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쿠루스를 타면서

월요일 아침 무수비와 찹쌀떡을 만들어 가지고 장장 6시간을 운전하여 롱비치 해안에 갔습니다.

아리조나에 비하면 훨씬 더 부드럽고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기가 막혔죠.

인천에서 살았던 우리는 바다만 보면 만사 제쳐놓고 뛰어가서 안기고 싶어요.

 

그곳에서 6 25때 헤어진 식구를 만나듯 오랜 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열광의 포옹을 하였지요.

함께 배를 타는 친구는 17명, 연재의 성실한 리더십의 결과이었습니다.

 

영화 타이태닉에서 본 것 같은 거대한 큰 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제 여행이 실실~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요.

수속을 하고 들어가니 점심을 먹으라는 것이었어요.

마음대로 먹으라고요. 하루에 12번씩도 먹으라고 선장이 말해주더군요.

미국 사람들은 12번은 몰라도 우리 한국 아줌마들의 열두배는 확실히 먹겠죠.

 

음식을 할 필요가 없고, 청소를 할 필요가 없고, 일할 필요도 없는 크루스는

끝내주게 우리 아줌마들을 기쁘게 해주는 곳이었지요.

이 멕시코 크루스는 주중에 시작하는 것이고 가장 값쌀때 사서

260불 정도로 4박 5일을 하게 된 것이었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쑈를 보여주고 수영, 싸우나, 피트니스, 라이브 음악에 춤에...정식 디너에...

그리고 여행지에 보내주었으니 얼마나 싼 값인가...

우리는 믿기 힘든 가격에 거부할 수가 없이 17명이나 참여를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그동안 개스값이 떨어졌다고 그 차액을 40불을 돌려 주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정직히 장사를 하는 것일까 참으로 감동이 되더라구요.

첫 밤에는 잠이 일찍 올것 같지 않아서 갑판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달이 보름을 막 지나서 거의 풀 문이었습니다.

물결 위에 달빛이 부서지면서 얼마나 찬란하고도 고요하던지...

시 한구절이 나올것도 같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미명에 짝꿍 명은이와 일찍 일어나서 해돋이 구경을 하러 갑판에 나갔습니다.

6시도 못 되어 나갔으니 오랫동안 희미한 여명뿐이었습니다.

기다리기가 지루해질 무렵이었습니다.

 

갈매기들이 한떼가 몰려 와서 우리 앞에서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공중 쑈! 그래요, 완전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공중 쑈를 해주었답니다.

끼익끼익...어쩜 나중에는 노래까지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침 식사를 할때 자랑을 했더니 친구하나가 하는 말,

야, 그게 무슨 노래를 했다고 그러냐?

니들이 쑈만 보고 먹을 것을 안 주니까 욕을 한 것이지~

세상에 샘 난다고 그렇게 고약을 부리기냐? 우리들은 몹시 웃었습니다.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해돋이를 구경하였습니다.

해가 어디에서 뜨는 가에 따라 아주 독특한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었어요.

수평선에서 올라올 때는 희미하고 잔잔 했고 섬 위로 해가 뜰때는 아주 강렬한 멋이 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순간을 놓지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가만히 기다렸어요.

아차하면 해가 저만치 떠 버리니까요.

떠오를 때까지는 오래 걸리는 것 같아도 뜰 때는 한꺼번에 금방 떠오르거든요.

 

 

 

마지막 날 밤에는 해 지는 광경을 여럿이 구경했습니다.

강렬하던 햇님이 그 정열을 접고 꼴깍 넘어가는 모습도 너무나 굉장하지요.

그리고 해가 져도 오랫동안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여명이 화려합니다.  

  

절절 매고 사느라 해와 달도 구경 못하고 바다도 구경 한지 오래된 제가 이렇게 오랜만에 호사를 했네요.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내 인생 길에 이런 구경도 예비해 두신 좋으신 주님께..(2009년 1월)

다음에는 쑈구경과 춤바람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