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일 아니 오늘이구나, 너희들 기쁨의 졸업식을 하는데 잠이 오지 않네.
너희들의 졸업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오르고 참 기쁘다.
작년 고 2 때 만나 고 3까지 이어진 너희들과의 시간, 정말 평화롭고 행복했다.
너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되곤 했다.
뭔가 도란도란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할 것도 같고, 한 번 더 손을 잡아 주어야 할 것도 같고,
한 번 더 너희들의 튼실한 등을 두드려 주어야 할 것도 같고.
더구나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대학으로 진학하는 너희들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뿌듯하다.
새로운 환경에 낯설어하고 두려워하는 너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어쩌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힘든 일들이 많을 수도 있다.
어쩌면 좋지? 하며 근심하는 날들이 있을 것이다.
한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그 다음 고비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고 말이야.
얘들아
어제 그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을 읽었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 온 어느 작가가 자기 딸이 고 3일 때 일 주일에 한 번씩 쓴 편지를 묶은 책이야.
딸은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는 바람에 불행하게도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져서 살았고,
다시 만나 엄마와 살고 있는 지금도 그 상처가 이 아이를 가끔 두렵게 만들기도 하지.
이 책에는 참 너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내용이 많이 있다.
그 중에 하나만.
2001년 봄철에 아주 심한 가뭄이 들었대.
논들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온 나라에 심어 놓은 모들이 다 말라죽게 되었지.
그래서 농부들은 온힘을 다해 마른 논에 물을 대었지.
그런데 그해 가을에 다시 엄청난 태풍이 몰아친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올해 농사는 망쳤다 하며 절망하고 있었어.
그런데 말이다. 결론을 말하면 놀랍게도 그해는 유례 없는 풍년이었다는 거야.
그렇게 심한 태풍에도 피해가 없었던 것은 봄날, 그 무서운 가뭄 속에서 자기의 몸을 살리려고
벼들이 더 깊이깊이 땅 속으로 자기의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래서 그리 심한 태풍에도 뿌리가 뽑히지 않았다는 거야.
너희들도 이제 어린아이는 아니니까 하는 말이지만 사람의 삶이라는 게 기쁜 일만 있는 건 아니야.
어쩌면 어른이 될수록 기쁜 일보다는 힘든 일, 즉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일이 더 많을 수 있어.
그런데 말이다, 그런 고통과 수고가 결코 헛되지만은 않다는 데 인생의 비밀이 있다는 거야.
그런 힘든 일을 극복하려고 노력할수록 너희들의 뿌리는 더욱더욱 깊이 내리게 될 거라는 것이지.
그러니까 얘들아.
너희들 앞에 있는 숙제와 고통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이 고통과 실패를 통해서 내가 만들어지고, 이런 노력을 통해서 더욱 더 올곧은 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 봐.
실은 나도 늘 그렇게 힘든 일을 이겨내거든.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
저에게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아주 큰 힘을 주셨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기숙사로 보내 놓고 아플 때도 가슴만 졸이며 눈물지으시던 부모님의 마음 저 잘 압니다.
수화만 사용하고 말을 잘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슴에 쌓아두기만 하면서 보내셨던 안타까운 그 시간들 잘 이해합니다.
체구는 작으시면서도 아주 넓고 따스한 마음을 가지신 병찬이 어머니.
새벽까지 다리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일하시면서 병찬이를 잘 키우신 어머니.
어머니의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 천재를 낳으신 창묵이 어머니.
늘 말을 아끼시며 안타까운 마음을 보여주시던 그 모습 잘 기억합니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창묵이는 어디 가서나 사랑받을 아이입니다.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힘들겠지만 금방 창묵이의 능력이 드러나게 될 겁니다.
저는 창묵이를 믿어요.
오늘 꼭 안아드리려고 했는데 오시지 못하신 민호 어머니.
맘고생 많이 하셨지요?
유달리 올해 여기저기 아픈 민호 때문에 오시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시던 어머니,
걱정마세요.
우리 김민호 목사님이 나중에 어머니를 평화롭게 해 드릴 거예요.
맘 건강 몸 건강하세요.
언제나 씩씩하고 정직한 모습으로 저에게 큰 힘을 주신 사라 어머니.
쌍둥이 두 딸이 모두 합격되었으니 얼마나 기쁘십니까? 정말 축하드립니다.
어머니는 이런 기쁨을 받으실 자격이 충분합니다.
왜냐구요? 아주 좋은 분이시니까요.
어떤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착한 딸을 일 년이나 빌려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늘 아이들을 격려해 주시고 힘이 되어 주세요.
어떻게 하냐구요?
맛있게 밥을 해 주시고요, 청소 안하거나 자기 빨래 안하면 등짝을 후려갈기시고요, 손도 잡으시고요,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요, 그리고 자꾸 웃어 주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저도 엄마가 환히 웃어주던 그 모습 생각하면 힘이 나거든요.
그 다음은 우리 아이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자, 나의 귀한 사람들
지금까지 만난 아이들과의 귀한 앨범에 이제 너희들을 끼워 넣는다.
이제 우린 헤어지면서 <떨어져서 함께 있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잊지 말아라.
내가 너희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혹시 너희들이 달리기에서 넘어져서 혼자 눈물짓고 있을 때도 운동장 한 켠에서
일어나! 괜찮아! 잘 하고 있는 거야! 박수치며 응원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을.
우리 사랑하는 친구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그리고 늘 저와 함께 해 주신 부모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2009. 2. 13 서울농학교 고 3-3반 담임 임옥규 드림
---------
아침에 책상을 둥그렇게 해 놓고, 차를 끓여놓고, 졸업식이 끝난 후 교실에 모여 서로 마주 보며 짧지만 오붓한 시간을 가졌어.
자식이라서 더 하기가 어려웠던 말들, 수화를 못해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 우리 아이는 이런데 당신들의 아이는 어떤가 이런 생각들, 대학교는 보내 놨는데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들.....
부모님들의 그런 생각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아이들을 잘 길러 주신 어머니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전하고 싶었어.
아주 좋았어.
난 축하의 맘으로 한복도 입었고, 뾰족 구두도 신었어.
발 아퍼 죽겠다.
잘들 지내고 있지?
난 김혜숙 선생님의 권유로 16주 반주 완성이라는 책을 상 하로 사서 피아노 꽂이 위에 올려 놓았어.
16년 완성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기분이 좋구만.
애들 핑계로 오랜만에 안부 전한다.
잘들 지내셔~~
(우리 아이들 체험학습 할 때 맛있는 거 사주라고 멀리서 마음 보내준 김여사, 또 김여사, 또 김여사, 또 다른 여사님들.... 덕분에 애들 졸업 잘 시켰다. 고맙고 고맙다.)
가슴이 찡하네.
귀한 사람들의 졸업!!!
정말 장한 스승과 제자!!!
너의 고운 맘씨가 귀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훌륭하게 성숙시켰구나.
참 수고 많았어.
훌륭한 선생님으로 그들의 가슴에 남으리라~~~~~~~~~~~~~
옥규야~
봄날방에 12기 방에 들어가보라고 옥규가 쓴 감동적인 글이 있다고 해서 들어왔더니~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암튼 또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네.
아이들이 너를 더욱 성숙하게 하고 또 기쁨을 주고 있구나.
가슴이 따듯한 너를 만나게 된 제자들도 복이 많다.
그리고 봄날의 인연으로 너를 알게되어 자랑스럽다.
아이들은 너의 큰 사랑을 세상 살면서 두고 두고 꺼내 보고 힘을 낼 거라 믿는다.
훌륭한 옥규, 네가 내 동창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