게 아닌가?
얘기 안하면 슬쩍 넘어간다느니, 요즘 여자들이 어쩌구 저쩌구 계속 궁시렁 거린다.

미안하고 챙피했던 감정이 슬슬 부아를 돋군다.
말 섞었다간 나만 더 망신 당할 것 같고, 참다못해 월미산 한 정거장 전에서 내리며 뱉은 말!
"A~C~! 니 마나님도 지금 냄비 태워먹고 있을 거다. 임마! ㅋㅋ"
그 와중에 웃음이 나오다니 에이,푼수!

주머니 속의 묵주알을 굴리며 천천히 오른다.
아직 찬 기운이 싸~하다.
봄은 결코 없을 것 같은 저 앙상한 나무에도 봄은 오겠지?

그때 새 한 마리 푸두득 날아간다.
"그래, 니들은 좋것다!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없어서..."
괜한 돌부리를 차본다.
그제서야 기사 아저씨 맘이 이해가 되어 피식 웃는다.
이럴 땐 "풀 한 포기, 새 한 마리도 먹여 살리시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뭐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건데 내가 요 모양이다. ㅎㅎ

주머니 속에서 묵주가 연신 헛돌아간 듯 싶다.
그래도 월미산을 두어 시간 족히 걸었으니 오늘 잠은 잘 오겠지?
친구들아, 니들도 잘 자거라.
까이것, 인심쓰자. 심통이 아저씨도 잘 주무시구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