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사랑하는 아들...
토요일 오후 네게 잠깐 편지 쓴다며 부대 홈페이지에 들어갔었다.
쓰다보니 점점 길어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더니
글쎄나.... 또 자동으로 로그아웃이 되어서 다 날아갔네.
아이고 벌써 몇번 째인지.....
.1년 중 저녁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요즘이란다.
가끔은 노을도 바라보고, 밤 하늘의 별도 바라보라는 말을 하려고 시작한건데
옛날 생각이 나서 길어졌던 거지.
엄마가 지금의 바로 네 나이 때였다.
생각 없이, 거의 장난삼아 산골마을 자원한건데
아무도 자원하지 않는 곳이니 당연히 발령이 원대로 나서, 산골선생님이 된 셈이지.
그곳은 공기 맑은 곳이니 노을도 별빛도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T.V는 물론 전화도, 변변한 가게 하나도 없고,
젊은이들은 온 동네에 눈 씻고 봐도 없고, 그곳엔 교회조차 없었단다.
그 적막한 곳에서 저녁이면 노을 감상하느라고 석유 곤로 위의 밥을 얼마나
자주 태워 먹었는지 몰라.ㅋㅋㅋ (예나 지금이나 엄마 건망증..너 지금 그러면서 웃고 있지?)
그래도 처음엔 혼자만 쓰는 방이 있어서 좋았고 (너도 알다시피 엄마는 딸이 넷인 집에서 자라느라고 혼자 만의 방을 가진 적이
없었거든.), 아무도 참견하는 사람 없어서 편하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깐...날이 갈수록 가족과 친구와 화려한 도시의 번잡함이 그리워
기회만 되면 튀어나올 궁리만 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것 같던 그곳이,
미국에 가 있던 몇 년 동안에도
가장 그리운 곳이고 가고 싶은 곳이 되더라.
엄마 평생에 그곳에서만큼 편지를 많이 쓰고, 받고,
책 많이 읽고, 음악 많이 듣던 때도 없었어.
문화적인 공간이 하나도 없던 그곳이
가장 문화 생활(?)을 알차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니 아이러니칼 하지?
그리고 그곳의 제자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를 찾아오더라.
진정으로 마음을 주고받아서일거야.
지금도 잠시나마 지극히 단순하고 사람 그리웠던 그 시절,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걸
이해할 수 있겠니?
아들아....의미가 있든 없든
하루가 모여서 세월이 되고 그 세월이 흘러 한 인생이 되는 거 맞지?
대학 1학년 때 엄마는 엄청난 허무주의자였다.
신앙심도 거의 없었으니 받은 것,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은 전혀 없고, 온통 불만 투성이였어.
그때 쓴 일기를 꽤 오래 보관했었는데.... ..
이제서 말이지만 그땐 주제 넘은 상념에 공부를 너무 안 해서 낙제 직전이었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해보면 쓴 웃음이 지어진다.
다행히 2학년 때부터는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하면서 정신을 조금 차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아슬아슬한 시간들을 보낸 것 같다.
그렇게 엄마 평생 가장 시건방졌던 그때..
엄마는 내 모든 불만과 문제를 책 속에서 해결 받으려고 했었지.
그래서 닥치는대로 이책 저 책 읽으며
노자, 장자, 불교 서적 등등 까지....강의 빼 먹어가며,
심지어는 강의 시간에도 다른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좀더 현실에 충실한 시간들로 채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이
나중에 보니 객기에 불과하더라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서에 빠져 위험하지는 않은(?) 방황이었다고나 할까?
그때 생긴 '문자중독증(?)'은 유익이 있기도 했지만
후에 신앙적인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교만 그 자체였더라.
다솔아...엄마는 네가 스무 살이 넘으면 너와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될 줄 알았어.
그리고 네 사소한 고민들이나 여자 친구 이야기 등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고 싶었지.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내 욕심일까?
어떤 유행가 제목이 '서른 즈음에'던가...?
오늘 엄마는 '스물 즈음에'라는 제목의 회고(?)를 네게 보내는구나.
바로 네가
지금
그 나이이고,
자주 얼굴 볼 수도 이야기 할 수도 없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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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에, 군대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네가 많은 생각을 하며, 너 자신과 깊이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한다.
고로 힘들어도 지루해도 갑갑해도 의미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기도할게.
크리스마스날이면 대학로에서 동아리 친구들과 연주하는 걸 그리 좋아서 하던 네가
올해도 그 일을 못하며 성탄절을 맞이하겠구나.
그래도 힘내. 이젠 제대날짜가 매일 다가오고 있으니....ㅎㅎㅎ
무지 보고 싶다.. 아들아...오늘도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아주 오랫만에 엄마가 쓴다.
이 방에 불이 다 꺼졌네.
사랑하는 아들에게 지혜롭게 인생사는법을 알려 주고 있구나.
지혜롭고 다정다감한 엄마를 가진 다솔이는 참 행복하겠다.
보지는 못했지만 다솔이가 주님 안에서 형통한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지금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소중하고 알찬 미래는 없다는 말이지?
나도 명심하고 하루, 하루를 충실히..... 소중한 미래를 향하여!!!
조선닷컴에 제공중인 아이 러브 군짱 카드 2장과 군인관련 애니메이션 올립니다.
예전 군 소대장 시절을 떠올리며 기획한 작품들입니다.
軍...그들은 사랑스런 또 하나의 우리가족이며
민간인들의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기도 하지요.
* 즐감 하세요. 군인을 주제로 한 코믹 군짱쏭 1,2편입니다.
아들을 군대보낸 에미의 글....
참 의연하다.
모든것이 믿음의 힘이겠지?
아들이 더욱 더 자라서
이나라의 棟梁이 되기 바란다.
명희도 건강해야 막둥이 군대갈때도
이런글을 또 쓰겠지?
늘 씩씩하고 건강하기를......
군대에 간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심정이 절실히 느껴진다.
"하루가 모여서 세월이 되고 그 세월이 흘러 한 인생이 되는 거 "
맞는 말씀이네.
인생의 선배같은 엄마, 속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같은 엄마 아빠의 사랑 속에서
올바른 신앙으로 리더쉽있고 지혜롭게 잘 커준 다솔이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군대에서의 어떤 어려움도 즐거움으로 즐기며
많이 배우고 좋은 기억 많이 가지며 지낼거니까
명희야, 아들걱정 조금만 할거지?
겨울이 오고 연말이 되면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 쓰던 기억이 새롭다.
두선아, 유진이 다시 시카고로 돌아 갔니?
너무나 대견한 딸.......보내려니 또 많이 아쉬웠지?
하영희야, 너도 딸 멀리 떼어 놓고 마음 한 구석 늘 서늘하겠지만
이미 다 성장하여 제 몫을 당당히 해내고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울까 짐작한다.
효도하자 사장님은 인일홈을 우리보다 더 많이 보고 계시는가 봅니다.
적절한 만화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처럼 후배들 방에까지 오셔서
귀한 글 남겨주신 수노대장언니.....
봄날 식구들 품으시고도 남는 두 팔
늘 건강하소서.
꽃뜨루 봄날 모임에 가서 얼굴 뵐게용.
그날 저도 몇 개 겹쳐서 섣불리 말씀 못 드렸지만
가능할 듯 해요.
경숙아....넌 아들이 아마도 셋인가...그렇지?
예쁜 며느리도 생겼으니 아들 셋, 딸 하나가 된 셈인가?
너야말로 얼마나 좋은 엄마일까.....안 보아도 훤해.
아들아이는 해마다 성탄절날 동아리 친구들과 자선공연으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꽁꽁 언 손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했었지.
어느 해엔 플룻이 갑자기 고장 났다는 아이 대신 울 남편이 같이 연주하기도 했고...
입시 공부, 내신 관리...
전혀 개의치 않은 우리 아들은 그 학교 역사상 젤 연주회에 많이 참여한 학생이었대나...
우리 애랑 동갑내기 딸을 키우는 문희가 하던 말처럼
아무리 보아도 정답으로 보이지 않는 길을 선택하곤 하는 아들을 보며
난 이 세상 여러 '노릇' 중에서 '엄마 노룻'이 제일 어렵다는 생각이다.
하긴 인생의 정답을 누가 알랴
전능하신 분께 의탁하는 일 밖에....
군에 가 있는 아들 더욱 보고 싶겠구나.
나, 니 편지 읽으며 많이 반성하고 있어.
8년째 떨어져 살고 있는 딸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 할 때는 그저 안쓰러워
만나면 부족한 부분 잘 보이지도 않고
뭐든 좋게 보며 잘해주려고 하더니만...
올해는 어쩌다보니 세번이나 만나게 되었는데
거의 두달을 함께 지내게 되니(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모두 함께...)
그동안 꽁꽁 감춰두었던 아이에 대한 기대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라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
지금도 필요한 말이었다고 극구 나 스스로에게 위안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았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말이다... ㅉ ㅉ ㅉ
명희야,
다솔이가 엄마 글 읽으며
군대에서의 시간 '지금 현재' 를
더욱 소중하고 알찬 시간으로 보내게 될 것 같다.
현명한 엄마, 명희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