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회 - 게시판담당 : 김성자
??사람 좋은 J 형님이 육중한 몸 이끌고 이 더운 날에 버스 정거장에서 날 부른다.
"별거 아냐. 오리 사는데 자기 생각나서 한 마리 더 샀어."
땀을 연신 닦으며 검정 비닐 봉투를 넌지시 내밀며 요리 방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주시고는
미안해하는 내게, 덥다고 어서 가라며 등을 자꾸 떠미신다.
집에 가서 땀 좀 식히고 가시라는 말이 목에 걸려 있는데
내 사는 꼴 보여 드리기 싫어서 꿀꺽 삼킨다.
시답잖은 물건 넣은 종이 봉투를 안겨 드리고 얌체처럼 돌아서는데 콧등이 시큰하다.
집에 와서 풀어 놓으니 엄청 실한 놈이 민망하게 쩍 벌리고 있다.
들통 속에 넣어 초벌 끓인 물 휙 버리고 깨끗이 씻어 다시 들통에 넣고
파 잎 몇 개 툭툭 끊어 넣고
양파 2개, 마늘 한 줌, 생강 서너 쪽, 통후추 몇 개와 다시마를 넣어 다시 불에 얹는다.
끓기 시작하니,
오메 이거 열기가 장난이 아닐세.
여간해선 땀 안 흘리는 내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에라, 기왕 땀 흘리는 거 놀면 뭐하냐?
기다리는 동안 가지 쪄서 슬쩍 짜 무치고
소금에 절인 노각 바들바들 떨면서 짜서 고추장에 무치고
미쳐 익지도 않은 메실 장아찌 맛에 반해서 무쳐 놓고 나니
들통이 펄떡거리며 제법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어지간히 익었기에 불을 끄고
저녁에 먹을 만큼 덜어 냄비에 담고 불린 당면 한 줌 넣고
굵은 소금 볶아서 빻아 놓은 걸로 적당히 간하고
생파, 마늘 조금 넣어 살짝 끓이니 끝.
캬 ~~, 간을 보니 이거 환상이네.
더운데 뭔 오리탕을 끓이냐고 선풍기 끼고 투덜대던 남편을 불러 앉히고 오리탕을 내 놓으니
"와, 이거 맛있네?"
밉상 떨던 아까의 남편은 어디 가고 한 그릇 더 달라네.
맛있다, 맜있죠를 해대는 우리 꼴을 정 많은 형님이 봤으면
아마 내일 오리 한 마리 더 들고 오시리라. ㅎㅎ
형님은 저녁에 뭘 드셨을까?
늦기 전에 고마운 형님께 감사 문자나 보내야겠다.
얘들아, 나 오리탕 집이나 해 볼까? ㅎㅎㅎ
친애하는 상우기 선배님
여기 사장님이 황소 목장 차리신데요?
그러실 수도 있을거에요.
오리탕 팔아 이번에 단단히 한 몫을 챙기셨으니.....ㅋㅋ
선배님 죄송해요.
도로 드렸다가 다시 달라고 하고해서요.
어쩐데요.
저도 다 없이 살아 그런 것을......
다 없는 것이 죄이지요. ㅋㅋ ㅎㅎㅎ
그놈에 돈이 웬수이지요.
아뭇소리 마시고 좋은 말로 할 때 빨랑 내 놓으시겨........ㅋㅋ ㅎㅎ
Love Story 나 올려 보라고요?
선배님이나 읽어 주시지 안 읽어 주는데 뭘요.
그냥 선배님 글이나 쫒아 다니며 놀게요.
고해성사를 보셨다고요?
아이고! 이 일을 어쩐데요?
정작으로 고해성사를 보아야 할 인간은 저인데 말입니다.
심성이 착하신 오리탕집 사장님 죄송해요.
제가 옹졸했어요.
외상 안 주신다고 하기에 야속한 마음에서 그만........ㅋㅋ
나오지도 않은 구더기 나왔다고 모함했던 거에요.
얼마나 억울 하셨어요?
그래도 내색 아니 하시고 원망 한 마디 없이 오히려 고해성사를 보셨다니.......
말 한마디 잘 못했다고 폭탄에 불 붙여서 목숨을 위협하는 분도 계시던데........ㅋㅋ ㅎㅎ
오늘 이 저녁에 저는 마더 데레사 성녀에 버금가는 또 한 분의 聖女를 봅니다.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시고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훗날 지옥 유황불에 달궈지지 않도록......
영업정지 된 것은 내일 제가 출근하는 대로 관할 구청에 탄원해서 풀어 드릴게요.
복 많이 받으시고 오리탕 장사 잘 하셔서 부자 되세요.
ㅋㅋㅋ ㅎㅎㅎ ㅋㅋㅋ
수신 : 오리탕집 유사장님
발신 : 장미동산 구청장
귀 오리탕 업소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금일(8.11) 취소합니다.
다시 영업을 재개 하셔도 좋습니다.
귀 업소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한 더위 먹은 인간의 무고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아울러 차제에 귀 업소를 모범 업소로 지정코자 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귀 업소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ㅋㅋㅋ ㅎㅎㅎ ㅋㅋㅋ
아이쿠!
수나 마마의 이 경고가 구더기 나오는 오리탕 먹은 손님들이 별르니
밤길 조심하라는 말인 줄 알았더니 다시 읽어보니 아니네.
덕바위 당신, 정말 밤길 조심해야 하겠시다.
그리고 옥슨 집 사장 님 저 위 사장님의 친구며
어쩌면 제 팬일지도 모른다는 K라는 분은 누구인지 알 듯해요.
아마도 순으로 끝나는 분?