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 보면,
나의 내면이 너무 황폐하고 안정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진짜가 없다는 느낌.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설사 그것이 아무리 거칠고 혹은 부도덕하고 흉해도
-그래도 그게 나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무엇이.
그래서 늘 혼란하고 자신없고 상처 주고 또 상처 받고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것 같다.
흔들리는 모습으로는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것 아닌가?
힘들었던 방학 후유증일까?
어느 누구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마치 통 속에 빠진 것 같이 얽히고 얽힌 어려움 때문에
신경줄이 너무 팽팽했었던 것 같다.
암튼 좀 지쳤다.
너그러움이 없는 것, 확실한 거 같다.
다음 주면 개학을 하고 그 생명력이 팡팡 튀는 아이들과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새 학기,
또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쉰 넷이 된 건가?
아 낯설어라........
이런 혼란함이 참 부끄러울 때가 있다. 아니 대부분 그렇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안정되고 자기 모습이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난 영원히 저렇게 안정되지는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고, 실수는 계속될 거고, 늘 미완인 채로 늘 이렇게 헤매며 살 거라는 그런 불안감 때문에 얼굴이 뜨겁고 가슴이 조여오기도 한다.
2주에 한 번은 산에 올랐고, 아주 뿌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나 영화도 많이 볼 수 있었고, 내 주위의 사람들과 웃으며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역시 불안하고 혼란한 건 여전하다.
무엇일까?
아침에 조수미가 쓴 글을 읽었는데, 불행은 저수지의 물과 같아서 고이고 고이면 다 채워진 것 같지만 더 더 더 다시 불어나고, 이 물이 넘치면 결국 둑은 무너지고, 둑을 무너뜨린 물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진다며 불행의 연속에도 끝이 있는데 지혜는 이 불행이 끝나는 때를 알아차리는 데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어.
조수미는 독감에 기관지염에, 잡혀진 공연 일정에 40도를 넘나드는 열병에, 목 수술의 위협에, 갑자기 돋아 난 사랑니에, 살아야겠다고 작정하고 텅 빈 냉장고에 오래 보관되었던 딸기잼을 먹고 식중독이 겹치는 불행을 겪으며 초창기 국외 무대의 모든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으로 인해 깊은 좌절에 빠졌었는데 그것을 겪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나 보더라.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일이 계속되면 지치는데 자기는 연속되는 위기와 슬픔을 지켜보며 둑이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방법을 배웠노라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 것이다.
머리에 관을 쓴 채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듣기만 해도 내 허리가 다 아프다.
환자의 마음은 환자가 가장 잘 알고, 같이 아픈 사람의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며칠 전에 자유게시판에 용순이 언니가 쓴 글을 읽으며 감동하며 굉장히 편안한 위로를 받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제발 맞았으면 좋겠다) 용순이 언니는 우리 고 2땐가 무용 교생이었다.
너희들 기억하니? 그 유쾌하고 통쾌할 정도로 씩씩하고 사랑스러웠던 그 교생 선생님.
-너희들 이런 재미있는 얘기를 공짜로 들을 거니?-
-아니요, 그럴 수 없죠. 잠깐만.... 후닥닥 매점~~-
난 그녀의 명랑함에 감염되어 달콤하게 그녀의 명령을 받들어 매점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리고 그 재미있었던 이야기. 미국여행기였던 것 같은데.
난 그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즐겁고, 고등학교 3년 동안 가장 신선하고 통통 튀었던 유쾌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그 언니가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아하! 누구나 그렇구나! 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아쉬움이라곤 없는 사람 같은데 그래도......
하긴 아쉬움 때문에 힘이 빠지는 건 아닌지도 몰라.
방학을 접으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좀 더 마음 열기.
좀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나에게 처방을 내린다.
많이 걸으시오!
당신 눈에 가장 아름다운 건?
나무요.
나무를 보며 오래 오래 걸으시오!
네.
어쩌면 정말 유년기가 끝나면서 우리의 순수한 즐거움은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다음의 것은 만들어가는 것?
그게 힘겨운 건지도 몰라.
그러니까 힘든 건 당연한 건지 모른다.
갑자기 안심이 된다. 아우 바보.......
혜숙이가 준 악보를 보면 마음 뿌듯해지는 것.
이런 내 마음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
고마운 일임에 틀림없다.
옥규 말대로 이제 우리가 쉰하고도 넷인데...
"좋은 날이 있을거라는 남의 위로보다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행복을느낀다."는
며칠 전에 만난 후배의 말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 후배는 너무 냉소적인 사람이었을까? 너무 솔직한 사람이었을까?
하여튼 그동안 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위로의 말들을 하지 않았나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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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규는 남의 좋은 점을 보고 깊이 반성한다
난 메스컴에 알려진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저사람들도 나같은 단점이 있을꺼야,
왜냐하면 나도 평판이 좋으니까!" ㅎㅎㅎ
옥규야. 마 대강 살자.
고민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영화도 잘보고 탁구도 잘치고
아이들 사랑하기를 제몸보다 쬐끔 못하게 하고~~~~~~~~~~~~~
암튼 내 눈에 비친 옥규는 멋있어요.
참 또 있다.
남에게는 칭찬을 아끼지않는 점!
(내가 니 칭찬을 보약으로 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