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자식으로서 반성도 많이 했으며
왜 엄마를 한번도 여자로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글을 몰라 서울로 공부하러간 큰아들의 편지를 딸아이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하던 엄마에게도
젊은 시절 남편 말고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둔 적이 있었다니.....

이 소설을 읽고 나도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도 아버지말고 마음에 평생 두고 산 남자가 있었냐고요?
우리 엄마 펄쩍 뛰며 망측스러운 말 하지도 말라고 퉁박을 주었습니다.
과연 우리 엄마가 솔직한 답변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77세 라는 나이가 되면 다 별것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요?

나는 오늘 갑자기 한살이라도 더 먹었다는 것이 두렵고
나도 언젠가는 우리 엄마처럼 되어 가겠구나 하는 처량함에
내 소중한 기억을 이제라도 담아 두어야겠다는 절실함에 펜을 들었습니다.


      "취해야만
       내가 너를 안을 수 있지" 했던
       슬픈 남자가 있었네.

        그 한마디에 
        내가 왜 그렇게 떨렸는지.
        무심코
        비밀의 꽃대를 피워 올리고
        아득해지던 두려움때문에
        무시로 
        넘쳐 오르는 내 욕망이
        훨훨 불 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했네.

         "취해야만 
         내가 너를 안을 수 있지" 했던
         바람같은 남자가 있었네.

         부끄러워 하는 내 손을 꼭 잡아주며
         한 석달 열흘쯤
         깊은 산속 외딴 집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토라지기도 하면서
         아무도 몰래 숨어서 살아 보았으면 했는데

         바람이 불면
         나를 흔들고 갈 눈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때 나는 행복했네.

        "취해야만
          내가 너를 안을 수 있지" 했던
          바보같은 남자가 있었네. 

          내 어깨에 기대어
          "다시는 울지 말아요" 했던 굳은 맹세는 어디로 가고
          지금도 내 안에 남아
          나를 울리는 
          바보같은 남자
         그런 남자를 내가 그만 사랑해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