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치는 할머니를 보셨어요?

Drums

 

어제밤 11시 반에 집에 돌아왔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버릇된 남편때문에 그런 일은 절대로 없는 일이죠.

10시에 오라는 집에 가서 드럼 세트를 사가지고 오기 위하여 9시 반에야 집을 나섰었거든요.

일찍 좀 오라고 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 집에 무슨 일이 있답니다.

웬 홍두깨..드럼 세트이냐고요?

 

우리 교회 드럼치는 사람이 최근에 교회를 떠났습니다.

갑자기 드럼 치는 사람이 없어지니 서운하였어요.

남편에게 "드럼을 배워서 내가 칠까?.."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조카 애가 배우지 않고도 얼마나 잘 치는지 그애가 드럼 칠 때마다

황홀히 바라보곤 하던 나로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예요.

언젠가는 드럼을 나도 배우고 싶다고 말한 적도 한두번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목소리도 잘 안나오니 드럼으로 찬양을 대신 하여도 얼마나 좋은가 말입니다.

 

그랬더니 열렬히 환영하며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이 양반은 자기는 재주가 메주라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마누라가 무얼한다면 신이 나는 모양입니다.

 

알아보니 쓰던 드럼은 일, 이백불이면 산다고 하며 사놓기만 하면

아들을 보내어 가르쳐 준다고 하는 친지도 있어서

하나를 장만하여 연습을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Cecilio 4Sereis DS-480OR High-Grade 5-Piece Orange Drum Set with 4 Cymbals and SeatCecilio 4Sereis DS-480OR High-Grade 5-Piece Orange Drum Set with 4 Cymbals and SeatCecilio 4Sereis DS-480OR High-Grade 5-Piece Orange Drum Set with 4 Cymbals and Seat

 

그래서 하나 봐 달라고 누구에게 부탁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 연락을 안하는 것이

왠 할망구가 미쳤구나 한게 아닐까요. 

그런데 어제 남편이 낮에 "여보 드럼을 50불에 내 논 집이 있네.."하며 전화를 하였어요.

아리조나 타임즈 인터넷판 열린 장터에 난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어요.

 

왠 생전 하지 않던 그런 광고를 다 보았냐니까 중고 컴퓨터를 사 볼까해서 본 것인데 그게 눈에 띄었답니다.

알아보니 새것을 600불에 사서 얼마 쓰지 않은 새 것 다름없는 것인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이 짐 정리 차원에서 내 놓은 것이래요.

50불에 600불짜리를 산다면 이게 웬 횡재?

아마도 빨리 드럼 배워서 치라는 하나님의 뜻?

거기까지 비약하여 생각이 될 정도로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쇠뿔은 단김에 뺀다고 그날 밤으로 약속을 잡은게 10시에 오라는 것이었어요.

GPS에 입력하여 따라가 보니 30분이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집에서 전화를 영 안 받는 것이었어요.

 

조금이라도 일찍 갈수 있을까 미리 전화해도 안 받고,

가는 내내 전화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안 받았어요.

전화를 해야 그 집에 들어갈수 있는 것은 아파트이니까 호수를 모르면 찾을 수가 없기 떄문이지요.

GPS에 입력할 때 아파트 주소만  넣어 와서 그게 걱정인 것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하여 밤 열시경에 컴퓨터를 열어 그 집 아파트 호수를 읽어줄 사람을 찾는데

친구도 안 받고 딸도 안 받고...

이게 도무지 해결 할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걱정이 되기는 이 사람들이 너무 싸게 판다고 마음이 바뀌어 전화를 안 받는 가?

혹은 그사이 누가 와서 웃돈 주고 사가서 곤란하니까 전화를 고의적으로 안 받나? 하는 것이었어요.

못 찾으면.... 좋았다가 마는 헛수고가 될까봐 걱정 되었어요....

 

결국 캄캄한 밤에 200 여채 되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미안함을 무릅쓰고 이미 잠자리에 든 우리교회 장로님을 전화로 깨웠습니다. 

덕분에 찾았어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파트를 찾아내어 노크하니 "전화가 안 왔는데~. 전화 소리를 못 들었는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한국 비데오를 보느라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지...

그렇지만 마음이 안 변한 그 사람들을 만나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그래서 얼른 그 드럼 세트를 차에 가득 싣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우스워 죽겠는 거예요.

 

내 기분을 좋게 하느라 밤에 안 나돌아 다니는 금기를 깨고 서둘러 준 남편이

오랜만에 기특한 일을 해서 의기 양양하는 모습도 우습고

어린아이 같이 좋아하는 내 모습도 우습고...

 

아침에 일어나 가족실에 늘어놓은 빨간 드럼 세트를 바라보며

다이아몬드 반지 사준 것보다 더 기쁘지? 하는 엉뚱한 울 남편이 또 한번 웃겼습니다.

이제 할머니가 되어서 드럼에 도전 한다..ㅎㅎ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 아닙니까?

천번의 법칙을 적용하면 언젠가 멋진 할머니 드럼어가 되겠지요..

그래도 정 안되면 우리 집 데코레이션으로 쓸 것이니까 걱정은 마세요!

악기는 보는 것만도 즐거우니까요.

(2009년 2월)

One More Time 원곡등 15 곡… 신나는 곡~~~


음악은 둥지님 방에서 퍼왔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