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이라고 아이들이 다 함께 몰려 올때 너무나 신이 났었다.

특히 두살 반짜리 어린 손자에게서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웃음과

막 배우기 시작한 말들은

커다란 빈 둥지를 기쁨으로 둥둥 뜨게 만드는 신기한 음악이었다.

안팎으로 다니며 즐겁게 놀아주니 모두가 그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야단들이었다.

 

하무니~ 아지~ 뉴 삼촌(자주 못 본 큰 삼촌), 올드 삼촌, 죠오, 이모...

어린 손자의 맑고 드높은 목소리가 얼마나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지...

그 어린 것의 마음을 사려고 모두들 비상한 노력을 경주했다.

아마 그애가 달을 따오라면 달을,

별을 따오라면 별을 따다 바쳤을 것이다.

쉴새 없이 요리하고 먹고 또 먹고 떠들고.. 

매일 밤 우리 가정의 연례행사처럼 인디아나 존즈 영화를 또 보고

나는 TV 앞에서 졸고...

해마다 추수 감사절에 온 식구 모이자는 말을 다시 다짐해 두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씩 다 떠났다.

왔을 때 좋았고 떠나니 더 좋았다는 어떤 사람 말이 실감이 났다.

오면 반갑고 또 떠나면 더 반가운 것은...  다 커버린 아이들이니까....

머리 큰 아이들과 모두 늘 함께 살면 결코 좋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 세때 먹는 일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할 즈음 떠나버리니

우리 두사람은 아무 것이나 먹고 세상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휴~

이번에는 모두 함께 당면한 큰 아들의 문제를 풀어야 했었다.

이곳에 오기 일주일 전에 여자친구 집 앞에 파킹 해 놓은 차를

어떤 술 취한 사람이 들이 받아서 장장 7 천불 이상 손해를 냈다.

싯가가 만불이 안되는 차인데 아직도 매달 갚을 돈이 3 천여불.

그러지 않아도 속썩이기 시작한 차에

결정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아 폐차를 하기로 하고

1500 불에 토잉해 간 바디샵에 넘기기로 했다.

  

그 일을 당한 전도사인 큰 아들이 새로 생긴 멀리 사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다니느라 

보험없이 차를 몰았던 것이 문제였다.

항상 쪼들리면서 사는 생활에 경비 조달을 그런 식으로 한 모양이었다.

자기가 사고 안 친것 만큼은 감사한 일이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누나들이 보험을 못낼 지경이면 도와줄텐데

말을 하지 않았다고 기가 막혀서 야단을 쳤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가해자인 술취한 사람이 보험이 있긴 있는데

전체 사고에 단지 5 천불 한도액인 있으나마나한 보험.

아마도 취중운전 중에 사고를 많이 친사람인 모양이었다. 

그 사고때문에 여자 친구 차와 함께 그 앞에 줄줄이 세워 놓은 차4 대와 운전수 차가 부서졌으니

얼추 잡아 6만불 내지 10만불짜리 사고인데 5천 불이라니... 

 

큰 아들이 마침 이달 초 뉴욬에서 미시간 주로 이사를 가는데

첫 두달치 렌트를 내야 하는 문제까지 겹쳐져

도합 차 하나와 5 천여불 현금이 당장 필요한 처지가 된 것이다.

하도 경기가 안 좋은 것을 아는 아이들이 우리는 제외하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의논한 결과

차는 작은 누나가 쓰던 혼다 시빅을 물려 주기로 하고

현금은 급한대로 큰 누나와 동생이 빌려주기로 했단다.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응급 상황이니까 무조건 도와주기로 한단다.

 

형제가 여럿이어서 큰 부담이 안되는 것과

다들 도와줄 마음이나 능력이 되는 것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큰 딸은 쉬운 직장으로 옮겨 먼저보다 10만 불이나 적게 번다고 하고

두째 딸은 비싼 집을 산 직후였고 막둥이는 아직도 근근히 살고 있다.

게다가 비행기표가 비싼 휴일에 오느라 모두들 돈을 엄청 쓴 직후였는데

별 짜증 안내고 아이들이 끼리 숙제를 풀어주니

엄마로서 눈물이 나게 감사한 일이었다.

가족의 소중함..그건 어려운 일이 닥칠 때 더 잘 알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계속 숙제들을 함께 푸는

한 마음이 될 것 같아 얼마나 든든하던지!

그렇지만 전도사 아들도 지혜롭게 잘 살아

오히려 남을 도울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정말...  

(2008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