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알지?"}
부제(副題):<2008년 내가 받은 최고의 칭찬>

#1: 역(逆)기능의 “너 알지?”
친구 중에 늘 말을 시작하려면 “너 알지?” 라고 서두(序頭)를 꺼내는 녀석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시카와 사유리 있잖아.” 라고 말하면 될 것을 열 번이면 열 번 꼭
“니 이시카와 사유리 알지?”라는 식으로 말을 꺼낸다.
녀석의 관심분야가 주로 일본 영화, 일본 가수, 일본소설 등이라
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다 사실 솔직히 녀석에 비해
나는 턱없이 무식하기에 녀석이 그리 묻고 일단 뜸을 들이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난 무척 피곤하다.
열 번에 세 번 정도는 도대체 무슨 화성(火星) 이야기 같아서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

그런데 은근히 그 말이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난 어느 때부터
또 다른 친구 녀석과 둘이 만날 때면 의례히 “너 OOO알지?” 하며 말을 꺼냈다.
원조 녀석보다 1초 쯤 더 길게 뜸을 들여가며...
그러면 열 번이면 열 번 영락없이 녀석은 전혀 알지 못해
큰 눈만 하릴없이 껌벅대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나 참 악랄한 놈이네!!)

어느 날 바로 우리 셋이 만났다. 부부동반해서.....
난 또 말을 꺼낸다.
“너 OOO 알지?”
“야 임마, 알긴 뭘 알아, 그렇게 묻지 말고 그냥 얘기해.”
녀석이 부인들도 있는 자리라 좀 무안했던지
마침내 오랫동안 참았던 볼멘소리를 터트린다.
 
난 그 때 <너 알지? 원조 녀석>에게
“너 들었지? 야, 너도 이제 앞으로 그 <너 알지?> 라는 말 빼고 그냥 말해.
사람 주눅 들게 하지 말고, 알았지?” 라 다짐한다.
저간(這間)의 스토리를 익히 알고 있는 와이프는
바로 그 얘기의 주인공 셋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 말이 오고 가는 것을 목격하니
너무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느라 이를 악물며 나를 곱게 흘겨본다.

 

#2: 순(順)기능의 “너 알지?”
며칠 전 미국 사는 친구 녀석이 편지를 보내왔다. 녀석은 과거 컴퓨터 부품사업으로
엄청 큰돈을 벌었으면서도 아직 메일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와 육필편지를 주고받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헌데 녀석의 편지 중간쯤에
“너 알지? 네가 인상도 그럭저럭 봐줄만하고 마음씨도 웬만큼은 착한 Guy라는 걸,
그러니 앞으로 너에게도 행복이 찾아올 거야.”
(원문=상욱아 너는 본인이 좋은 인상과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지?...)
 
나는 정말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녀석은 <너 알지? 원조 녀석>과
일면식(一面識)도 없는 고향친구인데 녀석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난 그날 마시고 또 마셨다. 아니 지금까지 마시고 있다.
난생 처음 받아본 그런 칭찬에 너무 신이 나서...
심지어 지금 이 글도 만년필에 잉크대신 소주를 담아서 쓰고 있다.

자 여러분!

“너 알지? 네가 참 인상도 좋고 마음씨도 착한 여자라는 사실을...”
“너 알지? 네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친구인지?”
“너 알지? 네가 내 친구라는 사실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지?”
“너 알지? 네가 우리 가정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너 알지? 네가 우리나라에, 아니 지구에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이런 말을 친구들에게, 남편에게, 아내에게, 부모님에게, 사부(師父)님께,
자녀들에게 많이, 많이 자주 자주 쓰세요.
물론 성의(誠意) 없는 구라 혹은
순전히 닭살 돋는 립싱크라는 인상을 주면 안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