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어요.

    대학시절에도 못 갔던 수학여행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같이 가다니요...

    신기하기도하고 1박2일이 꿈만 같았어요.

    특히 수개월간 원인모를 오한과 통증으로 고통 받던 미남친구가 이번

    남도수학여행에 동참했어요.

    몸이 괴로울 때는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많이 아플 때는 옆에서 간호하던 아끼는 옆 지기의 따스한 손길도 마다할

    정도로 힘들었다는군요.

    훌훌 자리를 털고 같이 여행길에 나선 제 친구를 부개역에서 보는 순간

    눈물까지 나려했어요.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지요.

    집합장소인 사당역에 갔더니 중약78이라는 글자가 반짝이는 여행사 리무진버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간 여러 차례 친구들의 다리가 되어주는군요.

    그 차를 모는 기사분도 정겹고요.

    재무간사를 보는 살림꾼 귀여운 친구도 벌써와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조금 있으려니 선자 령에서나 어디든 늘 배려를 아끼지 않는 고향바다친구

    부부가 양손에 친구들에게 먹일 초당두부와 오징어 한축 반을 들고 오지

    않겠어요?

    그 따스한 마음에 또 한 번 진한 감동이 밀려왔어요.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는 것만도 감사한데...

    캠퍼스 커플 1호인 두 친구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었어요.

    소탈하고 늘씬한 친구하나는 삶은 계란 50개를 꾸려왔어요.

    그것도 친구들에게 정기를 준다고 유정 란으로만 골라서요.

    참 진솔하고 궂은일을 마다않는 제 친구랍니다.

    고운 친구는 남자친구들에게 전할 고급의 달보드레한 초콜릿을 준비해와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해 주었어요. 잠시 저는 천하를 얻은 기분이더군요.

    물론 저만 먹으라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 친구의 청을 들어 착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모인 친구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었답니다.

    대신 저에게는 마음을 받으랬어요. 아마 언제나 함께하는 우정의 선물이겠지요.


    장장 1000 킬로미터를 친구들과 달렸어요.

    우정의 기름을 먹은 리무진은 사랑이라는 힘의 탄력을 받아 미끄러지듯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잘 나갔어요.

    산들이 달려와 크게 넘어지고 길가 나무도 쏜살같이 뒤로 내 달리어 가고...

    차 안에서는 시인인 친구가 불어주는 하모니카반주에 맞춰 제가 준비한

    복사본의 포스터 노래 부르기를 하면서 잠시 옛날로 돌아갔어요.

    간간히 동요도 부르고요. 고교시절 수학여행 분위기 같았어요.

    친구들은 목청을 열어 열심히 그리고 아주 잘 부르더군요.

    노래하는 제 친구들을 보았다면 “참 잘했어요.”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겠죠?

    한반도의 남단은 봄기운을 담아 굴곡의 아름다움과 여유로 다가왔어요.

    윤슬에 반짝이는 남해바다는 열린 마음에 드리운 한 폭의 동양화였어요.

    조계산 선암사의 가장 큰 해우소도 보았어요.

    자연으로 돌려보내려면 용기가 필요한 아주 큰 해우소랍니다.

    인간사 순환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겠지요.

    광고에서 보던 어느 스님의 “끄응!”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어요.

    비움의 미학도 차곡하게 쌓였더군요.

    낙하지점까지가 도달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그런 깊이였죠.

    일을 보다 자칫 발을 헛디뎌 그 아래로 빠지기라도 한다면...

    그 옆 모퉁이 동백꽃은 빨갛게 피어 낯선 길손에게 수줍은 듯 눈웃음을

    짓더군요.

    한 친구가 휴지를 들고 그 큰 해우소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어요.

    시민기자인 듬직한 리더십을 가진 킹카친구의 카메라에 포착되었어요.

    찰칵거림에 놀라 행여 그 친구가 뒤로 나자빠지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아래에서 비움의 장면까지 찍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아마 친구의 것이라면 다 좋은가 봐요.

    돼지가 꿀꿀거리며 빤히 쳐다보는 제주도 민가의 해우소도

    생각나는 시간이었어요.


    전날 저녁에는 통영부시장이 직접 나와 안내하며 자연산 신선한 회로 수십 명의

    친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동기회 총무를 보는 친구가 도의원시절 그분에게 도움을 많이 줘 감사의

    뜻으로 모처럼 통영을 찾은 제 친구들 모두를 대접하겠다는 것을 극구 사양할 수

    없어 못 이기는 척 그리하였군요.

    그 친구는 대인관계를 잘 맺고 인간적 인프라 구성에 성공한 것 같았어요.

    평소 덕을 잘 쌓은 것이지요.

    동기들의 살림꾼인 재무를 보는 귀여운 친구와 매사 협력해 잘해나가고 있는

    카리스마의 좋은 두루빛친구랍니다.


    늦은 시각 삼천포 해상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었어요.

    한 두 친구를 제외한 친구들이 모여 호텔구내에 마련된 노래방에 갔어요.

    제 생애 그렇게 신나게 놀아보기는 처음이랍니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를 증명이나 하듯 노래와 웃음과 율동으로 밤은 깊었죠.

    해방감에 젖어 몸을 마구 흔들어댔어요.

    더워 벗은 반팔티셔츠사이로 불거져나온 제 단련된 근육에 남친 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더니만 급기야 글쎄 저랑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커밍아웃을 선언한 것도 아니고 이성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아휴! 여친 들과의 닭싸움을 겨우 벗어나나 했더니만 이건 또 뭐래요?

    남세스럽게...순간 소름이 끼쳤어요.ㅎㅎㅎ

    물론 친구들의 농담이었어요.


    남녀가 층을 달리해 새벽녘에 잠자리에 들었어요.

    남친 들이 잘 곳은  방 세 개, 샤워 실 2개, 세면장 하나에 화장실이 달린

    그런대로 깔끔한 커다란 룸으로 밤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더군요.

    모처럼 만난 것을 자축하며 가는 밤이 못내 아쉬운 친구들은 술잔을 기울여

    꼬박 날을 새웠어요.

    내일을 위해 눈을 조금이라도 붙이려는데 옆 친구의 코고는 소리가 마치

    어머니가 어릴 적 엿을 골 때 나는 그런 소리였어요.

    “풀럭 풀럭” “드르렁 드르렁”

    어떤 친구는 탱크가 지축을 흔들듯 아주 심하게 코를 골더군요.

    무호흡증후군의 친구는 누구를 부르는지 잠꼬대를 하며 중얼거리고...

    그래도 제 친구들이 내는 소리라 평소와 달리 귀에 거슬리지 않았어요.

    단지 피난가자는 한 친구의 산개명령에 덩달아 따라 나서 옆방으로 대피한

    것뿐이죠. 전 어찌 잤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물론 코를 골았을 거예요.


    아침에 습관대로 눈이 떠졌어요. 순간 정말 놀랐어요.

    옆에서 자는 친구가 처음 본 여자 같았어요.

    어둠에 드러난 친구는 선이 곱고 얼굴도...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아직은 젊지요.

    술이 많이 취해 제가 실수로 다른 방을 찾아든 것이 아닌지 가슴이 철렁했어요.

    집을 오랜만에 떠나더니 하루사이에 옆구리가 허전해 헛것을...

    기지개를 편 다음 반팔의 기능성 옷을 입고 조깅에 나섰어요.

    숙취도 해소할 겸...

    남녘의 공기는 약간 추워도 신선하더군요.

    제 친구들의 안녕을 책임진 기사분이 벌써 일어나 차를 살피며 “운동가세요?

    늘 그렇게 운동하시는군요? 멋지세요!” 하는 소리에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바닷가를 달렸어요.

    남해가 다가와 넓고 푸른 가슴으로 안아 주더군요.

    잔잔한 바다가 조용히 희망의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그리고 어깨를 활짝 피랬어요.

    가볍게 달리고 나니 머릿속도 맑아지고 상쾌하더군요.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지난 밤 벗어 놓은 바지를 못 찾아 허둥대는데 그 사이

    제 모습을 친구들이 보았나 봐요. 근육이 참 좋데요.

    솔직히 부끄러웠어요.

    달리 헬스를 한 것은 아니고 다년간 팔굽혀펴기와 합기도 수련이 나름대로...

    제가 보기에는 대단하지도 않은데 과찬을 하는 것 같았어요.


    돌고 돌아 강진 땅을 밟았죠.

    호남친구들이 점심상을 아주 맛깔스럽게 차려주었어요.

    그 친구들의 정성스런 마음을 먹었어요.

    젊은 날 합기도 수련 시에 연마한 단전호흡법 강연시간도 가지구요.

    밥을 잔뜩 먹은 친구들에게 단전호흡법을 가르치려니 쉽지가 않더군요.

    “자 괄약근을 조이고...천지사방의 기를 합쳐 배꼽아래 단전에 모아주고...”

    시범조교인 한 친구가 기합소리를 냈는데 “야아~!” 하며 섹시하게 내는 바람에

    친구들 모두는 뒤집어 졌어요.


    이제 전국의 여러 곳으로 흩어져 돌아가야만 했어요.

    다음을 기약했지만 아쉬움에 친구들을 놓고 싶지 않더군요.

    또 정이 새록새록 많이 들었나 봐요.

    집을 떠난 지 거의 35시간 만에 귀환 중이었어요.

    중간에 내리는 친구들을 위해 제 서툰 실력의 하모니카로 ‘올드랭자인’을

    불러주었어요.

    이별은 싫군요.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이 아리고 아파요.

    길가 가로등이 졸린 눈을 비비며 졸음을 쫓고 있었어요.


    늦은 귀가라도 소중한 친구들과 동행이 되었기에 아주 행복한 1박 2일이었음을

    보고 드립니다.

    참 안개꽃샹송을 보내드릴게요.

    모두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