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을 쫓는 아이라는 책을 읽었다. 원 제목은 The Kite Runner.
지은이는 알레드 호세이니.

아프카니스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거기서 보내고 나중에 미국으로 이주해서 학교 생활을 마치고 의사를 하면서 글을 쓴 사람이래.

영어로 쓴 최초의 아프카니스탄인 소설이라더군.

556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라서 사 놓고는 책꽂이에 넣어 두었는데 어제 아침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후 일곱 시에 다 봤어.

참 재미있게 봤어.


아프카니스탄 하면 러시아 침공이나 텔레반 이런 거 생각나도 사실 잘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이 소설 어렵겠다 이런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할아버지에게 이야기 듣는 것처럼 아주 술술 읽히는 책이었어. 게다가 무척 아름답기까지 하더군.

내가 좋아하는 잘 만든 이란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

드라마틱하고, 가끔 가다가는 너무나 우연이 겹치는 일이 있어 엥?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전혀 모르는 아프카니스탄 사람 두 사람을 방 안에 앉혀놓고 10분만 있으면 그 사람들이 어떤 관계인지 알게 된다는 아프카니스탄 특유의 관계나 문화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성장 소설 아닌 게 어디 있냐만, 일생을 좌우할 만한 큰 변화나 계기가 특별한 어떤 시기, 즉 소년 시절에 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어린 시절 하인인 하산과 형제처럼 자라는 아미르는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을 하산과 함께 하지.

언덕 위 나무 밑에서 그에게 동화를 읽어주고(슬픈 장면이 나오면 하산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지), 퀴퀴한 냄새와 먼지 풀풀 날리는 시장 골목을 걷고, 언덕을 뛰어 오르고, 사탕을 우물거리고, 같이 연을 날리고.

물론 연을 날릴 때 날리는 건 아미르고 하산은 그가 연을 잘 날릴 수 있도록, 또 다른 아이들의 연을 잘 끊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옆에 있지.


그 나라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져 80%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파쉬툰인인 상류계층이고, 그 나머지가 하자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인도의 최하층 계급 같은 그런 대접을 받나 봐.

그러니까 아미르는 도련님이고 하산은 하인이지.

하산의 아버지 알리는 아버지인 바바의 평생 하인이고.


이 소설은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 얽혀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 재미있어.

이 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인데(하산의 충성이라는 말이 맞을까?) 어쨌든 거의 운명이랄 수 있는 둘 사이의 깊은 애정이 예측하지도 못했지만 결국 아미르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지.


매우 남성적(?)이고 호탕한 그리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아버지 바바는 나약하고 운동보다는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는 아들 아미르를 이상하게 바라보고(좀 한심하게) 이런 아버지의 시선이 아미르를 목마르게 해. 게다가 아버지는 하인인 하산을 지나치게 사랑하고 (자기 아들처럼) 신뢰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미르는 하산과의 우정 속에서도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멸시와 질투는 더 괴로움을 주는 것 같아.


아버지의 관심을 끌어 보고 싶어서 문득 아버지에게 -아버지 나 암에 걸린 것 같아요-이런 말을 하는 장면도 있지. 물론 아버지는 들은 척도 안하지만.

우리도 어린 시절 이런 생각 많이 해 보지 않았니? 엄마한테 혼나고 울다 골이 나서 저녁도 안 먹고 이불 속에 혼자 누웠을 때 내가 죽는다면 엄마가 나를 붙들고 울면서..... 이런 생각하면 또 눈물 나오고 그랬잖니....


하지만 아미르의 내면의 갈등과는 무관하게 하산은 순도 100%의 애정과 신뢰와 충성을 아미르에게 바치지.

아미르 가슴 속의 가시와 소심함은 어떤 상황에서 비겁하고 야비한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새 더 커다란 일을 저지르게 되지. 그 일로 하산과 아미르, 알리와 바바의 생살을 가르는 이별이 이루어지는데 이 일은 결국 인생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되지.


사람마다 자 제각기의 사연이 있듯 나라도 마찬가지라서 남들이 뭐라 쉽게 말할 순 없지만, 요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보면서 참 착잡한 생각을 거둘 수가 없는데 비슷한 상황의 이 아프카니스탄 소설(거의 소설이 아닌)을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억울하고 무섭고 비참한 역사적 사건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지만 실은 참 아름다운 내용이 많이 있어.

그 중심은 음악과 함께 즐기는 음식과 놀이야.

아직 가족공동체가 무너지지 않은 사회의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모두 힘을 주는 근본의 전통이었어.


이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기록하고 써야 한다. 지금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들 마음에 성장의 힘을 주었던 것은 무엇인지, 내가 배반하며 외면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나를 아직도 거짓되게 살게 하는지, 아주 중요한 일이었는데도 나는 그것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은 아닌지.......

이런 것을 느꼈어.


* 얘들아. 나 이거 쓰다가 또 냄비 태웠다. 밤 삶으려고 올려 놓고.....

  삼중 냄비라 괜찮을 거이다.... 만 하긴 저번에 탄 삼중 냄비는 밑 부분이 뚝 떨더지두만.

  선희야~ 냄비 하나 살까나?  혜숙아~ 너 너무 많이 사지 않았니?

방학이라서 좋다. 미안해. 

잘들 지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