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부인***


 몹시 추운 12월 어느 날 뉴욕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열 살 정도 된 작은 소년이
브로드웨이 가의 신발가게 앞에 서있었습니다.
맨발인 소년은 치아를 부딪칠 정도로 심하게 떨면서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측은하게 지켜보던 한 부인이 소년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꼬마야! 진열장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유라도 있는 거니?”

“저는 지금 하느님에게 신발 한 켤레만 달라고 기도 하고 있는 중이에요.”

부인은 소년의 손목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부인은 우선 여섯 켤레의 양말을 주문하고,
물이 담긴 세숫대야와 수건을 빌려
가게 뒤편으로 소년을 데리고 가서 앉히더니,
무릎을 꿇고 소년의 발을 씻긴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주었습니다.
부인은 점원이 가지고 온 양말 중에서 한 켤레를
소년의 발에 신겨 주었습니다.
소년의 차가운 발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부인은 신발 여섯 켤레도 사주었습니다.
남은 신발과 양말은 도망가지 않도록 끈으로 묶어
소년의 손에 꼭 쥐어 주면서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꼬마야, 하느님을 의심하지 말거라. 자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니?”

소년은 엷은 미소를 띠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부인도 살짝 소년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
그녀가 가던 길을 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소년이 부인의 손을 잡고는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눈에 물기를 가득 머금고 물었습니다.

“아줌마가 하느님의 부인이에요?”

언젠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늘 자선주일에 이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우리 모두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하느님의 부인이나 남편이 됩시다.
 

이준희 마르코 신부 | 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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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미사나 왔다 갔다하는 나는 발바닥 신자입니다.

인천에 내려온지 근 20년 가까워 오지만

본당미사를 제대로 못하고
일터에서 가까운 답동 성당에서 미사를 참례하기 때문에
교우들과 친교를 나눌만한 기회도 없었고
특히나 본당 을 맡고 계시는 신부님이나 수녀님과도 전혀 안면을 트고 지내지 못하여
인사 조차도 못나누고 미사가 끝나면
성당 빠져 오기가 바뻤습니다.

그런데
달포전 쯤에 집 근처 성당에
간만에 놀러 온 딸과 함께 미사하러 갔는데
그날 견진 성사가 있는 날이 였습니다.
은총의 날이라는 생각이 딱 머리를 스치더군요
왜냐면 주교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에 초대 받은것 같아서......

입당성가가 시작되고
빨간 모자의 달덩이처럼 훤한 최기산 주교님 모습은 안보이고
흰 제의에 평범한 신부님께서
본당 신부님과 복사들과 함께 입당하셔서
내심 깜짝 놀랐는데
강론 말씀이 어찌나 설득력있고 듣기 좋던지요
은혜로운 시간이였습니다.

미사후 성당문을 나서는데
견진 집전하신 신부님께서 본당 신부님과 나란히 스셔서 교우들과 인사 나누시고 계셨습니다.
우리 손주를 보시더니
품에 꼭 껴앉고 이뻐 해 주시는 모습이
여느 할아버지 보다도
더 자애로우신
사랑을 느끼며
우리 딸과 나는
가슴이 뭉클해 졌습니다.

바쁘신 신부님께 빼앗듯 손주를 안고
나오며
수녀님게 신부님 존함을 여쭈니
이준희 마르코 총 대리 신부님이시라고 하더군요.

지금 7개월된 우리 손주 요나의 가슴엔
영원히 신부님의 따듯한 사랑이 새겨 졌을 것입니다.

신부님의 인자한 미소와
아기가 귀여워 가슴벅차 어찌할줄 모르시는 신부님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으며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아도 전해지는사랑 속에
예수님의 현존을 느꼈습니다.

나는 신부님 생각 할 때면

'신부님 사랑합니다.'
라고 맘속으로 읖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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