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규모의 배.. 어디를 둘러봐도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지요.

요란한 전구들로 장식한 배 안에서 우린 이리 저리 다니며 촌놈 서울 구경하듯 배안을 익혔습니다.

그러나 사박 오일이 다 지나도록 완전히 다 통달하지 못하여 길을 자주 잃었어요.
  

쿠루스 배를 탄 첫날 밤부터 우리는 쇼를 구경하였습니다.

밤 늦게 하는 것이었는데 라스베가스에 가면 300불 짜리 라며

안보면 손해라고 열심히들 구경했어요.

이야기로 엮은 춤인데 볼만 하더라구요.

두째 날 쑈는 첫째날 보다 더욱 굉장한 것을 보여 주었어요.

음악에 효과 음에 쉴새 없이 바뀌는 무대 장치에 수 많은 출연자들을 동원하여...

정말 그렇게나 굉장할 줄은 꿈밖이었어요.

 

세째날 밤에는 캡틴스 나잇이라고 선장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칵테일을 공짜로 제공하고 코메디 쑈를 보여주더라구요.

배에서 먹는 모든 것은 무료인데 술만큼은 따로 돈을 내야 하더라구요.

정식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처럼 웨이터들이 있는 곳도 있고 부페도 있는데

아침 점심저녁을 우아하게 정식으로 먹어도 되요. 그야말로 디저트까지 완벽하게요,

나중에 팁을 하루 10불씩 자기들이 계산하는데 엑스트라로  주고 싶으면 더 주기도 한대요..

우리들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무도 돈내고 술을 산 친구는 없었죠.

그래도 캡틴스 나잇에는 공짜로 주는 칵테일과 스낵은 기분 좋게 먹어줬죠.

가지고 온 옷중에서 가장 화려한 것을 차려 입고 화장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모두가 최고로 예뻐져서 주위가 다 환해졌지요.



화려한 공연장에 준비된 근사한 소파에 둘러 앉아 칵테일 파티를 하는데

어두침침한 곳에서 모두들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아마 순자가 아야꼬로 분장했던 날이 그 날이었나 봐요.

용화의 가발을 뒤집어쓰고 종종 걸음치며 새침을 띠는 것이 얼마나 일본여자 같던지..

모두의 웃음을 폭발하게 만들었어요.

이날 혜련이는 얼마나 이쁜지, 이쁜 사람 좋아하는 나는 자주 넋이 빠져 쳐다 보았답니다.

등산으로 운동으로 단련된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는 연재는 또 얼마나 귀엽게 차리고 왔는지

30대 총각이 휘파람 불게 생겼더라구요...

이 나이 되니까 열심히 공을 들인 몸과 그렇지 못한 것이 판이 달라 집니다.

부지런히 운동하고 가꾸어야 될 것 같은데 게으른 이 몸은 기권한지 오래죠.

그래도 웃는 미소만큼은 빠지지 않겠으려니 그쯤으로 만족하려구요.ㅎㅎ

 

두째날 낮엔 카탈리나 섬 구경, 세째날엔 엔세나다 구경을 했지요.,

카탈리나 섬에는 다른 작은 배로 육지에 들어갔습니다.

모두 함께 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았어요.

산보를 하는데 하나도 츱지 않았어요. 상쾌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서 옷을 벗어야 할 정도...

 

쿠루스에서는 각종 볼거리 놀거리들을 리스트를 써서 손님들을 유치했는데

우리는 그냥 나와서 자유로 버스를 탔어요.

똑같은 것이 배에서 요구한 가격보다 절반은 쌌습니다.

다음 날에는 멕시코 엔세나다에 내려 주었습니다.

롱비치 항구처럼 배가 직접 뭍과 연결을 해 주어 작은 배를 탈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팀은 골프를, 한팀은 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을 들러 보았습니다.

이때는 배에서 주선한 관광을 했어요.

그냥 나가서 즉석으로 찾으면 좀 싸게 할수 있었지만 남의 나라이니까 그렇게 가기로 했지요.

엔세나다는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멕시코 항구랍니다.

멕시코 가이드는 미국과 멕시코를 비교하는 말을 많이 해 주었어요.

그가 이야기 해주는 멕시칸들의 삶이 보이는 집들처럼 얼마나 초라한지...

거리상 그렇게 가까운데 왜 그렇게나 차이가 날수가 있을까요...

 

우리들의 과제는 그 주말에 있는 총 동창회에서 무언가 재롱을 펴야 하는데 그 준비를 하는 것이었어요.

우리들이 환갑을 맞는 해가 되었다고

우리를 중심으로 동창회가 모인다니까 그 답례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화려한 화정이가 준비를 해 온 것은 음악에 맞추어 라인 댄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에 있는 동안 밥먹고 할일 없을 때는 열심히 모여서 춤을 배웠던 것입니다.

틈만 나면 넓은 장소를 찾아 음악을 틀어놓고 열심히...

쿠루스가 지루해 지기도 쉽다지만 틈틈이 댄스 연습을 하느라 몰려 다니며 우리는 지루한지 조금도 몰랐습니다.

 

춤을 추니까 땀도 나고 운동도 되었지요.

성당에서 배웠다는 명은이도 날씬한 몸에 한들한들 잘 추고

부부간에 스포츠 춤을 열심히 추었다는 영숙이도 화정이 못지 않게 멋지게 추었는데

모두들 잘들 따라 하더라구요.


 

문제는 저였지요. 첫번 라인댄스 기본은 쉬워서 금방 배웠는데 두번째는 좀 어려웠어요.

스텝을 버벅 대고 자꾸 엉기어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어요.

그래도 피나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자 끝날 때 쯤에는 어느 정도 따라 갈수 있었습니다.

춤 잘춘다고 뻥친게 들통나 버렸지요?

무엇이든지 그렇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안되는 것이 없더라구요.

배울맘만 있으면야 사람은 무엇이든지 할수 있는 게지요.

 

끝나는 밤에는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곳에가서 그동안 연습한 솜씨로 열심히 춤을 추었죠.

얼마나 신이 나는지 우리 모두 춤바람이 났다고 걱정했어요.

특히나 나와 영희가 자꾸 춤을 추려고 해서 바람났다고요..ㅎㅎㅎ

 

우리들이 마지막까지 춤을 추고 나오는데 그때 들리는 노래는 미국노래 였어요,

그런데 가사가 이상하게도 "미~쳤어~ 미~쳤어~" 라고 반복하여 들리는 것이었어요.

나만 그렇게 들은 것이 아니었어요.

우리들이 춤바람이 난 것을 지가 어떻게 알고 미쳤다고 하는지,..갑자기 도망가고 싶더라구요. 

영어로 무슨 말이 그렇게 들렸을까 아주 신기해요.

 

집에 와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운동을 대신 하기로 한 것은 화정이 아이디어였는데

운동 싫어하는 나로서는 좋은 대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몇조금 갈까는 문제이지만...(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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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계신 음악은 '시셀'과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부르는 'Quando Sento Che Mi Ami'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