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모처럼 오니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로 친구들을 잘 먹이고 싶었어요.

그날 아침 마침 특별 새벽기도 아침 식사 당번이었는데 무엇을  할까 궁리를 하다가

순두부 찌개를 인터넷에서 참고하여 만들어 보았었어요.

생전 처음으로 만들어 본 것이었는데 대 성공이었답니다.

 

모두가 극구 칭찬 하면서 맛있게 먹길래 나도 한 입을 먹어보니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그야말로 열이 먹다가 아홉이 죽어도 모를 정도!

식당에서 무수히 먹어 본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맛이 있는 것이었어요.

의기 양양하여 저녁에 우리 친구들에게도 그것을 대접하기로 작심을 했지요.

 

고추 가루에 참기름과 마늘을 볶다가

새우와 낙지와 채소를 넣고 다시 볶고, 그위에 오래 끓인 갈비 국물을 더 넣고 끓인 다음

순두부를 더 넣고 한차례 더 끓이고 송송 썬 파를 띄우면 일류 순두부 찌개가 됩니다!

계란은 나중에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고요...

 

그런데... 그런데 이 야심작이 어찌 된 일인지 새벽에 먹은 것과는 영 딴판으로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친구 용화가 딱히 여기고 다시 간을 맞추고 고기 다시마로 근근히 맛을 내서야 먹을 수 있었으니

초장부터 말이 안되기 시작이었죠.

 

실은 그 전날 떡을 한 것부터 잘 못 되기 시작 했었어요. 

그동안 수십번 성공적으로 만든 떡이 하필 이번에는 실패 작이 되고 말았어요.

이유인즉슨 남편이 찹쌀 가루 대신 타피오카 가루를 사와서 괜찮을 것이라고 우긴 바람에....

친구들에게 딱딱하고 이상한 떡을 먹어 보란 소리도 못하고 한 쪽에 밀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토요일 밤에는 고등어 무우 졸임과 몇번이나 성공했던 떡볶기를 내 놓았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타고,

맛도 수준급이 안되는 것이었어요. 친구들은 잘 먹어주었지만요.

마지막 밤에는 눈감고도 맛 낼수 있는 갈비와 가지 볶음, 오이 무침이...

그런대도 그 어느 한가지도 제 맛이 안 났으니 믿을 수가 있는 일이어요?

내 계산으로 총평 60 점이 못된 것이 분명한데 내 평소 실력이 그쯤 밖에 안된 것으로 알고 먹었을테니

이거야 억울 무쌍하지 않은가요!

 

이런 상황에 하와이 친구가 무수비를 만들어 먹이지 않았더라면 정말 어쩔뻔했나 아찔합니다.

무수비는 하와이에서 인기 폭발한 김밥의 일종이랍니다.

친구는 기구와 재료 일습을, 글쎄 김까지 세 톳을 사올 정도로 완벽히 준비해서 가지고 왔어요.

그것으로 이틀분 아침 식사를 해결하였습니다.

 

스팸을 굵직히 썰어서 프라이 팬에 넣고 간장과 물과 설탕으로 졸여 놓고

무수비 기구에다 밥을 넣고 스팸을 넣고 또 밥을 넣은 뒤

일제 김부스러기를 실실~ 뿌린 후 기구로 찍어 내고 김으로 싸매는,

정말로 쉽고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하와이에서 대 인기 중에 직장인들의 아침과 점심으로 많이 팔린다는 것인데

이렇게 가져와서 시범을 보이고 우리 집에서도 대 히트를 친것이었지요.

떠나는 날 아침에도 그것을 만들어

내가 다시 만든 찹쌀 떡과 함께 아주 근사한 자동차 여행 음식이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무수비와 찹쌀떡으로 내 미안함과 억울함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답니다

참, 무수비 기구는 두고 가서 내 차례가 되었구요.

좋은 친구 둬서 횡재했지요?

언젠가 우리 집에 오시면 한번씩 맛을 보여 드릴께요.(2009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